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 재미없다고? 기울어진 축구장 평평하게 만들려면 [평범한 이웃, 유럽]

지난 6월 말 유럽 각국의 스포츠 미디어를 도배한 뉴스가 있었다. 스위스 여자 축구 대표팀이 FC 루체른의 U15(15세 이하)팀과 치른 연습경기에서 1-7로 대패했다는 소식이었다. 비공개 경기였지만 U15팀의 한 선수가 이를 촬영해 틱톡에 올리며 알려졌다. 이것은 올해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유럽선수권대회(유로)의 개최국이 스위스라는 점 때문에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독일 일간 〈디벨트(Die Welt)〉는 ‘유럽 챔피언십 개최국, U15에 7-1 패배’라는 헤드라인을 달았고, 오스트리아의 무가지 〈호이테(Heute)〉는 ‘여자 대표팀, U15에 1-7로 패배해 망신’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여자 대표팀이 남자 청소년팀과의 축구 경기에서 진 것이 그렇게 호들갑 떨 일일까. 전문가들은 이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스위스 일간 〈타게스안차이거〉의 축구 기자 로리스 브라서는 관련 기사에서 “남자아이들은 일반적으로 14세쯤 사춘기를 맞는데 이 시기 신체 발달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여자 선수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6월25일 보도). 2004년 당시 여자 월드컵 챔피언이던 독일 여자 대표팀이 VfB 슈투트가르트의 U15팀에 패한 적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여자 대표팀은 2016년 뉴캐슬 유나이티드 제츠 U15팀과 겨루어 0-7로 패했다. 스프린트 능력 등 축구에 필요한 신체적 조건이 성별과 나이에 따라 달라지며 최고 레벨 성인 여자 선수의 조건이 10대 남자 청소년보다 떨어진다는 학계의 연구는 이미 충분히 많다(Baumgart et el., 2018 등). 성인 여자 대표팀이 U15팀에 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큰 경기 전에 힘든 상대인 청소년팀과 일부러 연습경기를 하며 체력을 다지기도 한다.
축구뿐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는 신체 조건과 경기 기술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타고난 신체 조건을 훈련으로 극복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최상급 여자 선수의 조건은 평범한 남자 선수에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많은 종목이 남녀 경기에 각기 다른 규칙을 적용한다. 핸드볼, 아이스하키, 배구, 농구 같은 스포츠는 여자 경기에서 더 작거나 가벼운 공을 사용하고 규칙도 바꾼다. 축구는 그렇지 않다. 남녀 경기에서 사용되는 축구의 규칙은 동일하다. 여기에서 오해가 발생한다. 남자 축구보다 느리고 파워가 약한 여자 축구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자 축구가 더 ‘열등하다’고, ‘재미없다’고 비난한다. 남자의 체격 조건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경기장에서 뛰는 여자 선수들을 보면서 왜 남자만큼 못 하느냐고 비웃는다.
알 만한 이들이 여자 축구 폄하를 부추기는 면도 있다. 스웨덴 출신의 스타 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던 2013년, 남녀 선수에 주어지는 보상 차이 논란에 끼어들어 이런 말을 했다. “여자 선수들이 해낸 일에 경의를 표하지만, 남자 축구와 여자 축구를 비교할 수는 없다. 포기해라. 웃기지도 않는다(〈가디언〉 2013년 12월26일 보도).” 그나마 즐라탄처럼 성과를 갖고 무시하는 건 낫다. 전 FIFA 회장인 제프 블라터는 여자 축구의 인기를 높일 방법이 있다며 “배구처럼 더 여성스러운 옷을 입고 경기해라. 예를 들어 타이트한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04년의 일이다. 블라터 전 회장은 그때 이런 말도 했다.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여자 선수들은 예쁘다. 그리고 경기에서 더 가벼운 공을 쓰는 것처럼 이미 남자 선수들과는 다른 규칙이 있다.” FIFA 회장이나 되는 사람이 남녀 경기에서 같은 무게의 공을 사용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으니, 일반 축구팬들의 오해와 편견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축구에서 남녀의 신체 조건이 다르니 남자 기준으로 비교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 대체 뭐가 얼마나 다르냐며 ‘여자들의 징징거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답을 주는 훌륭한 연구가 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에서 2019년 내놓은 논문(〈Scaling Demands of Soccer According to Anthropometric and Physiological Sex Differences: A Fairer Comparison of Men’s and Women’s Soccer〉Pedersen et al.)이다. 남녀 선수의 각종 신체적 요인 차이, 그로 인해 달라지는 축구 스타일, 그리고 여자 선수들이 개발하는 전략적 기술에 관한 연구다.
