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노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비상벨 보급 제자리

김현우 기자 2025. 8. 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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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민간 위탁, 최소 인력 운영
1인 근무 빈번…폭력·범죄 노출
경기도 예산 부족…지원 오히려 줄어
▲ 경기도의 예산 지원으로 도내 사회복지시설에 설치된 비상벨. 위급상황에서 신속히 경찰을 부를 수 있을 뿐더러, '잠재적 가해'에 대한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제공=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경기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 돌발적인 폭력이나 범죄에 노출되는 상황이 잇따르면서, '경찰 긴급호출 비상벨' 확대 보급이 시급해졌다. 최근 혼자 야간 근무 중이던 종사자가 스토킹 범죄로 목숨을 잃는 사건까지 발생했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비상벨 보급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1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회복지시설은 취약계층 돌봄과 일상생활 보호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가정폭력 피해자 등 다양한 범위에서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구 1400만명의 경기도는 전국에서 사회복지시설이 가장 많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도내 사회복지시설은 9311곳으로, 전국 비중의 약 25%에 이른다. 같은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5335곳), 인천(2099곳)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대부분 민간 또는 민간위탁 형태로 운영되고, 인건비 기준도 제한적이어서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3교대나 2교대 근무를 하지만 야간 교대 인력이 부족할 경우 1인 근무가 빈번하다. 민원·상담 등으로 외부인 출입이 활발하고, 종사자가 이용자와 '밀접 접촉'을 해야 하는 환경 탓에 위험 노출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신질환, 학대 피해, 분노조절장애 등 심리·행동 불안정성이 큰 이용자를 상대하는 경우도 잦다.

지난달 26일 의정부의 한 시설에서는 50대 여성 요양보호사 A씨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 혼자 근무 중이던 A씨는 범인에게 공격을 당해 쓰러졌고, 나중에 동료에게 발견됐다. 범인은 평소 A씨를 스토킹하던 남성이었다. 하지만 시설이나 종사자가 자체적으로 호신책을 마련하는 것 외에 제도적 안전장치는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이에 도는 2년 전부터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에 '비상벨 설치' 관련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시설 내 설치된 비상벨 버튼을 누르면 경찰이 즉시 출동하는 방식으로, 위급 상황에서 신속 대응이 가능하다. 실제 수원·하남·안양·의정부·김포 등 비상벨이 설치된 시설에서는 위기를 극복한 사례도 있다. 비상벨은 '잠재적 가해'를 억제하는 예방효과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확대 속도는 매우 느리다. 도 예산은 사회복지사 인권 보호 전반에 사용되기 때문에 비상벨 설치만을 위한 여력이 부족하다. 지원 규모는 2023년 20곳, 2024년 36곳에서 올해는 18곳으로 오히려 줄었다. 사건이 발생한 의정부 시설 역시 비상벨은 없었다.

협회 관계자는 "비상벨 자체가 예방 효과가 있고, 실제 활용 사례도 늘고 있다"며 "현 지원 예산으로는 수요 대비 설치율이 턱없이 낮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예산 사정이 좋지 않아 지난해 사업비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가 지난 2020년 도내 사회복지종사자 11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10명 중 2명꼴(19.5%)이 굴욕감, 괴롭힘, 폭력 등의 피해를 경험했다. 2021년 수원시인권센터 조사에서도 대상자 150명 중 무려 67%가 피해 경험을 털어놨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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