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93> 무더위가 남아 있는 말복 무렵 시 읊은 죽음 조희일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2025. 8. 1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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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젖은 마음 누구에게 말하나(獨寄情誰訴·독기정수소)/ 세월 따라 늙어감 막지 못하네.

이쯤이면 무더위가 꺾일 법도 한데 여전히 불기운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지난 7일이 입추, 9일이 말복(末伏)이었다.

여전히 비가 쏟아졌다가 무더위가 이어지는 날씨가 지속되지만, 입추와 말복이 지나니 아침과 저녁에 서늘한 기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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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엔 불기운 남아 있네

- 火氣伏餘金·화기복여금

외로움에 젖은 마음 누구에게 말하나(獨寄情誰訴·독기정수소)/ 세월 따라 늙어감 막지 못하네.(流光老不禁·유광로불금)/ 시절은 큰비를 베풀어주고(天時施大雨·천시시대우)/ 불볕엔 불기운(金氣) 남아 있네.(火氣伏餘金·화기복여금)/ 변방에 죄인으로 매여 있어도(紫塞南冠縶·자새남관칩)/ 붉은 마음 임금 향해 있었다네.(丹心北斗臨·단심북두림)/ 옆 등불은 보리 찧길 비추고(隣燈照舂麥·인등조용맥)/ 사람들 말소리에 (외로움) 더 심해진다네.(人語到更深·인어도갱심)

위 시는 조선 선조 8년에서 인조 16년까지 산 문사인 죽음(竹陰) 조희일(趙希逸·1575~1638)의 ‘말복’(末伏)으로 그의 문집인 ‘죽음집(竹陰集)’ 권 4에 수록돼 있다.

조희일은 예조·형조참판과 경상감사 등 벼슬을 했다. 문과 급제 후 여러 벼슬을 하다 북쪽 변방에서 옥을 산 모양이다. 그런 중에도 임금을 향한 충성심은 변치 않았다. 이제는 벼슬에서 물러나 늙어가면서 말하지 못하는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외로움에 젖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말복 무더위를 표현했다. 넷째 구 ‘복여금(伏餘金)’에서 알 수 있다. 이쯤이면 무더위가 꺾일 법도 한데 여전히 불기운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지난 7일이 입추, 9일이 말복(末伏)이었다. 복(伏)자는 가을철 금(金)의 기운이 대지로 내려오다가 아직 여름철 더운 기운(火)이 강렬해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있는 형상이다. ‘여름 불기운에 가을 쇠 기운이 세 번 굴복한다’는 뜻으로 복(伏)자를 써서 삼복(三伏)이라 한다. 복날에 대해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본기(秦本紀)’에 ‘二年, 初伏, 以狗御蠱(이년, 초복, 이구어고)’라는 말이 나온다. ‘진 덕공(秦 德公) 2년(기원전 676년), 처음으로 복날을 정하고 개를 잡아 제사를 올려 열독(熱毒)을 막았다’는 뜻이다.

여전히 비가 쏟아졌다가 무더위가 이어지는 날씨가 지속되지만, 입추와 말복이 지나니 아침과 저녁에 서늘한 기운이 있다. 더위를 많이 탄다는 한 지인은 필자와 통화에서 “입추와 말복이 지나니 확실히 기운이 달라졌다”고 했다. 오는 23일이 처서이다. 이번 여름 무더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독자 여러분께서도 잘 견뎌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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