우선 공부터 보자. 표준 축구공은 둘레가 68~70㎝, 무게가 410~450g이다. 이 공을 다루는 데 중요한 건 발의 크기와 다리 힘인데, 여자의 발 사이즈는 남자보다 평균 약 10.5% 더 짧고 다리 힘은 남자의 66% 정도다. 이런 평균 차이를 고려하면 여자에게 적당한 축구공은 현재 무게의 66%에 해당하는 287g짜리여야 할 것이다. 현재 사이즈의 공을 여자 선수들이 처음 사용했던 것은 1991년 제1회 여자 월드컵 때였는데, 당시 미국 팀이 제출한 의견은 이렇다. “공 크기 자체는 괜찮지만 압력은 이보다 낮아야 한다. 체격 차이 때문인지 여자 선수가 두통을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스페인 등 여자 축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나라에서는 축구공 때문에 여자 선수에게서 뇌진탕이 더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 알려져 있다.

남자 선수에게 여자 선수처럼 뛰게 했더니
경기장 크기는 어떨까. 국제경기에서 권장하는 크기는 105×68m이다. 하지만 키, (보폭을 결정짓는) 다리 길이, (경기장 통과에 필요한) 지구력, 달리기 속도, (공 운반을 위한) 다리 힘 등에 따라 같은 경기장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지구력과 다리 근력을 기준으로 할 때 여자 선수에게 적합한 경기장 크기는 현재의 77% 정도다. 경기 시간은 또 어떤가. 생리학적 차이를 보정하면 여자 선수의 경기 시간은 현재의 77%, 즉 70분이 적당하다. 실제 초창기 여자 축구는 70분짜리 경기였고, 1991년 제1회 여자 월드컵의 경기 시간은 80분이었다. 이것이 90분으로 바뀐 건 1995년 스웨덴 월드컵부터다.
이제 골키퍼에게 특히 중요한 키를 보자. 현재 골대 규격은 7.32×2.44m다. 남자 평균 키는 골대 높이의 약 75%에 해당하고 남자 골키퍼의 경우 이보다 1~2 표준편차 더 커서 78% 정도 된다. 여자의 평균 키는 골대 높이의 69%, 골키퍼라 해도 72%다. 여자 골키퍼가 커버할 수 있는 골대 높이가 남자 일반인보다 낮다는 말이다. 최근 월드컵에서 남녀 골키퍼의 평균 키는 각각 188.9㎝, 173.5㎝로, 약 8% 차이가 났다. 그렇다고 남녀 경기에서 다른 사이즈의 골대를 쓰지는 않는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남자에 비해 더 큰 부담을 안고 뛴다는 점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반대 방식의 상상을 해볼 수 있다. 남녀 차이 비율만큼 현재의 축구를 더 어렵게 만들어보는 것이다. 앞서의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 논문 저자들은 이런 사고 실험을 제안했다. 경기 시간은 (90분이 아닌) 113분으로, 경기장은 (105×68m가 아닌) 132x84m로, 골대의 크기는 (7.32x2.44m가 아닌) 7.93x2.64m로 늘리는 것이다. 공도 농구공과 비슷한 사이즈로 바꿔야 한다.
