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이전틱 AI’가 바꾸는 산업안전

안전·보건·환경(SHE)은 더 이상 부가적인 기업 관리 항목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SHE는 기업 경영의 최우선 리스크이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와 공급망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단 한 건의 중대재해는 기업에게 수조원의 손실은 물론, 협력망 탈락과 투자 회피로 이어지는 구조적 리스크로 확산된다. 때문에 SHE는 곧 기업 생존과 직결된 핵심 인프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수기 점검과 사후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점검 위주 체크리스트와 교육 캠페인으로는 반복되는 SHE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이제는 사고 이후가 아닌, 사고 이전에 행동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이 필요하다. 그 해답이 바로 인공지능(AI)에 있다.
특히 ‘에이전틱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경고를 보내는 수준을 넘어섰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상황을 판단하며, 필요 시 즉각 실행까지 수행하는 지능형 실행 시스템이다. SHE 영역에서 고위험 지역이나 반복된 리스크를 AI가 자체 판단해 작업 중단을 트리거하거나 관리자 개입 없이도 경고·격리·통제 등 이행 조치를 할 수 있다. 기존 ‘AI가 보조하고 인간이 판단’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AI가 판단하고 인간이 검증·승인’하는 새로운 협업 방식이 가능해진다.
이미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에이전틱 AI를 통해 산업안전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산업설비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포착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업을 정지시키고 관리자에게 알린다. 지멘스는 건설 및 제조 현장에 영상 기반 AI를 도입해 보호구 미착용이나 위험구역 접근 등 작업자의 실시간 위반 행위를 즉각 탐지·조치한다. 모두 공통적으로 ‘예방’ 중심, ‘실행’ 중심이라는 구조적 전환을 이룬 사례다.
국내 일부 대기업들도 사물인터넷(IoT) 기반 모니터링과 AI 영상 인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나 에이전틱 AI 수준의 자율실행시스템을 적용한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특히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전략 부재와 인력 부족, 초기 투자 부담 등으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SHE의 디지털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전략이며, 이제는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닌 전사 실행 체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에이전틱 AI는 SHE를 넘어 전사 운영의 방식 자체를 바꾼다. 데이터를 단순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 기반으로 위험을 예측해 행동까지 연결하는 디지털 실행 시스템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는 SHE 투자 효과를 실질적인 투자대비수익(ROI)과 운영개선(OI)으로 연결하는 핵심 고리이자 안전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SK AX는 이런 전환을 AI 전환(AX) 전략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 단순한 시스템 공급을 넘어 고객과 함께 현장 리스크를 진단·정의하고 실행 가능한 AI 시나리오를 설계한다. 실제로 AI가 작동해 효과를 입증하는 실천형 접근 전략을 지향한다. ‘SHE 리스크는 실제로 줄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하며, 에이전틱 AI를 그 답이 될 수 있는 도구로 제시한다.
SHE는 이제 단기 규제 대응의 대상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신뢰를 증명하는 핵심 운영 전략이다. 전사 핵심성과지표(KPI)와 연결된 AI 실행 체계를 갖추는 기업만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과거 방식에 머무르는 기업은 규제 대응 실패, ESG 평가 하락, 협력망 제외 등 현실적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제 SHE는 AI로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그 AI는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AI여야 한다. 산업안전의 미래는 이미 달라지고 있다. 바로 지금이 SHE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다시 써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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