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시론] 댐과 플라스틱의 딜레마- 조정우(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knnews 2025. 8. 1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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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반구대암각화'가 지난 7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반구대암각화는 선사 시대 한반도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어 1995년에 이미 국보로 지정된 바 있다.

이렇게 해서 반구대암각화는 대곡천의 사연댐과 대암댐 사이에 놓이게 되었는데, 문제는 하류의 사연댐은 방류 기능이 없어 집중호우로 상류의 대암댐에서 방류를 하면 사연호의 수위가 크게 높아져 반구대암각화가 잠길 정도로 수위가 올라가 버린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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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반구대암각화’가 지난 7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반구대암각화는 선사 시대 한반도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어 1995년에 이미 국보로 지정된 바 있다. 그런데 잘 알려져 있듯 반구대암각화는 대곡천이라는 하천에 바로 붙어 있어 하천 유량이 늘어날 경우 물에 잠겨 버리기 때문에 원형 보존에 큰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 일주일 만에 집중호우로 암각화의 저단부가 침수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이 물로 인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각도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수천 년 동안 형태를 유지해 온 반구대암각화가 물에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은 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인위적 행동 때문이다. 1965년 정부에서는 울산 지역의 용수공급을 위해 대곡천에 사연댐을 건설하여 사연호를 조성했다. 사연호로도 물공급이 충분하지 못하자 대곡천의 상류에 2005년 대암댐을 건설하여 대곡호를 완공하였다. 이렇게 해서 반구대암각화는 대곡천의 사연댐과 대암댐 사이에 놓이게 되었는데, 문제는 하류의 사연댐은 방류 기능이 없어 집중호우로 상류의 대암댐에서 방류를 하면 사연호의 수위가 크게 높아져 반구대암각화가 잠길 정도로 수위가 올라가 버린다는 데 있다.

반구대암각화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갈등은 바로 물 문제에 있다. 사연호는 울산의 주력 취수원이기 때문에 암각화 보존을 위해 수위를 낮게 유지한다면 울산시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충분히 공급하기 어렵게 된다. 즉 문화유산과 먹는 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울산광역시만 이러한 양립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니다. 경상남도에는 진양호와 합천호, 밀양호 등이 있어 취수원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정작 인구가 밀집한 창원, 김해, 양산 쪽에는 깨끗한 용수호의 물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다. 동부경남의 경우 상당량의 수돗물을 오염원이 많은 낙동강에서 바로 취수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극구 부인하겠지만 낙동강의 수질에 대해서는 각계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수질 전문가들은 낙동강에서 취수한 수돗물은 바로 음용하지 말고 정수기를 사용하고, 정수된 물도 한번 더 끓여 먹을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사다 마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낙동강의 수질이 오염원을 제거하여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동부경남 지역민들은 깨끗한 수돗물을 쓸 방도가 현재로서는 없는 것 같다. 남은 방법 하나는 수돗물 공급용 댐과 호수를 추가로 조성하는 것뿐인 듯한데, 이는 자연환경 파괴와 수몰이주민 발생 등의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수몰민에 대해서는 합당한 보상을 한다면 그나마 타협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댐 건설로 인한 자연환경의 변형은 돌이키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합천과 진주의 여름이 더운 이유 중 하나로 댐 건설을 지목하기도 할 정도로 댐 건설은 우리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댐을 짓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동부경남지역에는 깨끗하지 못한 수돗물이 공급될 수밖에 없다. 자연환경이 보존되면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두 사안은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사서 이 양립 불가능한 현실에 대응한다. 하지만 자연환경을 지키면서도 깨끗한 물을 마시겠다는 자구책은 플라스틱의 대량 사용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아 플라스틱 빨대조차도 쓰지 말자고 하는 시대에 말이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조정우(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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