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극지연구소 ‘부산 이전’ 않고 인천 잔류

한달수 2025. 8. 10. 20:1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업 시너지·대학 협업… “공항·항만 있는 인천이 타당”

극지생물 화장품 소재 활용 ‘연구’
학생 교육·체험 사회 공헌 확대도
“대학과 연구기관에 중요한 자산”

2004년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연구소로 문을 연 극지연구소는 인천을 비롯한 대한민국 서부권 대학·연구기관과 함께 해양·극지분야 연구 생태계를 만들었다. 연구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인천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극지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미래 극지 과학자 양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해양생물 연구를 토대로 송도의 핵심 산업인 바이오 분야 기업과 협업하는 등 인천지역의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 2006년 송도에 터 잡은 극지연구소… 2012년에도 ‘부산 이전설’ 홍역

극지연구소는 1987년 한국해양연구소 부설 극지연구실을 모태로 출범했다. 이후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로 2004년 명칭이 바뀌었고, 설립 3년차를 맞은 2006년 경기 안산에서 인천 송도로 이전했다. 남극세종과학기지를 비롯해 북극다산과학기지, 남극장보고과학기지 등을 총괄 운영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지방균형발전 논리에 따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진행될 때마다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12년 극지연구소 상위 기관인 한국해양연구원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확대·개편돼 부산으로 옮기면서 극지연구소도 따라 이전할 상황에 놓였다. 당시 부산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극지연구소 이전을 정부에 건의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당시 예산을 투입해 극지연구소 송도 신청사 건립을 진행하고 있어 이전은 현실성이 낮았다. 인천 지역사회에서도 반대 여론이 일자 관할 부처(국토해양부)가 ‘극지연구소는 부산으로 이전되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신청사 건립 토지를 20년간 무상임대하도록 지원하는 등 지역 차원의 도움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도 인천 잔류 배경이었다.

부산 이전론은 2022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졌다. 부산시가 ‘극지연구소 부산 이전 추진 등 극지 산업 인프라 조성’ 계획을 내놨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해수부가 아라온호의 역할을 분담할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사업’을 추진하자 쇄빙연구선 모항을 부산으로 유치하겠다는 움직임과 맞물린 행보였다.

올해 이재명 정부가 해수부 부산 이전을 신속하게 추진하자 극지연구소도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건 이러한 전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4년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연구소로 문을 연 극지연구소는 인천을 비롯한 대한민국 서부권 대학·연구기관과 함께 해양·극지분야 연구 생태계를 만들었다. 사진은 인천시 연수구 송도미래로 26에 위치한 극지연구소 전경. 2025.8.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인하대·인천대 등 대학과 협업 ‘성과’… 바이오 분야 등 인천기업과 시너지도

극지연구소는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충청권 대학과 해양·지구과학 분야 연구 협력을 통해 성과를 냈다. 극지연구소는 2013년 인천대학교, 2016년 인하대학교와 공동연구개발 등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연구를 추진했다.

특히 인하대, 인하공업전문대학, 대우조선해양 등과 2022년 ‘인공위성을 활용한 극지 운항 공동연구’ 협력을 체결해 북극항로시대 물자 수송 방안 등을 공동으로 연구했다. 이보다 앞서 2020년에는 인천대와 ‘북극 물류산업 연구’를 위한 협약을 맺고 공동 연구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기업과의 공동연구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극지 생물을 발굴해 화장품 소재로 활용하는 산업화 연구가 대표적이다. 2023년에는 송도 청사 옆에 ‘극지환경재현실용화센터’가 들어서면서 화학·바이오산업뿐 아니라 전기·전자·기계 등 산업 분야 연구 지원 인프라도 갖췄다. 센터에는 달환경모사초저온실, 바이오생산분석실, 극지생물배양실 등의 시설과 연구장비가 마련돼 있다. 지난해부터 창업기업·예비 창업자 등을 모집해 극지 분야 관련 기업 생태계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 극지 환경 체험·교육 프로그램·팝업스토어 등 지역 연계 활동 확장

극지연구소는 인천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 등 사회공헌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인천시교육청과 ‘기후위기시대 인재 양성을 위한 협약’을 맺고 극지과학 탐구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최근 진행한 ‘제2회 극지과학탐구 프로그램’에는 인천지역 학생과 교사가 150여명이 참여했다. 청소년 북극체험단 ‘21C 다산주니어’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청소년들에게 북극 현지 탐방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인천연구원 ‘인천녹색기후아카데미’와 손잡고 남극과 북극의 기후변화를 주제로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소개하는 강연도 진행했다. 공공 연구기관으로는 드물게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했는데, 지난 1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에서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극지연구소가 남극에서 직접 채집한 빙하를 체험할 수 있는 이색 프로그램을 운영해 호응을 얻었다.

■ 학계·정치권 ‘극지연구소 인천에 있어야’

인천지역 학계와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극지연구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극지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인천의 한 대학 관계자는 “해양 분야 전공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극지 분야를 주제로 연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건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라며 “전문성과 특수성을 가진 기관이 있다는 건 대학과 연구기관들에 중요한 자산”이라고 했다.

인천에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현 국민의힘 상임고문)는 극지연구소가 반드시 인천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전 부총리는 “극지연구소는 바다가 아닌 대륙을 연구·개척하는 기관이자 국제사회와 교류·협력이 필요한 세계적 연구기관”이라며 “인력의 교류와 해외 파견 등을 위해 공항과 항만이 있는 인천에 위치하는 것이 타당하다. 극지연구소를 이전하는 건 국가적 손실”이라고 했다.

/한달수·김희연 기자 dal@kyeongin.com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