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산치수, 우리가 깊이 되새겨야 할 것들

박재근 대기자 2025. 8. 1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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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재앙·치산치수… 전 도민 대응해야
극한 상황 이겨낸 산청군과 도민의 승리
치산치수 이상기후, 패러다임 변해야
이젠 피해주민 안전 대책·마무리 우선
생사 가른 구조 지원 현장, 본보기 삼아야
대기자·칼럼니스트

치산에 실패하면서 문명도 실패하고 그 지역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사막이 돼갔다. 프랑스 사상가인 샤토브리앙(F.R. de Chateaubriand)은 "문명 앞에 숲이 있었고, 문명 뒤에 사막이 남는다."라는 유명한 말로 자연재해에 무너진 인류의 문명사를 진단했다. 지난 3월 대형 산불의 흔적이 채 아물기도 전에, 7월 16∼20일 기록적인 폭우가 덮친 경남은 전 도민이 복구에 우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치산치수는 기후 변화만큼이나 새삼 패러다임을 달리해야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괴물 폭우에 의한 산사태로 14명이 숨졌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1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장기간 수색이 진행 중이다. 농경지는 물에 잠겼다. 도로가 끊기고 전기·통신이 두절 등 삶의 터전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수십 년 한자리를 지켜온 주민들조차 "이런 비는 처음이다"라고 하지만, 괴물이 된 자연재해 앞에 인간의 일상이 흔적도 없이 쉽게 무너지는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극한 상황에도 누군가는 대피소로 주민을 안내했고, 누군가는 이 마을 저 마을 주민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진흙을 헤치며 주민을 구했다. 자원봉사가 줄을 이었지만, 밤낮없는 응급 복구에 현장을 지킨 이는 산청군과 경남도 공무원들이며 그들은 단순히 직무를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선, 책임감 있는 대응을 보였고 마을 주민들도 혼연일체가 돼 재난 대응에 나섰다. 폭우로 침수된 마을에서 밧줄에 몸을 묶고 물살을 헤치며 고령의 이웃을 구조한 이장, 어르신들을 대피시킨 청년들, 산사태 현장에서 90대 할머니를 구한 손자까지. 이들의 연대와 용기는 깊은 감동을 줬다.

재난 상황에서 행정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청처럼 산과 계곡이 많은 지역은 피해 양상이 복합적이며 이러한 환경에서 현장에 발을 딛고 뛰는 이들의 헌신은 분명 의미 있다. 하지만 그 노력과는 달리, 이번 대응 과정에서도 일부 혼선과 한계는 있었다. 당시 기상청의 강우 예보 정확도는 낮았고, 수집되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현장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해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대피 권고에도 이를 거부해 구조 활동이 지연된 사례 등은 단순히 행정의 실패로 보기보다는, 재난에 대한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과 협력 체계 정비가 함께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제는 재난 대응 체계 전반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경보 시스템의 정확성, 정보 전달 방식, 주민 대상의 재난 교육과 대응 훈련 등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기후 위기 시대, 재난은 더는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반복될 가능성이 큰 현실이다. 산청의 사례는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다.

특히 큰 상실을 겪은 주민 곁을 지킨 산청군 공무원들의 헌신은 단지 직무 수행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공공의 책임이었다. 그러나 그 책임감이 더 큰 울림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와 시스템 역시 이들의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피해로 경남 도내 총 9곳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실질적인 회복의 계기가 돼 일상이 회복되고, 주민들의 삶이 제자리를 찾길 바라지만, 치수(治水)는 치산(治山)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치수에는 집중했지만, 치산에 실패, 염화(鹽化) 문제에다 토양유실 등 결국 치수에도 실패, 고대 문명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인류의 4대 문명국은 예외 없이 큰 강을 끼고 발전한 사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을 축으로 발전해 왔다. 고대 문명들은 강가의 비옥한 토지에서 생산되는 식량과 강 상류와 주변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바탕으로 성장하면서 동시에 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인 것은 홍수의 관리, 즉 치수였다. 그러나 이집트 등 4대 문명의 경우 치수에 성공, 초기에는 선구적 발전을 해나갔지만, 후기에는 산림파괴 등 치산(治山)에 실패, 문명이 쇠퇴의 길에 접어들게 되었다고 기록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녹화사업에 이는 댐 건설, 이어 추진된 4대강 사업으로 대규모 홍수사태는 면했다. 옥토와 터전이 수침된 사례는 일 년에도 몇 번씩 기록된 것과 달리, 강 사업 이후, 홍수 피해는 옛일이 됐다. 다만 연계사업으로 추진되지 못한 지천 지류 논밭 침수를 고려한다면, 하루빨리 추진돼야 한다.

우리나라 국토 중 산림 면적은 63.2%이다. OECD 국가 중 핀란드(73.1%), 일본(68.5%), 스웨덴(68.4%)에 이어 4위로 세계적인 산림 국가다. 아이러니는 지구상에 가장 많은 것이 물이지만 사용 가능한 자원 중 가장 부족한 것 또한 물이며 한국은 60년대부터 UN에서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경남은 강 사업에 이어 지리산, 함양, 의령 등 댐 건설 특정 단체가 반대하고 있다. 치산을 위한 임도가 산불 피해 가중 원인이란 주장 등 댐 건설도 반대, 임도 건설도 반대해서는 곤란하다.

경남을 가로지른 낙동강 범람사태 방지는 공짜로 누릴 혜택이 아니다. 선대의 피땀 결과를 후세들이 기억해야 한다. 기후위기로 자연재해의 규모와 강도가 전 지구적 재앙으로 다가온 만큼, 치산치수는 절대적 명제다. 또 패러다임 변화에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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