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노조 “초등 생활기록부, 기재 기준 명확히 해야”

"같은 성취기준을 평가했는데도 문장을 학생마다 다르게 써야 해서 24개 문장을 억지로 지어냅니다. 문장 짓기 대회도 아니고요."
"생기부에 현실의 학생은 존재하지 않고, 이상적인 학생만 존재합니다. 창작글 쓰는게 주 업무가 됐어요"
초등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초등학교 평가제도 및 생활기록부'에 대해 전국 2468명의 초등학생 교사가 의견을 내고 교육의 본질에 맞춘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동일 성취 동일 기재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1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초등교사노조는 지난달 17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교사 2468명을 대상으로 '2025학년도 초등학교 평가제도 및 생활기록부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초등 교육 현장에서 운영중인 평가제도와 생활기록부 작성 실태, 그에 따른 교사들의 부담과 인식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설문조사 결과, '초등학교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에 대해 응답자 56.1%가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바른 인성과 사회적 역량(협력, 책임감 등) 함양이 30.1%, 기초학습 능력의 도달은 13.7%로 응답했다.
하지만 '현재 초등학교의 평가제도가 교육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절한가'라는 질문에 40.7%가 "매우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그렇지 않다"는 31.6%로 부정 응답이 72.3%에 달했다.
'수업과 평가의 연계성이 확보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매우 그렇지 않다' 31.7%, '그렇지 않다' 33.0%로 부정 응답이 64.7%에 달해 수업에서 이루어진 학습 활동이 평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현장에서 실시하고 있는 수행평가에 대해서도 '학생부에 기재할 평가 근거 확보를 위해 필수적으로 운영해야 해서'라는 응답이 41.2%를 기록하는 등 수행평가 역시 본래의 교육 철학보다는 기존의 시스템과 행정 구조에 따라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교사들은 생활기록부 기재 기준의 명확화를 요구했다. 전체 응답자의 60.4%가 동일한 성취 결과에 대해 동일한 기재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뒤이어 종합의견란에 정량적 기준을 활용한 등급형 기재 방식 도입이 46.4%, 수업 기반 평가 증빙자료를 별도 추가 온라인 시스템 제출 없이 인정하는 방식 도입이 45.%를 기록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 정수경 위원장은 "이번 설문조사는 초등학교 현장에서 형식적인 기록 중심의 평가 제도가 교육의 본질인 학생의 성장 지원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의 실제 성장을 평가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중 증빙 요구로 인한 행정의 반복과 과도한 지침은 지양해야 하며, 초등교육과정에 맞는 성취기준 기반 평가가 본연의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성취 도달 여부를 중심으로 평가와 기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륜형 기자 krh0830@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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