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 한 자루로 파낸 질문.. 해변이 무대가 되는 순간, ‘2025 비바스트릿’이 온다

제주방송 김지훈 2025. 8. 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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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저녁, 해가 바다 끝선으로 기울 무렵.

삼양해수욕장 모래사장 한켠에 낯선 광경이 펼쳐집니다.

관광객 무리에 섞인 한 남자가 말없이 삽을 꽂더니, 모래를 한 삽씩 들어 올립니다.

9일과 10일, 삼양과 이호 해변은 이처럼 익숙한 풍경을 벗고, 실존을 건드리는 질문의 장으로 변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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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이호 바다 위에 던지는 실존의 파문
거리예술, 일상 깊숙이 스며드는 ‘Digging Deep’


8월의 저녁, 해가 바다 끝선으로 기울 무렵.
삼양해수욕장 모래사장 한켠에 낯선 광경이 펼쳐집니다.

관광객 무리에 섞인 한 남자가 말없이 삽을 꽂더니, 모래를 한 삽씩 들어 올립니다.
입에서 흘러나온 건 단 한 문장.
“나는 H를 찾고 있어요.”

조명도, 스피커도, 무대 장치도 없습니다.
바람과 파도, 그리고 낯선 침묵이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합니다.

9일과 10일, 삼양과 이호 해변은 이처럼 익숙한 풍경을 벗고, 실존을 건드리는 질문의 장으로 변모합니다.

■ 경계가 지워지는 자리

다원예술단체인 살거스(SALGOCE)는 지난 10여 년간 골목과 광장, 시장과 해변을 공연장으로 변신시켜 왔습니다.
그들의 무대에서는 관객과 배우, 공연과 일상의 경계가 흐려집니다.
올해 시리즈 ‘CLOSER’는 그 흐림을 한층 더 짙게 만들어, 삶 속 깊숙이 들어오는 질문을 꺼내놓습니다.

■ ‘H’를 찾아.. 반복 속에서 드러난 은유

‘Digging Deep’의 한가운데에는 H가 있습니다. Hope(희망), Habit(습관), Hollow(공허), Honesty(진실).
바람에 흩날리듯 부유하다가도, 각자 마음속에서만 완성되는 기호입니다.

남자가 삽으로 모래를 파는 행위는 얼핏 단순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 반복 속에는 현대인의 루틴, 깨고 싶지만 깰 수 없는 습관, 그 틈새로 스며드는 기대와 좌절이 얽혀 있습니다.
손끝에서 떨어지는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 시간의 결을 품었습니다.


■ 해변이 만든 완벽한 무대

9일 삼양해수욕장, 10일 이호해수욕장.
두 공연 모두 오후 6시, 해가 기울며 바다가 노을빛으로 물드는 시각에 시작됩니다.

파도는 대사가 되고, 갈매기 소리는 배경음이 됩니다. 석양이 퍼포머의 그림자를 길게 늘이고, 지나가는 행인조차도 무대 일부가 됩니다.

공연을 만드는 건 배우나 연출만이 아니라, 그 순간의 제주 바다입니다.

■ 관객이 만드는 서사

이 무대에서는 관객도 선택해야 합니다. 그냥 지나칠지, 질문을 건넬지, 삽을 함께 쥘지.
어쩌면 장난스레 방해를 놓을 수도 있습니다.

살거스는 “그 모든 개입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 남는 건 답이 아니라 질문

살거스는 이번 공연에 대해 “완성된 답을 주는 대신, 각자가 자신의 H를 찾아보게 하고 싶다”고 취지를 전했습니다.

무료 공연이며, 날씨에 따라 일정이 바뀔 수 있습니다.

해변을 거닐다 우연히 마주치거나, 혹은 일부러 시간을 내 발걸음을 옮겨보길 권합니다.
‘Digging Deep’이 남긴 물음이 모래 위에 계절의 기억으로 가만히 스며들지 모릅니다.

“당신의 H는 무엇인가요?”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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