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속수무책…천재 아니라 인재라꼬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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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아니라 인재라꼬예. 축사 개선도 못하니 비만 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가설건축물인 비닐하우스형 축사에 빗물막이용 방지턱을 세우려 해도 축조신고가 필요하고, 일반건축물로 개선하려면 신축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인근의 또 다른 오리 사육농가 권모씨(56)는 "폭우뿐 아니라 방역 차원에서도 시설 현대화가 필수"라며 "재해 예방을 위해 축사 개선을 하려 해도 현행법이 이를 어렵게 한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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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들이쳐 6000마리 폐사
규제 탓에 축사 개선 어려워

“천재가 아니라 인재라꼬예. 축사 개선도 못하니 비만 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7일 경남 의령군 부림면 옥동마을. 오리농가 이채진씨(64)는 7∼8월 집중호우로 세차례나 축사 침수 피해를 겪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2003년 태풍 ‘매미’ 때를 떠올리며 높은 지대를 찾아 축사를 지었지만, 이상기후로 강수량이 늘어나면서 계산이 어긋났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2012년부터 11개동 6600㎡(2000평) 규모의 축사에서 오리 2만6000마리를 키운다. 7월17일 축사 안으로 쏟아진 빗물은 이씨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고, 이틀 뒤(19일)엔 비가 더 내려 축사 바깥으로 오리가 떠밀려 나와 모두 6000마리가 폐사·유실됐다. 피해액은 1억원가량으로 추산됐다. 처분을 고려했지만 끝까지 키워보자는 계열업체의 권유로 이씨는 사육을 이어갔고 복구 작업과 증체에 애썼다. 하지만 출하가 예정돼 있던 이달 4일, 새벽부터 폭우가 쏟아졌고 축사가 또다시 침수되며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이씨는 피해 원인으로 축사 인근 배수로를 꼽았다. 축사 옆 배수로 너비는 이씨가 두 팔을 편 길이인 1.8m 수준이었고 깊이는 허리춤에 불과했다. 이에 이씨는 배수로를 확장해달라며 수차례 지방자치단체·한국농어촌공사에 건의했지만, 그때마다 “예산 부족”이란 답변만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규제도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했다. 가설건축물인 비닐하우스형 축사에 빗물막이용 방지턱을 세우려 해도 축조신고가 필요하고, 일반건축물로 개선하려면 신축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인근의 또 다른 오리 사육농가 권모씨(56)는 “폭우뿐 아니라 방역 차원에서도 시설 현대화가 필수”라며 “재해 예방을 위해 축사 개선을 하려 해도 현행법이 이를 어렵게 한다”고 거들었다.
정부의 폭염 대비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권씨는 “지자체가 스프링클러 설치를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냄새 민원 탓에 민가가 적은 산 중턱에 있는 축산농가는 물을 어디서 끌어다 쓰냐”며 “지하수를 연결해주는 등 근본적인 대안부터 마련해주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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