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면 닿기 힘든 키오스크… ‘주문의 벽’
경험한 장애인 44.8% ‘대면 선호’
이용 편의성 향상·대책 마련 강조

많은 장애인이 상점 등에 설치된 ‘키오스크’(무인주문단말기)로 불편을 겪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의 키오스크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휠체어를 탄 뇌병변장애인 박성호(50)씨와 함께 지난 8일 오후 인천 계양구 한 카페로 향했다. 시원한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외부에 설치된 키오스크에 다가간 박씨의 손이 화면에 닿지 않았다. 눌러야 하는 화면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키오스크 화면이 위쪽으로 비스듬히 설치돼 있어, 빛에 반사돼 화면 글자도 잘 보이지 않았다.
이런 불편이 익숙하다는 듯 옆 사람에게 카드를 넘긴 박씨는 “야외에 있는 키오스크는 너무 높고, 실내에 있는 키오스크는 휠체어와 부딪혀 너무 불편하다”며 “활동지원사가 있어야만 도움을 받아 주문할 수 있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오문정(47)씨에게도 카드 결제, 포인트 등록 등 결제 절차가 복잡한 키오스크는 어렵기만 하다고 했다. 오씨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가게인 줄 모르고 점포에 들어갔다가 다른 손님의 도움으로 결제를 하고 나온 적도 있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본 장애인 277명 중 124명(44.8%)이 직원에게 주문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국장애인개발원 등이 전국 장애인 5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로, 지난 2021년 이후 두 번째 실태조사다.
세부 결과를 보면 장애인들은 대면 주문을 선호하는 이유로 ‘키오스크를 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해서’, ‘이용법이 어려워서’, ‘직원을 통한 주문이 더 빨라서’ 등을 꼽았다.
시각장애인 응답자만 보면 10명 중 7명이 키오스크보다 대면 주문을 선호했다. → 표 참조

시각장애인은 특히 키오스크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기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자도 많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를 보급하도록 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등을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또 ‘접근 가능한 무인정보단말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할 계획이다.
시각장애인 사회복지사 조영규(35)씨는 “햄버거 판매점 등 점원이 있는데도 대면 주문을 아예 받지 않는 상점들이 늘고 있다”며 “시각장애인용 기능이 있는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불편을 겪는 사람들에 대비해 대면 주문 받는 점원을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효은 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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