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개 맞아? 대사관 직원 믿고 보냈지만 돌아온 '레몬' [고은경의 반려배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얼마 전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입양 보낸 개의 행방을 알 수 없는데 방법이 없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4개월 뒤 서울에 주재 중인 중동 지역 국가의 대사관 직원에게 레몬을 입양 보냈다.
이후 서울에 있는 또 다른 외국인이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레몬을 넘겨받았다'며 입양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입양 의사를 밝혔던 외국인마저 또 다른 지인에게 레몬을 보냈다는 연락만 남긴 채 잠적해버렸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입양 보낸 개의 행방을 알 수 없는데 방법이 없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사연은 이렇다.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은 지난해 6월 서울시 민관협력 유기동물 입양 사업의 일환으로 시보호소에서 포메라니안 '레몬'(4세 추정·암컷)을 구조했다. 4개월 뒤 서울에 주재 중인 중동 지역 국가의 대사관 직원에게 레몬을 입양 보냈다. 대사관 직원이라 신원도 확실했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 꼭 데려가겠다는 약속도 받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입양을 보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직원이 지난달 귀국하면서 시작됐다. 출국 관련 서류를 작성하던 중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이후 서울에 있는 또 다른 외국인이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레몬을 넘겨받았다'며 입양 의사를 밝혔다. 단체는 "입양계약서에는 부득이한 경우 단체로 동물을 돌려보내기로 되어 있지만 지인에게 믿고 맡겼다고 보고 입양을 진행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입양 의사를 밝혔던 외국인마저 또 다른 지인에게 레몬을 보냈다는 연락만 남긴 채 잠적해버렸다. 단체 활동가들은 레몬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어 애가 탔다. 대사관에 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고, 그사이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기사화에 앞서 상황 파악이 우선이라 연락했지만, 기자 역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어렵게 대사관과 연락이 닿은 뒤 현재 상황과 '행방불명 된 개를 찾는 것이 먼저'임을 설명했다. 기자의 연락 후 다음 날 단체는 첫 입양 의사를 밝혔던 외국인으로부터 "개를 데려가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레몬을 만난 활동가들은 같은 개가 맞는지 의심부터 했다고 한다. 풍성했던 털은 온데간데없었고, 한쪽 눈 밑은 검게 착색돼 있었다. 내장형 등록칩을 확인하고 나서야 같은 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몬은 두 번째 입양 간 집에서 다리를 다쳐 현재 고관절 탈구 진단을 받고 수술을 앞두고 있다.

1년 가까이 함께 지낸 개를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버리고 간 것도 야속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면 계약서대로 단체에 데려다줬어야 했다. 게다가 레몬은 짧은 기간 지인에게, 그리고 그 지인의 지인에게 차례로 맡겨졌다. 자칫 시간이 더 흘렀다면 레몬의 행방은 끝내 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같은 개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한 모습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최미금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대표는 "입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책임감"이라고 말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순간 예쁘다고 준비 없이 데려오고, 상황이 바뀌었다고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레몬은 보호자, 입양자, 재입양자에게 세 번이나 버림받았다. 사람이 미울 법도 한데 그럼에도 여전히 밝은 성격으로 사람을 잘 따른다고 한다. 레몬에게 이제는 진짜 '평생 가족'이 나타나길 바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특검 "휴대폰 초기화한 '김건희 문고리 3인방'…증거 인멸 가능성" | 한국일보
- "민주당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당원·김어준 뜨고, 국회의원은 졌다 | 한국일보
- 특검에 답답함 드러낸 민주당 "피의자 하나 구인 못하면서 어떻게 심판하냐" | 한국일보
- [단독] 특검 "김건희, '정교분리' '정당 민주성' '시장경제질서' 훼손" | 한국일보
- "신혼집 요구하는 한국선 결혼 포기... 일본 여성 찾아 떠나요" | 한국일보
- [단독] 특검, 尹 기소 논리로 국민의힘 지도부 '계엄 해제 방해' 의혹 겨눈다 | 한국일보
- ①한미회담 ②조국 사면 ③양도세... 휴가 마친 이 대통령의 당면 과제 | 한국일보
- 주가 출렁일 때마다 화들짝 … 민주당의 ‘코스피 종속’ 딜레마 | 한국일보
- 전한길, 찬탄파 후보에 "배신자"... 더 이상 추락할 곳 없는 野 합동토론회 | 한국일보
- "운동해야 '번아웃' 막는다"… 중강도 운동 하루 몇 분?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