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만 쏠린 수사력..1조 넘는 보험사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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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보이스피싱 대응이 강화되면서 보험사기 수사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기홍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보험사기 대응은 단일 기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보 공유와 수사 공조가 가능한 통합 시스템 구축과 함께 AI 기반 방지 시스템 도입, 윤리문화 확산을 위한 범사회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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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보이스피싱 대응이 강화되면서 보험사기 수사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험사기 적발액이 1조원을 넘긴 가운데 수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피해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보이스피싱을 '국민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민생 범죄'로 규정하고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보이스피싱 등 다중 피해사기 대응을 위한 전담 인력 증원을 검토 중이다. 이로 인해 보험사기 수사 여력이 분산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경찰청 등 광역 수사 조직은 부서별 역할이 분담돼 있어 보이스피싱 대응 강화의 영향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일반 경찰서의 경우 특진이 걸린 사건에 수사 인력이 집중되면서 보험사기 수사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총 1조150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보험이 49.6%, 장기보험이 42.2%를 차지하며 전체의 90% 이상이 해당한다. 주요 사기 유형은 사고내용 조작 58.2%, 허위 사고 20.2%, 고의 사고 14.7% 순이다.
최근에는 병원과 환자가 공모한 허위 청구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2월 무릎 통증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A씨(72)는 병원 측이 실손보험 청구를 돕겠다며 실제와 다른 치료 내역(도수치료·체외충격파)으로 의무기록을 작성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병원은 "사전 동의한 내용"이라며 수정을 거부했고, 병원뿐 아니라 A씨 역시 법적 책임에 직면할 가능성이 생겼다.
이처럼 진료 패턴의 정형화, 병원과의 조직적 연계, AI·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영상 조작까지 등장하면서 보험사기는 점점 기업화된 범죄 네트워크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업 종사자와 관련 직종 종사자의 보험사기 적발 건수는 전년 대비 각각 11.1%, 8.2% 증가했다.
보험사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액은 5704억원으로 전체 보험료(약 20조7000억원)의 2.76%에 달한다. 차량 1대당 부담은 약 2만2000원 수준이다. 보험사기 대응을 위한 비용 증가와 심사 강화로 인해 선의의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대응이 시급한 과제인 것은 맞지만 보험사기 역시 보험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며 "수사 인력과 정책의 균형 잡힌 배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평소에도 보험사기 수사는 경찰 입장에서 유인 효과가 낮은 편인데 보이스피싱 집중으로 수사 여력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주요국은 보다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영국은 2006년 보험사기국(IFB)을 설립해 경찰과 실시간 공조 체계를 구축했다. 미국은 1994년 보험사기방지법을 제정해 조직적 사기에 최대 10년형을 부과하고 있다.
이기홍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보험사기 대응은 단일 기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보 공유와 수사 공조가 가능한 통합 시스템 구축과 함께 AI 기반 방지 시스템 도입, 윤리문화 확산을 위한 범사회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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