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방송사 지배구조보다 시급한 것들

2025. 8. 10. 18:3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지난 5일 방송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보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말하자면 방송에 대한 외부의 관여를 줄여보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는 정치적 영향력 배제를 명분으로 내걸었다. 속내는 진보와 보수 이념 스펙트럼의 연장선에서, 우리 편을 방송사 경영진으로 뽑거나 아니면 상대편을 최소한 뽑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개정된 방송법을 구체적으로는 살펴보면, 공영방송 KBS의 이사를 15명으로 확대하고 이사추천권을 국회교섭단체(6명), 구성원(3명), 시청자위원회(2명), 방송 관련 학회 (2명), 변호사단체(2명)로 배분했다. 또 사장후보국민추천위를 설치하고,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100명 이상의 위원을 선출하여 3인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도록 절차를 마련하였다. 민주당은 오는 8월 하순 방송문화진흥회법(MBC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킬 예정이다.

방송사 지배구조의 논의는 케케묵은 과제다. 논의가 늘 답보 상태였던 이유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힘의 우위로 방송법을 통과시키면서 “공영방송 이사추천권을 다양화하면서 정치적 후견주의를 탈피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진보-보수의 이념 전선을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저널리즘 연구자의 입장에서 공영방송 사장의 교체 방식보다는 어떤 보도가 부족한지, 어떠한 보도가 늘어나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더 많다. 현재 공영방송이 세상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전달해주지 못한다는 답답함에서 저널리즘 내용적 측면에서 새로운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내 방송뉴스의 가장 큰 특징은 한마디로 정치 뉴스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여야의 대립과 갈등은 물론 정치권 내부 혼란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적폐 청산-내란 척결 등 정권이 바뀌면 반복되는 정치 보복은 이제 일상화가 되었다. 그러면서 정치 뉴스의 비대화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김건희 여사의 신발 사이즈를 상세하게 보도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반면 정작 중요한 경제 뉴스, 지역 뉴스, 국제 뉴스는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 특히 지역 뉴스는 너무 부족하고, 국제 뉴스는 편협하다. 지역 소멸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뉴스는 언제나 서울 중심이다. 지역의 뉴스는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와 화재 등 사고와 사건에 집중된다. 지역 산불을 보도하면서도 “피해 지역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몇 배”라는 서울 중심의 사고도 묻어난다. 공영방송 뉴스에서 지역성 강화를 위한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공영방송사가 서울에 위치한 것이 원인이라면 KBS 이전을 비롯, 다각도의 고민이 공론화되어야 한다.

국제 뉴스는 한숨부터 불러일으킨다. 한국언론연감에 따르면, KBS는 2024년 7개국에 9개 지국을, MBC는 5개국에 6개 지국을 각각 운영 중이다.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 배치된 특파원은 없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이란 등 전쟁국가에 파견된 특파원은 아예 없다.

이러한 보도에는 전문성도, 생동감도 없다. 한국인의 시각이 아니라 서양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의 공영방송 뉴스라고 말하기에는 민망하다. 이웃 일본 NHK의 경우 2024년 22개국에 29개 지국을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의 경우 해당국에서 30년 이상 취재하는 특파원도 여럿 있다.

지난 6월 발표된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31%에 불과했다. 조사국 48개국 중 37위 수준이다. 그나마 방송 뉴스가 신문 뉴스보다 조금 신뢰도가 높았다. 하지만 국민의 76%가 모바일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면서 TV 뉴스 소비는 매년 급감하는 상황이다.

과거 신문 뉴스가 네이버 중심으로 재편되었듯이, 방송 뉴스 역시 유튜브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TV의 광고 수익이 연간 20%씩 하락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사고는 위태하다. 지금은 방송 뉴스의 유튜브 종속을 걱정하며 양질의 방송 뉴스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