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특집]AI가 바꾸는 세상, 길을 묻다 <5> 인공지능 인류의 식탁을 다시 쓰다

이영란 기자 2025. 8. 10. 12:2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맞춤형 영양부터 가상 미식 여행까지, AI 시대의 식생활 혁명

# 장면 하나

아침 7시, 눈을 뜨기도 전에 스마트 거울이 반짝 켜진다. 스마트 거울이 내 얼굴 혈색을 살피고, 손목의 웨어러블 기기가 혈당 수치와 스트레스 지수를 분석한다. 거울 속 AI 영양사가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 수면 점수 85점, 혈당 안정적. 다만 비타민 D가 부족하군요. 연어 샐러드와 버섯 수프를 추천합니다."

이 '처방'을 받은 로봇 셰프 팔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몇 분 뒤, 유전자와 장내 세균 상태에 맞춰 설계된 한 접시의 아침 식사가 식탁 위에 놓인다. 스마트 냉장고는 보유한 식재료를 파악해 맞춤형 식단 레시피를 추천하며, 부족한 식재료는 자동으로 주문한다.

더 이상 영화 속 상상이 아니다. 범용 인공지능 AGI와 첨단 식품 기술이 주도하는 미래 식탁의 풍경이다. 이제 '오늘은 뭘 먹을까?'라는 고민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제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개인화된 웰빙 솔루션이 되어가고 있다.

◆"음식이 나를 배운다" = 초개인화 영양관리

식품영양학 전문가들은 미래 식생활의 핵심을 '초개인화'로 정의한다. 최근 출시된 최신 AI 모델 'GPT-5'에 따르면, 개인 유전자·생활 습관 데이터 기반 식단 조율은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발생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데이투(DayTwo)'는 장내 미생물 분석으로 개인별 혈당 반응을 예측·맞춤 식단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알츠하이머 위험 유전자인 APOE4 변이를 보유하면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해산물이나 견과류 중심 식단이 추천된다. 반면 락토스 불내증을 가진 사람은 우유 대신 아몬드 밀크·귀리 우유를 받는다.
즉, 더 이상 '모두에게 좋은 음식'은 없고, 오직 나만의 영양 공식이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웨어러블 기기는 이런 AI 영양 시스템의 '데이터 공급원' 역할을 한다. 애플워치·핏빗·삼성 헬스와 같은 기기는 심박수·혈당·수면 패턴을 실시간 전송하며, 이 정보는 나만의 '식생활 알고리즘'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한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모달리티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는 보고서를 통해 이 시장이 연평균 17~20% 성장세를 보이며 의료·헬스케어와 맞물려 빠르게 확장될 것으로 전망한다.

◆로봇 셰프와 3D 푸드 프린터 =주방이 자동화된 실험실로

영국 '몰리 로보틱스'가 만든 AI 로봇 팔은 이미 2,000여 가지 레시피를 재현할 수 있다고 한다. 머지않아 로봇 셰프는 단순 재현을 넘어, 온도·시간·재료 변화에 따라 맛과 식감을 스스로 최적화하는 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련 기관은 로봇 주방 시장이 2033년까지 연평균 13.5%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다.

3D 푸드 프린팅 기술도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3D 푸드 프린터는 영양 캡슐을 소스로 활용해 내 몸에 맞춘 비율과 식감·향·색까지 '프로그래밍된 음식'을 출력한다. 사용자는 "오늘은 단백질을 조금 더" 등과 같은 세부 지시만 하면 된다. 이미 네덜란드 '바이플로우(byFlow)'와 '프린트 유어 밀(Print Your Meal)' 등은 영양성분 캡슐과 식재료 페이스트를 이용해 복합적 식단을 '출력'한다고 한다. AI는 미슐랭 셰프의 기술을 학습하고, 동시에 수백만 가지 재료 조합을 실험해 새로운 맛을 창조하고 있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회장은 "3D 프린터를 활용해 고령층용 푸드를 제작하면 식사 만족도와 영양 섭취률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앞으로 환자·노인·운동선수·임산부 등 특수 집단에 맞춘 '초정밀 영양식'이 일상화된다는 것이 관련 학계의 전망"이라고 귀띔했다.

◆지속가능한 단백질 혁명 = 배양육·곤충·해조류의 부상

급속한 인구 증가, 기후위기 속에서 지속가능한 식품도 AI와 함께 진화한다. 과거에는 동물성 단백질 의존도가 높았으나, AI는 식물·곤충·해조류 기반의 단백질 조합을 수천 가지씩 분석해, 육류와 거의 구별되지 않는 맛·식감을 구현한다.

먼저 배양육(Cultivated Meat)' 으로, 동물 도살 없이 세포를 배양하여 만든다. 미국 '멤피스 미트(Memphis Meats)'와 싱가포르의 '이터 저스트(Eat Just)'가 상용화를 이끌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2020년 세계 최초로 배양육 판매를 허가했다. 최신 AI 모델 'GPT-5'의 분석에 따르면, 배양육은 2035년까지 약 40억 달러 시장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AGI는 세포 배양 과정과 배양액 조성을 최적화해 가격을 낮추고 맛과 영양을 유지한다.

