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노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비상벨 보급 제자리
1인 근무 빈번…폭력·범죄 노출
경기도 예산 부족…지원 오히려 줄어

취약계층 돌봄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경기도 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 돌발적인 폭력과 범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최근 야간 근무 중이던 종사자가 스토킹 범죄로 목숨을 잃는 참변까지 발생했지만, 정작 생명줄과 다름없는 '경찰 긴급호출 비상벨' 보급 사업은 예산 논리에 밀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1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회복지시설은 노인과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 다양한 계층에게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 전초기지다. 특히 인구 1,400만 명의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회복지시설이 밀집해 있다. 보건복지부의 올해 6월 통계에 따르면 도내 시설은 9,311곳으로 전국 전체 시설의 약 25%를 차지한다. 이는 서울(5,335곳)이나 인천(2,099곳)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다.
문제는 운영 구조의 취약성이다. 상당수 시설이 민간 위탁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2~3교대 근무 체계임에도 야간에는 인력 부족으로 1인 근무가 상시화되어 있다. 이용자와의 밀접 접촉이 필수적인 환경에 더해 분노조절장애나 심리적 불안정성이 큰 대상자를 상대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위험 노출 빈도는 매우 높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의정부의 한 복지시설에서는 홀로 근무하던 50대 요양보호사 A씨가 스토킹범의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쓰러진 뒤 한참이 지나서야 동료에게 발견됐으나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사고가 난 시설에는 위급 상황을 알릴 비상벨조차 없었다. 현재로서는 종사자 개인이 호신용품을 구비하는 것 외에는 제도적 안전망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경기도는 2년 전부터 사회복지사협회를 통해 경찰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비상벨 설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 비상벨이 설치된 수원, 하남, 안양 등지에서는 경찰의 신속한 출동으로 위기를 넘긴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가해 의사를 억제하는 예방 효과도 증명됐다.
하지만 보급 속도는 참담한 수준이다. 지원 규모는 2023년 20곳, 2024년 36곳으로 느는 듯했으나 올해는 18곳으로 오히려 반토막 났다. 도 예산이 사회복지사 인권 보호 전반에 쪼개어 사용되다 보니 비상벨 설치에 투입할 여력이 줄어든 탓이다.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관계자는 "현장 수요는 폭주하고 활용 사례도 늘고 있지만, 현재 예산으로는 설치율이 턱없이 낮아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관계자 역시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아 사업비가 축소된 측면이 있다"고 시인했다.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피해는 이미 수치로 증명된 바 있다. 2020년 실태조사 결과 종사자 10명 중 2명이 폭력을 경험했으며, 2021년 수원시인권센터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7%가 괴롭힘과 폭력 피해를 호소했다. '복지 경기'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서 종사자들의 생명권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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