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특별하고 색다르게 여행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면 ‘이들처럼’ [여책저책]
기억을 추억하는 수단은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 사진이 있고요. 영상을 찍기도 합니다. 녹음을 하기도 하죠. 글도 남기고요. 어떤 이들은 상징적 물건이나 물 또는 공기 등을 담아 오래 기억하려 합니다.

런던 V&A 박물관에서 만난 새로운 여행 방법을 그리기로 제안하는 이고은 작가의 책 ‘그리면서 본다’와 그림 속에 순간을 담는 어반 스케처 임세환 작가의 책 ‘카콜의 어반 스케치 여행’을 만나봅니다.
이고은 |후즈갓마이테일

책 ‘그리면서 본다’는 저자가 2008년 V&A 박물관에서 직접 그린 30여 점의 드로잉을 중심으로 쓴 드로잉 에세이다. 당시 영국 유학 중이던 그녀는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A 박물관)에 자주 갔다. 매번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라 20분 동안 따라 그렸다. 선이 삐뚤고 비율이 어긋나도 상관없었다. 만국 박람회 기념 머그잔, 로댕의 조각상, 삼국 시대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석기, 박물관에 놓인 스툴까지. 그림을 완성하는 순간, 유리창 너머의 작품은 어느새 그녀의 것이 됐고, 그림을 그리던 당시의 기억과 감정도 생생히 저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저자가 제안하는 ‘20분 여행 드로잉’은 나만의 기념품을 만드는 가장 특별한 방법이다. 물론 그리기에 대해 얘기를 꺼내면 대부분 그림을 못 그린다거나 그려본 적 없어서 두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중요한 건 잘 그리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걸 눈으로 마음껏 따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장식을 하나하나 좇다 보면 그 자체가 놀이가 된다면서 잘 그리겠다는 부담보다 보고 싶은 걸 다 그려 보겠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전한다.

책은 그리기에 필요한 준비물 리스트와 작가의 꿀팁, 여행 그리기를 즐기는 마음가짐까지 만화로 친절하게 담았다. 또 책 속에 담긴 작품들의 이름과 제작 지역 및 시기, 작품을 전시한 방 번호는 물론, 2008년 당시 전시 안내 문구까지 그대로 실었다. 2025년 6월을 기준으로 갱신된 작품명과 전시관 위치를 권말의 ‘찾아보기’에 정리했다. QR코드를 통해 실제 작품 사진과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실물과 드로잉을 같이 보면 관찰하는 눈과 그리는 눈이 함께 자라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카콜(임세환) | 도서출판 이종

책에는 여행 중에 그린 저자의 스케치를 300점 가까이 수록했다. 이에 어느 페이지에서도 그림이라는 여행 방식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수하물을 부치고 탑승 시간을 기다리며 바라본 비행기, 이색적인 거리와 건물, 현지의 작은 카페와 한 끼의 미식까지, 여행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주한 장면들이 하나둘 펼쳐진다.

저자의 그림은 섬세하지만 정교함을 좇지 않는다. 순간의 감정에 집중한 자유로운 선들은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토닥이는 듯하다. 그림 한쪽에 티켓이나 영수증을 붙이거나, 냅킨에 손 가는 대로 그리는 등 사소한 것을 재료 삼아 유연하게 완성한 그림은 누구라도 당장 그리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심어 준다.

3장에서는 작가가 일본 도쿄‧오사카, 경북 경주를 여행한 기록을 함께 따라간다. 그림과 사진, 짧은 에피소드가 함께 실려 있어 여행의 감정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 밖에도 스케치 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줄 여행 팁과 매 순간 달라지는 현장에서 장면을 포착하고 그리는 저자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털어놓는다. QR 코드로 제공하는 1분 드로잉 영상 다섯 편은 작가의 그리기 방식을 참고할 수 있어 유용하다.
책은 어반 스케치를 막 시작한 이들에게는 다음 장을 채우고 싶게 만드는 용기를, 여행의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그림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건넨다. 그림이 먼저든 여행이 먼저든, 자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장주영 여행+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오늘의 운세 2025년 8월 9일 土(음력 윤 6월 16일)·2025년 8월 10일 日(음력 윤 6월 17일) - 매일경제
- AI로 일자리 다 쓸려나가는데…고용장관 “AI로 임금삭감 없는 주4.5일제” 장밋빛 전망 - 매일경
- “대통령실, 민주당 의원 전수조사 하라”…‘주식차명거래’ 이춘석 고발인 요구 - 매일경제
- [속보] 국힘, ‘전대 합동연설 방해’ 전한길 징계키로…“조속히 결론” - 매일경제
- “이러니 ‘대전 성심당’ 사랑받지”…올해도 ‘광복절 기념빵’ 판매, 수익금 사회 환원 - 매
- “이러니 다들 해외 가지”…강원도 ‘1박 140만원’ 펜션에 여행객들 경악 - 매일경제
- [속보] “배신자 배신자” 외쳤다…국힘, ‘전대연설 방해’ 전한길 징계 절차 돌입 - 매일경제
- “미안하다, 정신이 나갔었나 보다”…‘아내 절친’ 잠들자 강제추행한 30대 - 매일경제
- “현금실탄 10억 넘게 있다고요? 그렇다면”…강남·용산 ‘분상제’서 기회 잡아라 - 매일경제
- “우린 EPL 역사상 최고의 파트너십 보였어” 손흥민 향한 케인의 진심···“SON은 아주 겸손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