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화 후 잠잠했던 '北 호응', 확성기 철거로 재개…UFS 마친 뒤엔 어떤 메시지가[문지방]

김형준 2025. 8. 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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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기동훈련 절반 9월로 연기
통일부 고위당국자 "조정한 것"
훈련 내용은 지난해와 대동소이
"UFS 관련 반응은 다를 수도"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7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군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평택=연합뉴스

북한군이 9일 대남 확성기 철거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지난달 4일 우리가 대북 확성기 철거를 발표한 이후 약 5일만으로, 우리의 확성기 철거 이후 한동안 반응 없던 북한이 움직인 것입니다. 북한 반응이 없는 동안 우리가 군사적 영역에서 '퍼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하던 시점에, 북한은 꽤나 적극적이고 의미있는 움직임을 보여준 겁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우리의 외침에 북한의 '메아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9일 통일부에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금지를 요청한 뒤 11일 국방부에서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는데, 북한은 다음 날인 12일 오전부터 접경지 인근에 살던 우리 주민들을 괴롭히던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하며 남한 조치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죠.

지난 6월 25일 북한은 군사분계선(MDL) 인근 국경화 작업 일환의 공사 진행 계획을 유엔사령부에 통보했고, 지난달 9일 우리 정부가 서해 및 동해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주민 6명을 송환할 때는 송환 시간과 좌표 인근에 경비정과 예인용 선박을 보내 이들을 마중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별다른 응답은 안 했다지만, 다 듣고 적어 뒀다가 반응했다는 얘기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22일 오후 10시를 기해 북한은 방해 전파 가동을 중단했는데, 이는 우리 국가정보원이 순차적으로 대북 TV·라디오 방송 송출을 중단한 데 대한 조치였습니다. 사실 국정원의 방송 송출 중단 소식이 나오자 대북 심리전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는데, 북한의 호응 소식이 정부 고위관계자를 통해 취재진에 전해진 뒤부터 심리전 포기에 따른 비판 목소리는 잠잠해졌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대남 메시지 '찬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의 '밀당(밀고 당기기)'는 참 묘하게 진행됩니다. 윤석열 정부 때 극도로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이렇게 서서히 풀리는 듯 하다가도 지난달 2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남 담화를 내놓은 뒤부터 북한 반응은 잠잠했습니다.

당시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50여 일 만에 낸 첫 대남 메시지를 통해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며 찬물을 끼얹었죠. "조한(남북)관계는 동족 개념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이미 완전히 되돌릴 수 없게 벗어났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대통령실은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인 평화 정착은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철학"이라며 "적대와 전쟁이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일관되게 취해 나가고자 한다"는 공식 반응을 내놨습니다. ‘우리 할 일은 하겠다’는 얘기죠. 그 연장선상에서 했던 게 북한 주민 시신 송환 노력과 대북 확성기 철거였습니다.

정부는 인천 강화군 석모도에서 지난달 21일 발견된 북한 주민 시신을 5일 무연고 처리한 채 장례를 치르기로 했습니다. 시신을 인도하겠다며 언론 등을 통해 북한 측에 통보했지만 북한이 끝내 답을 주지 않은 데 따른 조치였습니다. 지난 4일부터 이틀간 북한 접경지에 배치했던 고정식 대북 확성기도 전부 철거했는데, 며칠간 북한의 대남 확성기는 그대로 북한 초소를 지키고 있자 우리의 움직임이 섣불렀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FTX 연기는 北 고려한 메시지"

5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임진강변 초소에 대남 확성기가 평소처럼 설치돼 있다. 파주=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우리는 또 한 번의 대북 유화책을 내놨습니다. 훈련을 할 때마다 북한이 맹비난했던 한미 연합연습 을지프리덤실드(UFS)훈련 일정을 일부 조정한 것입니다. 우리 군은 7일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18일 개시되는 UFS 기간 중 시행될 40여 개의 야외기동훈련(FTX) 중 절반가량인 20여 개 훈련을 9월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군은 일정 연기 이유를 '폭염'이라고 했지만,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건의에 따라) 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날 회견에서 훈련 대상으로 '북한'을 지칭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엔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를 상정해 훈련한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는데, 이번엔 핵 공격 시나리오가 없는 대신 '미사일 공격' 시나리오를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를 두고 "북한을 고려해, 상당히 관리한 메시지"라고 설명합니다.

이 '관리된 메시지'가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될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의견은 갈립니다. 실제 한미 모두 훈련의 질적, 양적 측면에서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기 때문이죠. 이번 조정에 대해 굳건한 한미 동맹은 유지해야겠고, 북한과 꼬인 실타래도 풀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애처로운 노력 정도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트럼프 나중에 "스케일다운" 문제 삼을라

이성준(왼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과 라이언 도널드 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사 공보실장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25년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한미 공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럼에도 대남 확성기를 철거한 점은 꽤나 의미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남북 관계가 '(강대강이 아닌)선대선 전략'으로 돌아선 데 대한 반응"이라고 보면서 "이재명 정부의 능동적 선제조치에 북한이 수동적 화답조치를 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연락 채널도 없고, 대면 합의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들의 지속 가능성엔 여전히 의문이지만, 확성기 철거는 이전 호응들과 달리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한층 진일보 한 반응이라는 얘기죠.

다만 이번 호응이 UFS 연습 일정 조정에 따른 것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해부터 북한은 우리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엔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로, 대북확성기 방송엔 대남 소음방송으로 맞섰습니다. 나름대로 '비례적 대응' 원칙을 강조한 것이죠. 이번 대남확성기 철거도 UFS 일정 조정과 별개로 우리의 대북확성기 철거에 따른 비례적 조치일 가능성이 높단 얘깁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그간 UFS에는 항상 강도 높은 비판을 해 왔다"며 "UFS에 대한 담화는 훈련 전후로 별도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전문가들도 UFS 일정 조정을 북한의 메아리만 바라보고 진행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전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UFS의) 핵심은 북한의 전면 침공 시 미국의 대규모 증원군이 들어오는 상황을 연습하는 것으로, 최대한 종합적으로 훈련하는 게 맞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논의가 됐더라도) 자칫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우리가 군사적인 측면에서의 '스케일다운(scaledown)'을 요구했다는 식의 빌미를 줄 만한 움직임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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