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2025 경주APEC, 유튜브를 위한 진수성찬 준비하라

경주 기와집의 얼굴무늬 수막새를 본 적이 있나요? 경주 기와집 지붕의 기왓골 끝에는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 모습의 기왓장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것을 수막새라고 합니다. 도드라진 이마에 반듯하고 듬직한 코가 연결되고, 가늘고 긴 두 눈과 미소 머금은 입술이 너무 자연스러워 '신라의 미소'라고 불립니다. 예부터 위엄을 높이고 재앙을 피하기 위해 기와집을 짓고 조각을 하였는데 얼굴무늬 수막새도 재해를 방지하고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는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재미난 것은 악마나 마귀를 경계하는 조각이나 그림들은 불교사찰 입구에 버티고 있는 '4대 천왕'처럼 무서운 모습이 일반적인데 경주 수막새는 보통 사람의 얼굴 모습을 새겼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웃는 얼굴로 만들었네요. 악마나 마귀, 재해나 재앙도 웃는 얼굴은 해치지 못할 것이라는 순수한 마음일까요? 경주의 얼굴무늬 수막새는 7세기경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고 2018년 11월 27일 보물로 지정되어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2025 경주 APEC을 찾는 유튜브와 파워 인플루언스들이 보게 된다면 분명 앞다투어 소개할만한 이야깃거리입니다. 단풍이 절정에 이른 시월 마지막 날에 경주 APEC을 찾는 귀한 손님들이 지붕마다 자리한 천년 미소의 수막새를 본다면 얼마나 감격할까요. 덩달아 손님을 청하는 경주의 격조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품격도 지고지순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신라의 미소와 가을, 귀빈들의 마음이 함께 어우러져 APEC회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얼굴무늬 수막새를 소개할 유튜브들의 눈과 입이 꼭 필요합니다.
유튜브들도 정보와 홍보의 시대에 맞춰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초기의 엉성하고 단편적인 영상에서 벗어나 주요 콘텐츠와 체계를 가진 고급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앉아서 세상 구석구석을 보고 느끼려는 구독자의 수에 비례해서 유튜브의 수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영상 제작의 주체도 국적별로 계층별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하여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까지 다채롭습니다. 알고리즘이 작동되어 특정 주제를 검색하면 관련 영상들이 지겹도록 연결되고 있습니다. 만약 유튜브들이 경주를 찾는다면 2025 경주APEC을 검색하면 경주와 경상북도, 대한민국이 가진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 즐길거리들이 줄줄이 나올 것입니다. 유튜브의 장점은 그들의 시선과 카메라가 숨겨진 구석구석을 후벼 파고 들춘다는 점입니다. 때론 예의도 없고 몰상식해 보이지만 그 역시도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득템입니다. 아무나 볼 수 없는 세상 구석을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다행이지요.
구독자도 연령별, 계층별로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아이에서 노인까지 연령대도 다양화되고 검색하는 주제들도 무한합니다. 생활 모습과 사회상, 등장인물들의 옷, 신발, 사는 공간, 도로, 먹거리도 주어가 됩니다. 솔직하고 진솔한 모습을 공유하면서 공감하고 응원합니다. 아주 유치하고 저급한 수준의 영상들도 해학적으로 표현되어 구독자들을 편안하게 합니다. 유튜브 중에는 아주 전문적인 영역을 다루는 이들도 많습니다. 역사나 문화 분야에서는 전문가 수준에 이를 정도로 객관적이고 유익한 내용도 있습니다. 실생활이나 여행에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정보도 많습니다. 특히 건강과 음식, 요리 관련 영상이나 아이디어는 모두가 함께 공유해도 좋을 내용이 많습니다. 누구나 유튜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도 있지만 정보의 독점체제가 해체되고 지적 수준이 평준화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고위 관료나 유명한 학자들의 일방적인 이야기보다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유튜브들이 더 친숙하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경주APEC 성공의 관건은 유튜브들의 시선강탈 여부에 달렸습니다. 그들이 솔깃할 맞춤형 먹잇감을 제공해야 합니다. 만약 그들이 '경주는 왜 모든 건물들의 지붕들이 기와일까?'라는 호기심을 가질 때 경주APEC의 성공신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시월 마지막 날의 단풍이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이유가 검은색 기와지붕과의 배색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면 얼굴무늬 수막새와 복(福)이 새겨진 최근의 수막새에 얽힌 사연도 알게 될 것입니다. 전세계에서 온 유튜브가 전통 한옥에서 최첨단 기술 시대까지 초지일관 점철된 '미소'에 주목하고 그들의 눈과 입이 세계인에게 '미소'를 전달하면 경주와 경상북도, 대한민국은 세계인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 수 있습니다. 그래야 경상북도가 최근 비즈니스(business)와 레저(leisure)를 합쳐 만든 블레저(bleisure) 관광프로그램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의 앵글이 경주OK그린목장을 겨냥하면 한우 갈비찜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쏜살같이 경주로 달려올 것입니다. 2030세대를 위한 맞춤형 마케팅도 유튜브들의 좋은 먹이가 될 수 있습니다. 유튜브들은 보이지 않는 것도 보는 능력이 있습니다. 가을에 열리는 경주 APEC에서도 만개한 봄의 벚꽃을 보여주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손님들은 내년 봄에도 경주를 찾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유튜브는 정상회의 기간 동안 회의장 분위기, 대표단의 활동, 자원봉사자와 시민 참여 모습 등 현장감 있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경주 APEC을 알리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아낌없는 배려와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원래 APEC은 냉전 붕괴의 어수선한 상황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입니다. 2025 경주APEC도 잔치를 준비하고 손님을 맞는 궁극적인 이유가 '경제'라는 점을 각골 명심해야 합니다. 경주와 경상북도를 살릴 도시외교이자 대한민국을 홍보할 공공외교의 장이 되어야만 경주APEC도 성공하는 것입니다. '신라의 미소'에 매혹된 유튜브가 세계인들을 경주로 모셔서 마음도 열고 지갑도 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