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에서 평안을 노래한 자장가 ‘서머타임(Summer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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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태풍, 지진 그리고 쓰나미 소식으로 뒤숭숭하다.
'서머타임'은 1막 중 어부 제이크의 아내 클라라가 한 살짜리 아기에게 불러주는 자장가다.
평온하고 나른한 여름날의 오후, 보채는 아기를 재우며 불러주는 엄마의 자장가 '서머타임'은 더없이 포근하고도 편안한 꿈나라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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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태풍, 지진 그리고 쓰나미 소식으로 뒤숭숭하다. 일본 만화가의 7월 대지진설 예언으로 일본으로 떠나려던 여름휴가 일정에 영향을 주었고 올해 여름은 변덕스러운 기후변화로 하루를 예측할 수 없다. 2005년 8월 미국 뉴올리언스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쓰나미가 덮쳐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들은 거의 흑인들이었는데 1900년대 초 뉴올리언스는 흑인 노예 시장이 성행했던 곳이었기에 많은 아프리카 흑인이 이곳으로 끌려와 백인들에게 천대받으며 부둣가에서 엄청난 노동 착취를 당했기 때문이다.
흑인들은 저녁이면 바에서 모여 노동요와 블루스, 가스펠 등을 부르며 애환을 함께했는데 이것이 후에 흑백 혼혈 크레올 문화와 뒤섞이며 재즈로 발전하게 된다. 뉴올리언스가 재즈의 탄생지가 된 것이다. 음악을 통해 흑인들의 사회적 불평등과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며 자유롭게 연주하는 즉흥연주가 재즈의 특징이다.
여름날 밤이면 생각나는 재즈 스타일의 오페라가 있다. 루이 암스트롱의 트럼펫연주로 시작하면서 따뜻한 음성의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의 부드러우면서 투박한 음성의 듀엣으로 주고받는 화음의 '서머타임'은 별이 빛나는 밤하늘의 공간을 감싸듯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게 한다.
'서머타임(Summertime)'은 1935년에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 1898~1937)이 작곡한 오페라 '포기와 베스'에 나오는 노래다. 1920~1930년대 흑인 빈민가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캣피시로(Catfish Row)라는 한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은 형사 역할의 인물 외에는 모두 흑인들로 도박, 마약 밀매, 살인, 사랑 등 그들의 애환을 담았다. 이 작품은 뒤보르 헤이워드의 소설 '포기(1926)'가 원작으로 헤이워드와 함께 작곡가 거슈윈의 형인 아이라 거슈윈이 대본을 썼다. 작곡가 조지 거슈윈은 불과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버렸고 비록 백인이지만 러시아계 유대인이라는 사회적 소수자였다. 인종차별이 있는 그 시대의 미국 사회에서 거의 흑인들을 오페라의 배역으로 한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포기라는 다리가 불편한 거지와 베스라는 마약중독자 여인, 그리고 부두 노동자인 크라운, 어부 제이크와 그의 아내 클라라 등 온갖 굴곡진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서머타임'은 1막 중 어부 제이크의 아내 클라라가 한 살짜리 아기에게 불러주는 자장가다. 술과 마약, 도박, 살인이 일어나는 빈민가의 비참한 삶이지만 자장가의 가사는 희망을 담고 있다.
'여름날에는 사는 일이 평온하지/ 물고기는 뛰어오르고, 목화는 잘 자란다/ 네 아빠는 부자고, 엄마는 미인이란다/ 그러니 쉿, 아가야 울지 마라/ 어느 날 아침 너는 일어나 목청껏 노래를 부르겠지/ 그리고는 네가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오를 거야/ 그날이 올 때까지 아무도 너를 해치지 못할 거야/ 아빠와 엄마가 지켜줄 테니까.'
평온하고 나른한 여름날의 오후, 보채는 아기를 재우며 불러주는 엄마의 자장가 '서머타임'은 더없이 포근하고도 편안한 꿈나라로 인도한다. 비참한 빈민가의 생활로 어딘가 슬픔이 스며들어있지만 아기에게는 안정을 주려는 엄마의 간절한 희망과 사랑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 이민자 추방 정책으로 교민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엄마의 품은 모든 사람에게 항상 그립고 안정된 공간이다. 세상의 모든 힘든 근심을 엄마의 품에 안긴 듯이 걸쭉한 흑인 목소리의 '서머타임'을 들으며 모든 이민자가 평안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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