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호의 넥스트 프레임] 의대의 나라, 공대의 침묵

한국의 청춘은 한때 컴퓨터 앞에서 밤을 새웠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이 손끝을 타고 흐르고, 기계 속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빛났다. 그러나 오늘 한국의 가장 똑똑한 10대는 이렇게 묻는다.
"내가 굳이 공과대학을 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 질문 앞에서 공대는 침묵한다. 그리고 그 빈틈을 다른 나라들이 메운다.
중국은 다르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양자컴퓨팅, 미래산업의 핵심을 차지하겠다는 집념으로 막대한 자본과 인재를 투입한다. 강의는 중국어로 진행되고, 강사는 해외 석학이다. 전국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기술의 격전장에서 부딪히며, 강의실은 국가전략의 전초기지다. 칠판 위 수식과 코드가 국가 경쟁력이 된다.
이제 이런 풍경은 한국 안에서도 나타난다. 일부 대학에서는 중국어로 진행되는 인공지능 강좌가 열린다. 국경을 넘은 것은 교수뿐 아니라, 언어와 사고방식까지다. 교육의 무게중심이 조용히 이동한다.
한편, 한국의 학부모들은 불 꺼진 거실에서 의과대학 정시 통계를 분석한다. 계산기와 표, 모의지원 프로그램이 새벽까지 켜져 있다. 모든 에너지가 안정과 안전, 그리고 생존으로 향한다. 그사이 공대의 교실은 비고, 연구실의 불은 예전보다 일찍 꺼진다. 이 공백은 수년 뒤 산업 경쟁력의 공백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속도다.
세상은 훨씬 더 빠르게 복잡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사람 대신 코드를 작성하고, 신약을 설계하며, 판결을 보조한다. 자율주행차는 도로 위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로봇은 공장뿐 아니라 병원과 가정으로 들어왔다. 이 기술을 주도하는 자가 세상의 룰을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 왜 이렇게 조용한가?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진로 선택'이 아니다. 방향과 의지, 즉 '진심'이다. 세상을 고칠 것인가, 아니면 세상을 만들 것인가. 한 사람의 몸을 치료할 것인가, 아니면 세상의 구조를 재편할 것인가 선택의 순간은 이미 왔다.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머뭇거릴 시간은 없다.
지금의 침묵이, 미래의 침몰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기술을 만든 나라와 소비만 한 나라의 미래는 결코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어느 쪽에 설지 정해야 한다. 그 선택이 곧 국가의 생존과 몰락을 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