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축구 인생 3막, 스포츠 천국에서 열린다
내년 북중미월드컵 대비와 함께 선수생활 이후 로드맵까지 그려
(시사저널=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축구 선수로서의 마지막 챕터를 준비하는 손흥민의 선택지는 유럽도 중동도 아니었다.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북미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프로 커리어 제3막을 펼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연고로 하는 LAFC에 입단한 손흥민은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토마스 뮐러 등과 함께 미국 축구시장의 새로운 개척자로 나선다.
손흥민은 8월2일 서울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친선전을 하루 앞두고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토트넘 퇴단을 전격 발표했다. "영어도 할 줄 모르던 소년으로 와서 좋은 선수이자 어른이 돼 떠난다. 지금이 토트넘과 작별하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해 몇 주 전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국에서 토트넘과의 10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뜻깊었다. 하루 후인 8월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 뉴캐슬의 친선전은 손흥민을 위한 작별 무대였다. 선발 출전한 손흥민이 후반 20분 교체돼 나가자 경기는 2분가량 멈췄다. 양팀 선수들이 박수를 보내고 포옹을 하고 등을 두드리며 레전드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했다. 벤치로 돌아와 코칭스태프와 일일이 인사를 나눈 손흥민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글로벌 전략 강화하며 유럽 추격하는 미국 선택
2015년 이적료 400억원을 기록하며 축구 제1막인 독일 무대를 떠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건너온 손흥민은 10년간 토트넘에만 몸담았다. 토트넘 소속으로 통산 454경기에서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2021~22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지난 5월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들며 토트넘에 17년 만의 우승을 선사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나는 것이 공식화되자 전 세계 미디어와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헌사를 보냈다.
토트넘 선수단은 경기 직후인 8월3일 밤 출국했지만 손흥민은 홀로 한국에 남았다. 그는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으로 향했다. LAFC는 7일(한국시간) "토트넘으로부터 손흥민을 완전 영입했다"며 "축구 역사상 가장 재능 있고 인기 있는 아시아 선수 중 한 명인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간 활약한 끝에 LAFC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시즌 종료 후 손흥민은 토트넘 잔류 여부에 대해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예상과 달리 토트넘은 지난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손흥민에게 재계약을 제안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물러나고 새로 부임한 토마스 프랭크 감독도 동행을 원했다. 하지만 최근 부상 빈도가 잦아지며 팀에 대한 공헌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 손흥민은 유로파리그 우승을 기점으로 토트넘을 떠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사실 미국보다 중동의 오퍼가 훨씬 매력적이었다. 이적료와 연봉 등 모든 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복수 구단이 LAFC의 3배에 달하는 규모를 제시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자신의 축구 인생에 가장 큰 버팀목인 아버지 손웅정씨와 깊은 고민을 했다. 돈보다는 축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그 부분에서 중동보다는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며 유럽을 무섭게 쫓고 있는 미국 무대가 낫다고 봤다. 내년 6월 열리는 북중미월드컵은 국가대표 손흥민이 활약할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라스트 댄스를 준비한다는 의미도 있다.

메시에 이어 MLS 리그에서 두 번째 높은 연봉
7월초부터 손흥민과 LAFC는 수차례 미팅을 가졌다. 손흥민은 자신을 10년간 믿어준 토트넘에 대한 마지막 보답을 원했다. 잔여 계약이 1년 남은 만큼 이적료가 발생하는데 LAFC는 2650만 달러(약 368억원)의 이적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손흥민이 10년 전 토트넘에 합류할 당시의 이적료에 근접하는데, 이는 MLS 역대 최고 이적료다. 기존 기록은 애틀랜타 유나이티드가 지난 2월 공격수 엠마누엘 라테 라스를 영입하며 쓴 2200만 달러였다.
LAFC는 연봉에서도 예우를 갖췄다. ESPN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손흥민이 LAFC에 입단하며 메시에 이어 리그 두 번째로 높은 연봉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메시는 약 280억원의 연봉을 인터 마이애미로부터 수령하고 있다. 그다음은 역시 인터 마이애미로부터 120억원을 받는 세르지오 부스케츠다. 토트넘에서 180억원가량의 연봉을 받았던 손흥민은 그보다 적지만 MLS 기준으로는 메시 다음이라는 확실한 대우를 받게 된다.
가레스 베일, 조르지오 키엘리니, 올리비에 지루 등 유럽의 슈퍼스타를 영입했던 LAFC는 현재도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같이 뛴 위고 요리스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해 손흥민을 영입하는 것은 역대급 수입과 효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LA는 32만 명이 넘는 한인이 거주할 만큼 대한민국을 제외하면 한국의 영향력이 가장 큰 도시다. 토트넘 시절 홈경기 때마다 20억원 내외의 유니폼, 티켓 판매 효과를 발휘한 손흥민이 LAFC에서도 그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메시 영입 후 강력한 글로벌 정책을 가동하고 있는 MLS도 손흥민 영입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2023년 메시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닌 미국을 택하며 엄청난 상업적 성장을 하는 가운데 손흥민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중요한 첨병이 된다. MLS는 이번 여름에만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밴쿠버 화이트캡스), 로드리고 데폴(아틀레티고 마드리드→인터 마이애미)에 이어 손흥민이라는 또 한 명의 대형 신입생이 입성했다.
메시 입성을 계기로 애플TV+와 10년간 3조4700억원이 넘는 초대형 중계권 계약을 맺은 MLS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과 중계권 협상을 통해 상업성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전통적으로 LA를 연고로 하는 스포츠 구단이 박찬호, 노모 히데오, 홍명보, 류현진, 오타니 쇼헤이 등 아시아 스타들을 데려온 후 티켓 파워를 체감했기에 손흥민 효과는 다시 한번 LA와 미국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도 엄청난 시장성에 걸맞은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한 미국 스포츠 세계에서 선수 이후의 인생을 준비한다. 현역 선수 은퇴 후 지도자가 아닌 행정가와 사업가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손흥민은 최대 스포츠 마켓과 할리우드라는 전 세계 셀럽들의 본거지가 있는 LA에서 엄청난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 미국 스포츠는 성공한 기업인 외에도 스포츠 스타, 연예인들이 구단의 투자자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LAFC도 농구 레전드 매직 존슨, 야구 스타 노마 가르시아파라, 여자축구의 아이콘 미아햄, 유명 코미디언 겸 작가 윌 페럴 등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구단주로 활동 중이다. 축구의 본거지인 유럽을 떠나 프로스포츠의 천국인 미국에서 손흥민은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시야를 넓힐 수 있다.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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