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 지도자에서 탈북민으로…문기남 전 北 대표팀 감독 별세

북한 남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뒤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문기남 씨가 지난 9일 오후 10시경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1948년 평북 정주군에서 태어난 문 씨는 1950년 아버지가 월남하자 외가가 있던 평양에서 자랐다. 1965년 로동자체육단에서 공격수로 활약했고 평양연극영화대학을 졸업했다. 1965년 북한 U-20 국가대표팀에 선발됐고,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는 성인 국가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했다.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이후 월남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량강도로 추방되는 시련을 겪었으나 이후 복권됐다. 1981년 국가보위부 5국 소령 및 은파산체육단 선수 겸 감독이 됐다.
지도자로 전향한 뒤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1990년 북한 U-20 대표팀 코치로 아시아 청소년 축구 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이끌었고, 1991년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대회에서는 남북 단일팀 북측 코치로 8강 진출에 일조했다. 1993년에는 북한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AFC 여자 축구 선수권대회 준우승을 달성했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북한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나 2000년 AFC 아시안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교체됐다.
문 씨는 2003년 8월 가족과 함께 탈북한 뒤 2004년 1월 한국으로 귀순했다. 한국 정착 후 2005년 울산대학교 축구부 감독에 취임해 그해 전국체전 준우승을 이끌며 지도자상을 받았다. 2009년까지 지휘봉을 잡은 뒤 2010년 울산과학대 여자 축구부 고문으로 위촉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창실 씨와 자녀 경민(개인사업), 경희, 유진, 경근(서울신문 기자) 씨 등이 있다. 빈소는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201호실이며, 발인은 12일 오전 5시에 진행된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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