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포항 NO!… 육·해·공 품은 ‘보랏빛 도시’ 꿈꾼다
영일만관광특구에 2034년까지 총 1조3523억원 투입
해양레저·관광 인프라 갖춘 민간 투자 유치·육성 나서
내년 POEX 준공, 해상 케이블카·드론택시 운영 예정 등
체험관광·마이스 거점으로 연간 관광객 1200만명 목표


희거나 누런 소떼 사이에 보랏빛 소(Purple Cow)가 있다면 얼마나 주목받을까 상상해 보라. 세계적 마케팅 대가(大家)인 세스 고딘이 주장한 것처럼, 고객 마음을 사로잡는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상품만이 성공할 수 있다.
제철소가 들어서기 전 한적한 어촌이었던 포항시도 보랏빛으로 진화 중이다. 특히 민선 6~8기 10여 년 동안 이룬 성과가 눈부시다. 잿빛 철강도시에서 이차전지산업 허브로 변신한 데 이어 복합해양관광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해양레저관광도시 도약
포항은 최근 동해안 해양관광 지도를 바꿀 대형 프로젝트의 기반을 확보했다. 해양수산부의 '복합 해양레저관광도시' 공모에서 통영과 함께 선정됐다. 2034년까지 국비 1000억원 등 1조3523억원이 영일만관광특구(2.4㎢)에 투입된다.
이번 공모는 해양레저·관광인프라를 갖춘 곳에 민간 투자를 유치, '국가대표 관광거점'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포항과 통영, 시흥, 인천, 보령, 부산, 여수, 고창, 양양 등 전국 9개 자치단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친 이유다.
포항은 도심과 해안이 맞닿은 탁월한 입지와 KTX역·공항·항만 등 뛰어난 접근성이 강점이다. 전시컨벤션센터, 특급 호텔, 복합 마리나시설도 사업지구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체류형 관광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조만간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하고, 핵심 사업에는 국제 공모를 병행할 계획"이라며 "주민 의견도 적극 반영해 지역 주도형 프로젝트의 성공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2034년 국내외 관광객 1200만명 목표
한반도 동쪽 끝, 호미반도 관광인프라 민간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코스타밸리 관광휴양지구 개발사업'과 '호미곶 골프·리조트 조성사업'이 지난달 도시관리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전체 사업비는 1조원이 넘는다.
코스타밸리 관광휴양지구(장기면 두원리 일원)에는 500실 규모의 숙박시설과 골프장, 펫파크, 푸드테크관광센터 등이 들어선다. 초고령화 시대를 반영한 웰니스센터, 온천시설로 아시아 최고 수준의 장기체류형 리조트를 표방한다.
지역 숙원사업으로 남아 있던 호미곶 골프·리조트 조성사업(호미곶면 구만리 일원)은 2027년 연말 준공 목표로 재추진되고 있다. 다양한 휴양·레저시설 개발이 마무리되면 일자리 창출 등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시 관광산업과 관계자는 "앵커시설들이 갖춰지면 스페이스워크, 죽도시장 등 개별 관광지, 드라마 촬영지 중심 관광에서 벗어나 연간 관광객이 현재 700만명대에서 2034년 1200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크루즈에서 UAM까지… 차별화된 체험관광
포항은 비수도권이라 하더라도 지방정부가 독자적 비전과 실행력을 갖춘다면 기업 투자 유치에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차전지 소재산업에 이어 관광 분야에서도 민간 투자 제안이 속속 접수되고 있다. 해상케이블카와 도심항공교통(UAM)을 결합한 관광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민간사업자 측은 영일대해수욕장 일대에 1412억원을 투자해 케이블카(1.8km)와 '드론택시'(3대)를 운영하겠다고 제안했다. 해안은 케이블카, 도심과 상공은 전기식 수직이착륙기(eVTOL)가 연결하는 복합형 체험관광 모델이다. 시는 공론화 절차를 거쳐 추진 여부를 신중히 결정할 방침이다.
해당 사업이 포항시의 철저한 타당성 검증을 통과한다면 포항은 그야말로 육해공(陸海空)을 아우르는 체험거리를 갖추게 된다. 영일만을 가로지르는 영일만대교, 포항과 삼척을 잇는 동해중부선 열차 및 KTX에다 영일만항을 모항(母港)으로 하는 국제 크루즈관광도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국내 건조 첫 크루즈 선박인 팬스타 미라클 호는 지난 6월 일본 방문 일정을 진행했다. 앞서 5월에는 초호화 크루즈인 시닉 이클립스II 호가 영일만항에 입한한 바 있다.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오는 해외 참가자들도 영일만항에 정박한 크루즈 선박에서 묵을 예정이다.
■비즈니스·레저가 함께 가능한 블레저(Bleisure) 도시
창조적이고 활력 넘치는 '블레저(Business+Leisure) 도시'로 전환하려는 포항의 '최종병기'는 2026년 준공하는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이다.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의 핵심 거점이다. 2166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건립한다.
약 2000명을 동시에 수용하는 컨벤션홀을 갖춘 이곳은 국내 유일의 도심 해변 전시공간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영일대 해수욕장까지 걸어서 5분 남짓이다. 지역 주력산업 관련 전시회는 물론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문화행사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포항시는 다채로운 개장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다. 산업전시회, 탄소중립 등을 주제로 한 글로벌 포럼, 국제 관광문화융합박람회 등이 검토되고 있다. 각종 행사를 지원할 인력 양성을 위해 '포항 마이스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포항은 이미 지난 5월 '세계녹색성장포럼'(WGGF)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역량을 확인했다. 앞으로는 POEX의 시그니처 국제회의로 육성, 스위스 다보스 포럼 같은 국제적 영향력과 권위를 갖춘 행사로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포항시는 특히 2027년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협의회(ICLEI) 총회', 2028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3)를 유치해 국제도시로서 위상을 한층 높일 계획이다. 이강덕 시장은 "대도시들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명확한 포지셔닝과 특색 있는 산업·문화 정체성을 앞세워 마이스산업을 지역의 미래 100년 캐시 카우(Cash cow·수익창출원)로 키우겠다"며 "POEX는 포항과 세계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경북도민일보 | www.hidomin.com | 바른신문, 용기있는 지방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