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콘텐츠 핵심은 인재…부산, 체계적 육성 시스템 구축을
- ‘예술과 기술’ 겸비한 인재 양성
- 기업·대학·지자체 앞다퉈 나서
- 부산서도 AI영화제·워크숍 개최
- 부산외대 융합캠 개소 등 눈길
- 컨트롤타워 설립 장기 추진 땐
- 관련 산업 경쟁력 선점 기대
AI(인공지능)가 영화·영상 생태계를 뒤흔들면서 콘텐츠 업계에서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시나리오 작성과 영상 편집은 물론, 배우의 연기까지 AI가 일정 부분을 대체하거나 주도하면서 수도권에 집중돼 있던 산업 구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I 기술에 대한 이해와 예술적 감각을 고루 갖춘 전문 인력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해졌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민간 기업과 대학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AI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뛰어들며 창작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영화·영상산업 특화 도시를 표방하는 부산도 이에 대해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지만,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자체마다 인재 키우기 움직임
영상 콘텐츠 분야 AI 인재 키우기에 발 빠르게 나선 곳은 경기도이다. 경기도 부천시는 지역에서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SBS A&T(SBS 자회사)와 손잡고 ‘AI영상교육센터부천’을 설립해 향후 5년간 AI 영상 콘텐츠 인력 1만 명을 육성하기로 했다. 국내 대표 장르 영화제인 BIFAN은 올해 행사에 A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빠르게 시대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BIFAN 김준종 사무처장은 “향후 AI가 영화·영상산업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현재의 교육센터를 발판 삼아 체계적인 AI 인재 양성과 연구를 할 수 있는 ‘AI 영화학교’ 설립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부터 ‘AI 콘텐츠 창작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영상·음악·웹툰·교육 등 분야별로 특화된 AI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포트폴리오 제작과 경기콘텐츠진흥원 주관 행사 및 전시에 참여할 기회도 제공해 교육생들이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에는 경기도 주최, 경기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국내 최초의 AI 영화제 ‘제1회 대한민국 AI국제영화제’를 열기도 했다.
다른 지역도 경쟁적으로 AI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6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제주대학교와 ‘런케이션(학습(Learning)+휴식(Vacation)) 활성화 및 문화예술·인공지능(AI) 콘텐츠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한예종 학생들은 제주에 체류하며 AI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제주도가 추진하는 AI영화제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또 AI 기술과 지역 문화를 결합한 신규 콘텐츠도 개발한다.
경상북도는 지난 5월 ‘AI 융합 전문 인력 양성 사업 발대식’을 열고 실무형 인재 육성에 나섰다. 해당 과정에 참여한 교육생은 실무 중심의 AI·가상융합 콘텐츠 교육을 이수한 뒤 오는 9월 열리는 ‘2025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에서 직접 제작한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AI 기반 영화·영상 창작이 본격화한 지 채 3년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부터는 전국 각지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인재 양성 사업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서도 AI 인재 양성 본격화
부산에서도 영화·영상 분야에서 AI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의전당은 지난해 12월 부산 최초의 AI영화제 ‘제1회 부산국제인공지능영화제(BIAIF)’를 개최했다. 행사에서 AI 관련 영화 22편을 상영했으며, 본 행사에 앞서 생성형 AI를 활용해 직접 영화를 제작해 보는 ‘AI 영화제작 워크숍’도 가졌다. 오는 12월 제2회 부산국제인공지능영화제를 열기 위해 현재 작품 공모를 진행 중이다.
부산외국어대학교는 지난 5일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부산 해운대구 우동) 3층에 ‘AI융합연구캠퍼스’를 개원했다. 부산외대는 이곳에서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구글 등과 AI 관련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영화·웹툰·게임 등의 문화 산업과 연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는 지난 2월 AI산업 관련 전담팀(TFT)을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 지난 5월 특수효과 전문 스튜디오 웨스트월드와 협업해 ‘AI 전문인력 양성교육 워크숍’을 개최했다. 또 영상위가 운영 중인 부산아시아영화학교에도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 ‘상업영화에서의 AI 적용 사례’ 등 관련 강의를 신설해 진행했다.
▮컨트롤타워 설립, 기업 육성 병행을
이처럼 부산에서도 영화·영상 콘텐츠 분야 AI 인재를 양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실효성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양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금의 교육은 대부분 단기 워크숍에 그치고 있고, 운영 주체도 분산돼 진로 연계나 후속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산이 이미 우수한 콘텐츠 제작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만 구축된다면 인재 양성에 있어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부산아시아영화학교와 ‘한-ASEAN 차세대 영화인재육성사업(FLY)’ 등 국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영화인을 대상으로 한 AI 콘텐츠 창작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MAF이미지웍스(영상 후반작업 전문업체) 차시영 대표는 “부산은 최신 LED 월 장비를 갖춘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와 고사양 편집·후반작업이 가능한 영상후반작업시설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새롭게 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다른 지역보다 조건이 유리하다”며 “다만 인프라를 아우르고 전문 인력을 키우면서 진로 연계와 후속 관리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교육을 통해 길러진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해 활동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활용한 민간 협력 R&D를 강화하고 관련 기업 육성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 내에 일할 기업과 일자리가 없다면 AI 인재를 키우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OGNR랩(AI 스튜디오) 심재홍 대표는 “AI의 등장으로 영화·영상 산업에서 모든 지역이 같은 출발선에 섰다”며 “인재 양성과 함께 기업 육성과 R&D 지원이 균형 있게 이뤄진다면, 부산이 영화·영상 콘텐츠 산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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