곤충 단백질은 UN식량농업기구(FAO)가 "가축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1/100로 줄이고, 사료 효율은 12배 이상"이라고 평가한 미래 단백질원이다. AI는 이를 파스타, 스낵, 단백질 파우더 등 거부감 없는 형태로 가공한다고 한다.

바다 농업과 AI 분석이 결합한 해조류 산업 역시 비건 오메가3와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야흐로, AI가 각 단백질 자원의 맛과 질감을 조합해 환경적·영양적 최적 메뉴를 설계하면, '소고기 맛 완두콩 버거', '대체 새우 파스타'가 마트 진열대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투명한 식탁 = QR 코드 한 번에 식품의 모든 것 담겨

'이 토마토는 어디서 왔을까?'

조만간 소비자가 슈퍼마켓에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렌즈로 QR코드를 스캔하면 농장 위치·수확 일자·유통 경로·농약 사용 여부·탄소 배출량까지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이력이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 이는 식품 안전, 환경 지속가능성, 공정 거래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

실제로 IBM과 월마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푸드 트러스트(Food Trust) 프로젝트를 통해 과일·채소의 원산지·유통 이력을 과거 며칠 걸리던 것을 2.2초 만에 추적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국제 대형 유통기업과 식품 제조사는 이를 도입해 식품 사기·위조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AI가 수요 예측을 정확히 하여 필요한 만큼만 생산·공급하도록 돕는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식량의 약 33%가 폐기되는데, 이 비율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관련. 최신 AI 모델 'GPT-5'은 식품 공급망 블록체인 솔루션은 매년 3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한다.

◆거실에서 세계 미식 여행

KAIST 뇌인지과학과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느끼는 '맛'의 80%는 시각과 후각에서 결정된다. 이 원리를 활용해 VR·AR 기술은 거실 식사를 전 세계 레스토랑 체험으로 확장한다.VR 헤드셋을 착용하면 파리 에펠탑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서 프렌치 요리를 즐기고, 이어 도쿄 긴자의 초밥 코스를 '순식간에 이동'해 맛보는 것이 가능하다. 고령자·장애인 등 외출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접근성 혁명'이 된다. VR과 AI가 결합해 같은 음식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게 되는 시대이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회장은 "기술전문가들은 가상 외식·체험 시장이 향후 외식 산업의 핵심 성장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 또한 '디지털 트윈' 기술로 가상 공간에서 요리 과정을 미리 체험·평가해볼 수 있어, 재료 낭비 없이 실험적 레시피가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 '음식이 약이 되는' 예방 중심 식생활

병원과 가정, 식품 산업이 융합된 예방·치료 중심 식사 문화가 정착된다. AI가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관리하고, 각자의 건강상태와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맞춤 식단을 설계한다. 예컨데 당뇨,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은 사전에 개인화된 식단으로 예방하는 것. 또한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활용해 장 건강에 최적화된 프로바이오틱 식품을 개인별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히포크라테스의 격언 "음식이 곧 약이 되게 하라(Let food be thy medicine)"이 첨단 기술로 현실화 되는 것이다.

가정의학전문의 장미소 씨는 "AI 발달로 앞으로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같은 생활습관병은 식이 조절로 충분히 예방 가능할 것"이라며 "고혈압 전단계인 사람에게는 칼륨·마그네슘 풍부 식품을 늘리고, 골다공증 위험군에는 칼슘과 비타민 D를 강화한 메뉴를 추천하는 것이 설계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미래 식탁의 혁신은 기술의 발전을 넘어서, 건강·사회·환경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문을 열게 될 전망이다.

AI는 새로운 맛의 조합을 창조하며, 다양한 문화의 퓨전 요리, 계절과 지역 한계를 넘는 식재료 활용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AI 소믈리에는 음식과 음료의 페어링을 제안하며, 미식 문화도 완전히 재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전망이다.

◆신기술의 그늘 – 불평등·문화소멸·데이터 위험

전망이 밝은 만큼 우려도 있다. 국제 지속가능성 정보 플랫폼(Prism Sustainability Directory)은 AI 영양 솔루션 비용이 높아 '영양 불평등'을 심화시킬 위험을 경고한다.

음식 전문가들은 또한 표준화된 AI 레시피의 확산이 전통 조리법과 지역 고유의 '손맛'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AI가 만들어내는 식생활 혁신 속에서 '윤리'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경고도 이어진다. 개인의 건강정보와 유전자 데이터가 대규모로 수집·활용되는 만큼, 적확한 보안과 공정성, 편향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정책적 대비가 필수적이다.또한 미래 식탁의 혁신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디지털 포용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바야흐로 다가오는 AI 시대의 식탁은 맞춤형, 지속가능, 투명하고 몰입감 있는 경험으로 완성돼 갈 것이다.그러나 그 위에 '사람의 온기'를 올리는 일은 우리 몫이다. 할머니의 손맛, 가족과의 웃음, 친구와 나누는 길거리 음식의 추억은 AI가 대신할 수 없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식사는 여전히 사람과 사람을 잇는 행위이자 문화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