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생계 짊어진 가장의 죽음… 배달라이더 제도적 안전장치 시급
친형도 과거 배달 사고로 휠체어…홀로 생계 유지
배달 단가 하락에 미션제 뛰어들어…유상운송보험 의무화 아직


"홀로 가족들을 챙겨왔는데 안타까워 어쩌나…."
지난 8일 오후 화성시 함백산추모공원 화장터에서 만난 40대 배달 라이더 고 김용진(45) 씨의 사촌누나 A씨의 뺨에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다.
지난 5일 군포에서 안타까운 사고로 숨진 김 씨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화장터에 달려온 라이더유니온 동료들도 두 손을 꼭 모은 채 유골함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김 씨의 아내와 친형, 지인들의 눈빛에는 되돌릴 수 없는 이별을 바라보는 듯한 허무함이 깃들어 있었다.
A씨는 약 20년이 지나서야 김 씨와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최근 경제적 사정이 어려웠던 김 씨의 이야기를 듣고 김 씨의 가족들이 앞으로 생계를 어떻게 이어 나갈지 걱정뿐이었다.
동거 중이던 김 씨의 친형 또한 3년 전 배달 일을 하다 사고가 나 휠체어에 의존해 사실상 경제 활동이 어렵고, 김 씨의 아내 역시 개인적인 여건상 일을 할 수 없어 당장 생계가 막막해졌다.

최근 들어 배달 단가가 낮아지면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고자 과로에 시달리는 배달 라이더들이 부쩍 늘고 있다. 배달 라이더들은 과거에 비해 배달 단가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라이더들은 배달 성과에 따라 수수료에 차등을 두는 프로모션 등의 '미션제'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션에 성공하는 조건을 충족하기가 워낙 까다로워 과속은 다반사라는 게 라이더들의 말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2년 배달 종사자 1천200명을 대상으로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업(배달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종사자 10명 중 4.3명이 교통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고 원인은 '촉박한 배달 시간에 따른 무리한 운전'이 42.8%로 가장 많았고, '배달을 많이 하기 위한 무리한 운전'도 32.2%에 달했다.
하지만 배달 라이더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은 여전히 더딘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배달 중 사고를 당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유상운송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생활물류서비스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발의됐으나,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에도 회부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배달 라이더의 유상운송보험 가입률은 40% 안팎인 것으로 나타나 상당수가 피해 구제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노동조합은 최소한의 고정 임금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도 꾸준히 요구해 왔으나, 배달 업계에서는 배달비 인상 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어 선뜻 도입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흐른다.
이주한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프로모션을 달성해야만 생업을 유지할 수 있는 배달 라이더들이 늘고 있어 준법 운전을 하지 않고 과속 운행을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유상운송보험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시급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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