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원피스 해적 깃발'... "부패 정부에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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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기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해적단 깃발이 인도네시아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번지고 있다.
권위주의 통치로 비판받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국기 게양을 촉구하자, 시민들이 이를 풍자·항의하는 방식으로 해적기를 내건 것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의 측근인 수프미 다스코 아흐마드 하원 부의장은 해적 깃발 걸기 운동이 "국가 분열을 위한 조직적 시도"라며 "집단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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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뼈다귀 그림' 깃발 걸며 정부에 저항

일본 인기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해적단 깃발이 인도네시아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번지고 있다. 권위주의 통치로 비판받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국기 게양을 촉구하자, 시민들이 이를 풍자·항의하는 방식으로 해적기를 내건 것이다. 당국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인도네시아 곳곳에 ‘원피스’에 등장하는 ‘밀짚모자 해적단’을 상징하는 깃발이 걸리고 있다. 작품 속 해적단은 세계정부 등 권력과 부패, 억압에 맞선 저항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검은 바탕에 밀짚모자를 쓴 해골과 뼈다귀가 그려진 원피스 속 해적기를 집에 걸거나 담벼락, 차량에 그려 넣는 시민도 적지 않다.
발단은 정부의 국기 게양 캠페인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달 말 연설에서 “8월 17일 독립기념일에 맞춰 한 달간 인도네시아 국기를 집집마다 걸자”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프라보워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과거 군부 통치 시절로 회귀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비판받아 왔다. 이런 상황에서 애국심 고취를 명분으로 한 국기 게양 제안이 나오자 시민들이 국기 대신 해적기를 걸어 정부에 항의한 것이다.

수마트라섬 리아우주(州)에 사는 24세 대학생 카리크 안하르는 AFP에 “국기는 이 부패한 나라에서 걸기엔 너무 신성하기 때문에 대신 원피스 깃발을 게양했다”고 밝혔다. 서자바주의 벽화예술가 케마스 무함마드 피르다우스(28)도 정부의 부패에 대한 항의 표시로 담벼락에 해적 깃발을 그렸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현지 매체 자카르타포스트는 대통령 연설 이후 의류 공장에는 해적기 주문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제재에 나섰다. 프라보워 대통령의 측근인 수프미 다스코 아흐마드 하원 부의장은 해적 깃발 걸기 운동이 “국가 분열을 위한 조직적 시도”라며 “집단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탈리우스 피가이 인권부 장관도 “국기와 함께 ‘원피스’ 깃발을 게양하는 것은 법 위반이자 폭동 행위”라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법은 국기와 다른 깃발을 함께 걸 경우 항상 국기를 다른 깃발보다 높이 게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서자바주 경찰은 최근 한 인쇄소를 단속해 해적기 제작을 중단시킨 데 이어 국기와 함께 걸면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시민단체와 야권은 반발했다. 인도네시아 유일 야당인 투쟁민주당의 데디 예브리 시토루스 의원은 “’원피스’ 깃발은 정치적 위협이라기보다는 상징적 항의의 한 형태”라며 “민주주의 사회의 일부인 비판의 공개적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도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97년부터 28년째 연재 중인 '원피스'는 ‘드래곤볼’ 등과 함께 일본만화 역대 최대 히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까지 만화책 5억2,000만 부 이상이 팔렸고 TV애니메이션 시리즈는 1,100화를 넘겼다고 BBC는 전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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