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특별하고 색다르게 여행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면 ‘이들처럼’ [여책저책]

장주영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semiangel@mk.co.kr) 2025. 8. 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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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추억하는 수단은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 사진이 있고요. 영상을 찍기도 합니다. 녹음을 하기도 하죠. 글도 남기고요. 어떤 이들은 상징적 물건이나 물 또는 공기 등을 담아 오래 기억하려 합니다.

사진 = 도서출판 이종
여책저책에서 만나볼 두 작가는 이런 여러 수단과 함께 ‘그리기’를 해보라고 권유합니다. 더 깊이 기억하고 싶을 때, 하루쯤 천천히 걸어보고 싶을 때, 그리기에 소질이 없더라도 관찰하고 표현하는 재미를 느끼고 싶을 때 ‘그리기’만한 것이 없다면서 말이죠.

런던 V&A 박물관에서 만난 새로운 여행 방법을 그리기로 제안하는 이고은 작가의 책 ‘그리면서 본다’와 그림 속에 순간을 담는 어반 스케처 임세환 작가의 책 ‘카콜의 어반 스케치 여행’을 만나봅니다.

그리면서 본다
이고은 |후즈갓마이테일
사진 = 후즈갓마이테일
책 ‘그리면서 본다’의 저자 이고은의 어린 시절은 평범한 듯 남달랐다. 초등학교 땐 교과서 여백과 연습장에 그림을 그려 친구들에게 보여 주곤 했다. 낙서 내지는 놀이에서 시작한 그리기는 결국 어른이 돼서도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일을 하는데 이르렀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쉽지 않은 요즘, 저자는 남다른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책 ‘그리면서 본다’는 저자가 2008년 V&A 박물관에서 직접 그린 30여 점의 드로잉을 중심으로 쓴 드로잉 에세이다. 당시 영국 유학 중이던 그녀는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A 박물관)에 자주 갔다. 매번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라 20분 동안 따라 그렸다. 선이 삐뚤고 비율이 어긋나도 상관없었다. 만국 박람회 기념 머그잔, 로댕의 조각상, 삼국 시대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석기, 박물관에 놓인 스툴까지. 그림을 완성하는 순간, 유리창 너머의 작품은 어느새 그녀의 것이 됐고, 그림을 그리던 당시의 기억과 감정도 생생히 저장할 수 있었다.

사진 = 후즈갓마이테일
때문에 저자를 두고 누구보다 특별한 방식으로 여행을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저자 스스로도 “17년이 지난 지금도 그 드로잉을 보면 그곳의 당시의 냄새와 소리, 생각과 감정이 되살아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어 “오늘 떠오르는 감정과 기억을 덧붙여 글로 엮었다”며 “그런데 읽다 보면 마치 어제 다녀온 듯한 박물관 여행기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그렇게 저자가 제안하는 ‘20분 여행 드로잉’은 나만의 기념품을 만드는 가장 특별한 방법이다. 물론 그리기에 대해 얘기를 꺼내면 대부분 그림을 못 그린다거나 그려본 적 없어서 두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중요한 건 잘 그리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걸 눈으로 마음껏 따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장식을 하나하나 좇다 보면 그 자체가 놀이가 된다면서 잘 그리겠다는 부담보다 보고 싶은 걸 다 그려 보겠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전한다.

사진 = 후즈갓마이테일
​물론 그리기를 하려면 약간의 용기는 필요하다. 스케치북을 꺼내고, 펜 뚜껑을 열고, 주변을 살피고, 자리를 잡고 등과 함께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사람들의 시선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쳐다보는 사람도 보통 1분 안에 지나간다. 20분 동안 한 작품 앞에 머무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아니, 이 책을 읽은 우리뿐일지 모른다.

책은 그리기에 필요한 준비물 리스트와 작가의 꿀팁, 여행 그리기를 즐기는 마음가짐까지 만화로 친절하게 담았다. 또 책 속에 담긴 작품들의 이름과 제작 지역 및 시기, 작품을 전시한 방 번호는 물론, 2008년 당시 전시 안내 문구까지 그대로 실었다. 2025년 6월을 기준으로 갱신된 작품명과 전시관 위치를 권말의 ‘찾아보기’에 정리했다. QR코드를 통해 실제 작품 사진과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실물과 드로잉을 같이 보면 관찰하는 눈과 그리는 눈이 함께 자라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카콜의 어반 스케치 여행
카콜(임세환) | 도서출판 이종
사진 = 도서출판 이종
​그림 속에 순간을 담는 사람이 있다. 그는 어디를 가든 항상 스케치북과 펜을 챙겨 다닌다. “막 그려도 돼. 즐겁게 그리자”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해 어반 스케치를 그린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을 다시 들여다보고, 자유롭게 세상을 담아내는 어반 스케치를 더 많은 사람과 즐기고 싶은 저자 임세환은 책 ‘카콜의 어반 스케치’를 출간했다.

책에는 여행 중에 그린 저자의 스케치를 300점 가까이 수록했다. 이에 어느 페이지에서도 그림이라는 여행 방식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수하물을 부치고 탑승 시간을 기다리며 바라본 비행기, 이색적인 거리와 건물, 현지의 작은 카페와 한 끼의 미식까지, 여행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주한 장면들이 하나둘 펼쳐진다.

사진 = 도서출판 이종
스케치 여행은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기록이자, 현지 분위기를 깊이 느껴 보는 경험이다. 카메라로 찍어서 기록할 수도 있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펜과 종이로 그려 보면 더 오래 더 선명하게 기억된다. 책은 그림을 그리는 기법을 넘어 일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태도를 이야기한다.

저자의 그림은 섬세하지만 정교함을 좇지 않는다. 순간의 감정에 집중한 자유로운 선들은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토닥이는 듯하다. 그림 한쪽에 티켓이나 영수증을 붙이거나, 냅킨에 손 가는 대로 그리는 등 사소한 것을 재료 삼아 유연하게 완성한 그림은 누구라도 당장 그리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심어 준다.

사진 = 도서출판 이종
책은 스케치 여행의 준비와 모든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1장에서는 작가가 애용하는 펜과 노트를 소개하며 최소한의 도구로 가볍게 여행의 첫 발을 뗄 수 있도록 돕는다. 빈 노트를 마주하면 선뜻 무엇을 기록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는데, 2장에서는 이런 고민을 덜어 줄 30가지 스케치 아이디어를 전한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적인 장면부터,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인상적인 풍경까지 다양한 시선과 소재가 담겨 있다.

3장에서는 작가가 일본 도쿄‧오사카, 경북 경주를 여행한 기록을 함께 따라간다. 그림과 사진, 짧은 에피소드가 함께 실려 있어 여행의 감정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 밖에도 스케치 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줄 여행 팁과 매 순간 달라지는 현장에서 장면을 포착하고 그리는 저자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털어놓는다. QR 코드로 제공하는 1분 드로잉 영상 다섯 편은 작가의 그리기 방식을 참고할 수 있어 유용하다.

​책은 어반 스케치를 막 시작한 이들에게는 다음 장을 채우고 싶게 만드는 용기를, 여행의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그림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건넨다. 그림이 먼저든 여행이 먼저든, 자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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