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물 두 그림 "오마주의 감동" [김용우의 미술思]

김용우 평론가 2025. 8. 10. 11:1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 인물 두 그림.

같은 인물을 두 화가가 그린 그림을 보는 즐거움은 한곡의 음악을 두 사람이 편곡한 음악을 들을 때와 같다.

마네의 그림 중 '풀밭 위의 식사'를 여러 점 오마주했고, 고흐가 오마주한 밀레의 '낮잠'을 다시 오마주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80년 후 피카소는 이 그림을 완전히 새로운 맛으로 존경을 담아 재창조한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 아트 앤 컬처
김용우의 미술思 22편
파블로 피카소 ‘책을 든 여인’
느낌도 감동도 다른 오마주
앵그로 ‘무아테시에 부인의 초상’
피카소가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두 그림 비교하면 색다른 감동
파블로 피카소, 책을 든 여인, 1932년, 캔버스에 유화, 130×98㎝, 놀턴 사이먼 미술관, 패서디나, 미국 [그림 | 놀턴 사이먼 미술관]

한 인물 두 그림. 같은 인물을 두 화가가 그린 그림을 보는 즐거움은 한곡의 음악을 두 사람이 편곡한 음악을 들을 때와 같다. 같은 듯 다른 느낌, 감동과 여운이 다르다.

그림에도 '오마주(Hommage)'라는 게 있다. 존경하는 작가의 작품을 같은 소재 다른 느낌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파블로 피카소(1881~1973년)가 있다. 마네의 그림 중 '풀밭 위의 식사'를 여러 점 오마주했고, 고흐가 오마주한 밀레의 '낮잠'을 다시 오마주하기도 했다. 느낌이 다른 만큼 감동도 새롭기 마련이다.

이번엔 피카소의 '책을 든 여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감동을 만나보자. 이 작품은 '피카소 풍'이다. 색상 대비가 강렬하고, 이중으로 겹쳐서 그린 입체적인 얼굴은 다양한 내면을 이야기한다.

이 그림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1780~1867년)의 작품 '무아테시에 부인의 초상'을 오마주했다. 두 작품을 한자리에 놓고 보면 동양화를 서양화 기법으로 그린 것처럼 확연히 다른 느낌의 감동을 준다.

앵그르의 그림은 고전주의 방식의 작품이다. 사실적이고 원칙에 잘 맞는 작품, 그러니까 입체감과 원근감, 사실감에 충실했다. 앵그르는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년)와 함께 나폴레옹 시대를 풍미한 신고전주의 작가다. 그 시절 최고의 화가로 추앙받으며 나폴레옹의 칭찬을 받던 프랑스 왕립미술학교 교장이었고 살롱전 심사위원이었다.

그로부터 80년 후 피카소는 이 그림을 완전히 새로운 맛으로 존경을 담아 재창조한다. 그럼 어떻게 요리했는지 살펴보자. 앵그르의 작품이 사실적 표현으로 기품 있고 우아하게 그렸다면, 피카소의 '책을 든 여인' 속 인물은 개성이 넘친다.

그만큼 이 작품은 기본적 접근 방식과 표현이 다른데, 좀 더 자세히 보자. 손에 책을 들고 있는 여인은 과감한 의상을 입고 있다. 의자는 차갑고 뜨거운 한난寒暖을 대비시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오른손은 앵그르의 작품과 방향이 같지만 모양은 손의 형태를 묘사한 게 아니다. 왼쪽 프레임 속 인물로 시선을 유도하는 지시 안내 역할에 가깝다. 얼굴은 이중적 표현으로 인물의 감정을 다양하게 전달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앵그르의 여인은 귀부인으로, 파카소의 여인은 젊은 여인으로 인물 캐릭터를 설정했다.

앵그르 무아테시에 부인의 초상 [그림 | 위키미디어]

따라서 피카소의 그림엔 젊은 색상, 젊은 의상, 새로운 상황이 펼쳐진다.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은 잠시 고개를 돌려 그림 속 누군가를 보고 있다. 그녀의 약혼자일 수도, 연인일 수도, 미래의 누구일 수도 있다. 그녀가 그를 생각하며 약간의 혼돈과 불확실한 미래를 떠올리는 듯 벽은 보라색으로 그렸다.

이처럼 두 그림은 형태만 닮았지 완전히 다른 작품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관찰자는 두 그림 중 무엇을 선택할까. 아마도 젊은층은 피카소, 중장년층은 앵그르를 선호할 듯하다. 관점을 바꿔 현대화한 건물이나 가정에 어떤 그림이 어울릴지도 상상해 본다. 다분히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분들은 피카소의 작품을 선택할 것이다.

반면, 차분하고 안정된 고전적 아름다움을 단아하고 품위 있게 표현한 작품을 선호하는 이들은 앵그르의 그림을 고를 가능성이 높을 듯하다.

그림에도 트렌드가 있어 세월에 따라 선호가 바뀐다. 그것이 문화이고 정서다. 하지만 시대와 작가에 따라 흐름이 변한다 해도 그림의 예술적 가치는 변치 않는다. 새로움이 변화를 맞으면서 연속적으로 흐를 뿐이다. 화가는 문화의 첨단에서 한발 앞을 보여주고 열어가는 사람들이다.

김용우 미술평론가 | 더스쿠프
cla0305@naver.com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