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정전 주범 ‘노후 변압기’ 한전도 지자체도 관리 뒷짐

정선아 2025. 8. 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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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변압기 고장으로 인한 정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변압기가 고장 나 2시간30여분간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사진은 변압기를 점검하는 모습. /경인일보DB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여름철 정전 사고의 주범인 ‘노후 변압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파트·빌라 등이 비용 부담과 재건축 진단 등을 이유로 변압기 교체를 미루는 가운데, 한전과 지자체도 관리에 손을 놓고 있어서다.

오래된 변압기 고장으로 인한 정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5시20분께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변압기가 고장 나 2시간30여분간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이 사고로 주민 7명이 30분 동안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2천200여가구가 무더위에 냉방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이 아파트는 준공 당시에 설치한 변압기를 38년째 이용하고 있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에 설치된 변압기를 25년마다 교체하라고 권고한다. 그러나 변압기를 교체하는 데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들다 보니, 민간 공동주택들은 교체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또 공동주택 재건축을 위해 변압기를 교체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재건축 판정을 위한 진단 항목에 ‘기계·전기설비 노후도’가 있어, 변압기를 교체하면 재건축 대상에서 제외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인천 노후공동주택 현황. /허종식 의원실 제공


인천 남동구에 있는 한 노후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혜진(32)씨는 “올여름 노후 아파트에서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준공 34년이 지난 우리 아파트도 갑자기 정전이 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아파트 주민 사이에서 장기수선충당금을 이용해 오래된 변압기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재건축을 위해서 교체하면 안된다는 주민들도 있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이유로 많은 공동주택이 준공 당시에 설치한 변압기를 현재까지 이용하고 있지만, 한국전력공사와 지자체 모두 정전 사고를 유발하는 노후 변압기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종식(민·동구미추홀구갑)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인천의 공동주택 단지 중 43.6%(351개)가 준공한 지 25년이 넘은 노후 단지다. 이 단지들은 준공 당시 설치한 변압기를 교체하지 않고 사용할 경우 정전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그중 1991년 이전에 준공된 15.8%(127개)는 정전 사고에 더욱 취약하다. 1991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 있는 변압기 용량은 당시 세대별 전력 사용량인 1㎾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후 지어진 아파트는 세대별 전력 사용량 3㎾에 맞춘 변압기가 설치돼 있다.

허 의원은 “법적 한계로 민간 공동주택들이 노후전기시설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노후 공동주택 비율이 높은 인천은 대규모 정전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한전 측과 논의 중이며, 필요한 경우 현행 법령 개정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선아 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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