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뚝배기 국물에 국수사리… 여름철 보약이 따로없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50∼60년된 국밥집 즐비한 예산시장
정갈한 가게에 끌리 듯이 자리잡아
새우젓·청양고추와 나오는 장터국밥
숟가락으로 휘저으니 소고기 한가득
양푼에 나오는 돼지비계찌개도 일품
“시장의 땀·삶 그리고 정서 품은 음식”

예전에도 이렇게 더웠나. 에어컨을 틀어도 자동차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강렬한 햇살은 가뜩이나 지루한 운전을 더 고되게 만든다. 예산은 초행인지라 유명하다는 예산시장을 거쳐 약속 장소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평일 오전 다소 한가한 거리 풍경은 여느 다른 시골 장터의 시간과 다를 바 없게 느껴졌다. 지난겨울 홍성으로 출장을 다녔는데 갈림길 하나로 예산으로 갈 수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예산에는 맛집이 참 많다. 최근 유명해진 예산시장은 주말에는 아직도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숟가락으로 뚝배기를 휘저으니 바닥 가득 숨겨 있던 소고기가 그 우아한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 고기에 새우젓과 청양고추를 올려 한입 넣어보니 이미 맛이 갖춰져 있는 소고기에 더 멋진 향미가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다. 국물은 그야말로 보약이다. 적절한 끝 간은 숟가락이 쉬지 않게 만든다. 할머니 장터국밥의 면은 살짝 굵은 중면이다. 쫄깃함보다는 부드러움과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뚝배기에 조금씩 넣어 먹는 그 맛이 아주 일품이다. 면사리 하나로 고기국수가 되는 순간이다. 이런 걸 ‘1타 2피’라고 하던가. 김치와 깍두기, 국밥의 조화는 도화지에 스케치하고 물감을 입혀 완성되어 가는 듯하다. 할머니 장터국밥의 국밥은 가히 한 그릇에서 완성되는 예술작품이라 볼 수 있다. 부른 배를 안고 가게를 나왔다. 구름 한 점 없는 뜨거운 여름을 버티기엔 할머니 장터국밥의 고기국밥 같은 보양식이 없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국밥을 팔지 않았다. 돼지비계찌개와 돼지주물럭이 주메뉴다. 어쩌다 장터국밥집에 국밥이 없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테이블에서 끓고 있는 양푼 냄비의 찌개가 참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이곳이 로컬 맛집이라는 걸 알게 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가 앉은 자리까지 만석이 되고 나서도 손님들이 계속 들어왔다가 아쉬운 발걸음을 하며 돌아가길 몇 팀이 되었을까. 곧 주문한 돼지비계찌개가 나왔다.

◆장터국밥
장터국밥은 말 그대로 장날, 시장통에서 허기진 사람들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던 음식이다. 각 지역마다 장터국밥 스타일이 다르다. 사골과 양지를 진하게 우려낸 국물에 선지, 콩나물, 우거지, 고사리를 넣는 곳들도 있고 된장을 풀어 구수하게 끓이기도 하며 소머리가 들어가 깊은 맛을 내는 곳들도 있다. 각 지역마다 국밥의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 뿌리는 장터라는 공동체에서 시작된다. 장터국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지역과 세월을 담은 생활문화의 기록이다. 지금도 장터국밥 한 그릇은 시장의 땀과 삶, 그리고 우리의 정서를 품고 있다.

<수육 재료> 돼지수육 500g, 된장 50g, 청양고추 1개, 마늘 3톨, 참치액젓 50㎖, 물 2L.
<김치 리소토 재료> 다진 김치 50g, 밥 100g, 생크림 30㎖, 다진 양파 10g, 다진 마늘 10g, 참기름 15㎖, 굴소스 10g, 치킨 스톡 150㎖, 버터 15g.
<만들기> ① 돼지 고기는 수육 재료를 넣고 1시간 30분 뭉근히 삶아 준다. ② 냄비에 버터를 두르고 김치, 양파, 마늘을 볶아준다. 스톡을 넣고 끓이다 밥을 넣어준 후 굴소스로 간을 한다. ③ 참기름으로 향을 내고 접시에 담아 준 후 수육을 얹어준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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