최근 스위스 공영방송 SRF에서, 논문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실험을 실제 진행했다. 실험에 참여한 건 FC 빈터투어 U17팀과 FC 툰 U19팀이었다. 이들은 더 넓은 경기장에서 약 200g 더 나가는 공을 가지고 평소보다 훨씬 큰 골대를 놓고 경기를 했다. 경기를 중계한 SRF 스포츠 전문 기자는 “선수들이 무거운 공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네요. 속도도 느려지고, 코너가 중앙으로 연결이 안 됩니다”라고 했다. 10대 남자 선수들은 “정말 최악이었다” “여자 선수들이 겪어야 하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논문 저자들이 하고자 한 말은 현재의 축구 규정을 여성을 고려해 바꾸자는 게 아니다. 적어도 남자만큼 뛰지 못한다는 이유로 ‘여자 축구는 열등하다’는 말은 하지 말자는 거다.
1969년 해제된 여자 축구 금지령
올해 여자 유로를 개최 중인 스위스의 여자 축구 역사는 1923년 제네바에서 시작된다. 당시 신문에 ‘축구하고 싶은 여자들 있으면 모이자’라는 내용의 광고가 실렸다(마리안 마이어·모니카 호프만, 〈Das Recht zu kicken(공 찰 권리)〉, 2025).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모임에 불과했다. 여자팀을 양성하려는 프로 축구팀은 없었다. 최초의 공식 여자팀이 만들어진 건 1968년 취리히에서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가관이다. “아주 예쁜 선수도 있고 키가 큰 선수, 작은 선수, 어린 선수, 어리지 않은 선수, 날씬한 선수, 통통한 선수, 금발 선수, 갈색 머리 선수도 있다”라는 식이다(1968년 4월3일 〈슈포르트(Sport)〉 보도).
1970년에는 여자 리그도 결성됐지만 선수들은 여자 유니폼이 없어 주니어팀 유니폼을 입었고 ‘축구공을 가슴으로 받으면 유방암이 생길 수 있으니 금속 강화 브라를 착용하라’는 의료진 권고까지 있었다(다행히 시행되진 않았다). 축구 종주국 영국의 상황은 더 심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남자 선수 공백이 생기자 공장에서 일하던 여자들이 축구팀을 만들었고, 그중 ‘딕, 커 레이디스(Dick, Kerr Ladies)’ 팀이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한 경기에 5만3000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고 수익금은 전쟁 부상병 지원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여자팀의 협회 산하 경기장 사용을 금지해버렸다. 축구장 대신 공원을 전전하게 한, 사실상의 여자 축구 금지령은 1969년에야 해제됐다. 이 사실은 오래 잊혔다가 1970년대에 활약한 여자 선수 게일 뉴샴의 추적 끝에 알려졌다(게일 뉴샴, 〈In A League Of Their Own!(그들만의 리그)〉, 2014).

축구는 관심 경제를 기반으로 발전한다. 사람들이 관심 두지 않는 여자 경기는 작고 볼품없는 경기장에서 열리고, 이런 곳에는 관중이 모이지 않고, 관중 없는 경기에 투자하는 기업은 없다. 스폰서가 부족한 선수들은 수입이 적어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하므로 경기력 향상이 어렵다. 그런 팀은 못한다는 비난을 들어가며 또다시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이런 악순환을 극복해가며 어렵게 조금씩 새 역사를 써온 게 여자 축구다. FIF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에 등록된 여자 프로선수는 1만9064명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팀에 소속되어 경기를 하는 성인 및 청소년 여성은 1660만명에 이르고, 이는 2019년에 비해 24% 증가한 수치다. 여자 축구의 인기는 급속히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자 심판은 전체의 9%, 여자 감독은 5%에 불과하다. 우리의 관심만이 기울어진 축구장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
취리히·김진경 통신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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