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등급 유지하려 하루 13시간 배달” 과로 권한 플랫폼
군포 쿠팡이츠 배달라이더 사망
‘골드플러스’ 유지해야 추가운임
사고전 1주일 248건·콜수락 97%
“전날 리워드 채우기 위해 무리”
배달 산재건수, 건설사보다 많아
“최저임금 보장, 안전운임제를”

군포시에서 야간 배달을 하던 중 시내버스에 치여 숨진 배달라이더 김용진(46)씨는 쿠팡이츠의 최상위 리워드 그룹인 ‘골드플러스’였다. 낮은 운임 단가와 이를 보완하기 위한 ‘리워드 제도’가 과로를 유도해 사고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배달라이더의 기본 운임 인상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10일 군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10시25분께 군포시 당동의 한 편도 4차로 도로 4차선에서 배달라이더 김용진씨가 시내버스에 치인 후 역과되는 사고가 났다. 김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한 시간여 만에 숨졌다. 당시 버스 운전자 A씨는 정류장에 정차해 손님을 태운 뒤 다시 출발하는 과정에서 김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입건해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씨의 쿠팡이츠 리워드 그룹은 기본 단가에 30%를 추가로 제공받는 ‘골드플러스’였다. 이 그룹은 직전 2주 동안 400건 이상의 배달을 수행하고 콜 수락률이 90% 이상이어야 유지된다. 김씨의 휴대폰을 보면, 그는 사고 전 1주일(지난달 27일~8월2일) 동안 총 248건을 배달했고, 콜 수락률은 97%에 달했다. 쿠팡이츠는 라이더를 콜 수락률과 배달건수에 따라 그린(7%)·블루(15%)·퍼플(20%)·골드(25%)·골드플러스(30%)로 그룹을 구분해 추가 운임을 차등적으로 지급한다.
동료 라이더들은 김씨가 리워드 등급 유지를 위해 과로에 시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 새벽 4시께 퇴근 후 김 씨와 함께 식사하곤 했다는 동료 B씨는 “용진이는 신호위반 한 번 하지 않는, 서행이 습관화된 사람”이라며 “그런 성격으로 일주일에 240건의 콜을 받았다는 건, 하루에 족히 13시간 이상은 일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오전에 출근해 새벽까지 일했고, 중간에 3시간정도 쉬긴 했지만, 콜수가 부족한 날엔 그마저도 줄였다. 병원이나 개인 일정이 있어도 잠시 다녀올 뿐, 하루를 온전히 쉬는 날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지역 라이더 4명 정도가 일을 마친 뒤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 리워드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다음날 받아야 하는 콜수를 예측하곤 했다”며 “사고 전날 리워드를 끝내기 위해 무리를 했고, 당일에 긴장이 풀리면서 사고로 이어진 것 같다”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배달라이더들의 산업재해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은 4년 연속 산재 승인 건수가 가장 많은 기업으로 꼽혔다. 올해 1분기 기준 산재 사상자 수는 우아한형제들이 527명으로 1위, 쿠팡이츠가 241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3위인 대우건설(101명) 등 대형 건설사와 비교해도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도 서울시 반포동의 한 도로에서 50대 배달라이더가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낮은 기본 운임과 리워드 중심 구조가 배달라이더들의 과로를 유도하고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동료 C씨는 “코로나 이전엔 기본 배달료가 3천원이었지만 지금은 2천500원까지 떨어졌다”며 “기본 단가가 낮다 보니, 부족한 수입을 메우기 위해 플랫폼에서 설정한 리워드 요건을 맞추려고 장시간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라이더 사고를 단순 교통사고로 보면, 가해자의 과실을 따지게 되지만, 더 중요한 건 ‘왜 사고를 피하지 못했는가’라는 점”이라며 “과로에 따른 집중력 저하가 위험한 상황에서의 빠른 대처를 어렵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달라이더들에게도 최저임금 이상의 수입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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