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한강
정훈탁 2025. 8. 10. 00:05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강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은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고, 이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소설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했다. 늦은 저녁 밥을 막 먹었을 때, 노벨문학상 수상 전화를 받았는 말을 듣고, 오래전에 읽었던 이 시가 떠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책과 함께, 한국문학과 함께 자랐다는 수상 소감이 강한 여운을 남긴다. 한강과 함께하는 세대로서 국문학적 자긍심을 가지고 더 부지런히 책을 읽어야겠다. 다시 책으로 다 함께 책으로.
정훈탁 / 광주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