[폭염 속 노동현장 체험기] (3) 건설 노동자의 하루
30도 넘는 기온 속 그늘 하나 없어
목재 정리하고 흙먼지 쓸기 등
3시간 단순 노동에도 ‘죽을 맛’
2시간마다 20분 휴식시간 못지켜
8월의 따가운 햇빛이 살갗을 찌른다. 지난 7일 오전 9시 김해의 한 건설 현장. 이날 김해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달궈진 철근 더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기자는 오늘 정오까지, 이곳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이 뜨거운 시간을 버틸 예정이다.
건설 현장은 예상보다 훨씬 분주했다. 흩날리는 흙먼지 사이로 기계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철근을 자르는 쇳소리와 망치질 소리가 이어진다. 비숙련자가 작업 골조 안으로 들어가는 건 위험하다고 해 철근에 둘러싸인 구역 밖에서 주변 정리와 청소를 돕기로 했다.
안전모를 받아 쓰고 주황색 신호수 조끼를 입었다. “이 더운데 말라꼬 고생하노.” 지나가면서 기자를 본 노동자들이 걱정스레 건넨 한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이른 아침부터 작업에 나선 그들의 옷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지난 7일 오전 김해의 한 건설 현장에서 어태희 기자가 작업 중 물을 마시고 있다. 동료 건설 노동자가 찍은 모습.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골조 안은 시멘트 바닥에 반사된 햇빛 때문에 바깥보다 덥다고 한다. 골조 아래를 내려다보니 노동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연신 땀을 닦아가며 20~30㎏에 육박하는 자재를 옮기고 자르고 있다.
잠시 쉬었다 다시 작업에 돌입한다. 얼굴은 수건으로 겨우 가렸는데 반팔을 입어 노출된 팔이 따갑다. 곁을 지나는 한 노동자를 붙잡고 “덥지 않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많이 더운 상황은 아니라고 답한다. 그는 “오후 2~3시가 가장 덥다. 오늘은 가끔 구름이 지나가면서 그늘도 지고 바람도 조금 불어서 나은 편이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폭염을 견뎌내고 있다. 대부분 머리부터 발 끝까지 천으로 몸을 감쌌다. A씨는 팔 토시, 천 마스크, 스포츠 선글라스까지 착용했다.

건설 현장에 부착된 여름철 폭염 작업시 안전수칙. /어태희 기자/
어떤 이는 수건에 지퍼를 달아 얼음팩을 넣고, 또 다른 이는 사비로 쿨링조끼를 구매해 입기도 한다.
오전 10시가 넘자 기온은 31℃를 넘어섰다. 쉬는 시간을 함께 보내려 했지만, 화장실을 오가거나 얼음을 가지러 갈 뿐 도무지 쉬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현장에는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쉼터가 있었지만 들어가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마침 화장실을 다녀오는 B씨를 붙잡았다. “대체 언제 쉬냐”고 물었더니 점심 시간에 쉰다고 한다. 오전 7시에 출근한 노동자들은 아침에 20분 남짓 ‘참’을 먹으며 잠깐 쉰 뒤 점심식사를 하며 다시 30분을 쉬게 된다고 한다. 점심 시간은 1시간이지만 퇴근 시간을 당기기 위함이다.
그는 “담배 한두 번 피면서 쉬는 것 정도야 할 수 있겠지만 그런 모습이 자주 보이면 팀장한테 찍힌다”며 “눈치 보이니까 쉬려고 해도 쉴 상황은 안 된다”고 귀띔했다.
골조 안은 기상청의 체감온도 33℃ 기준을 훌쩍 넘어 보인다. 체감온도 33℃가 되면 2시간 이내 20분의 휴식 시간을 제공해야 하지만 건설 현장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기자는 자리에 주저앉아 물을 들이켰다. 시원했던 얼음물은 뜨거운 햇볕 아래 금세 미지근해졌다.
같이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강도 작업에 비하면 어린아이 장난 같은 일을 했을 뿐인데도 ‘죽을 맛’이다.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땀에 젖은 노동자들이 옆을 스쳐 지나간다. 그들은 잠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고생한다”며 한마디를 건넨다. 부끄럽다. 제빙기에서 얼음을 꺼내 얼굴에 문지르고 다시 빗자루를 든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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