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은 ‘예외’가 없다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2025. 8. 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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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은 타인의 몸과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고통스럽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한다(법 제76조의2). 관련 사건 실무에서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라는 요건이 가장 중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는 원래 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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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7월14일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들어 보이며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괴롭힘’은 타인의 몸과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고통스럽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어느 관계에서 어떤 강도로 가해졌는가에 따라 민사상 불법이 되기도 하고 형사상 범죄가 되기도 한다.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은 대표적인 불법 사례다. 왜 그럴까. 대개 직장은 수직적인 위계가 작동하는 장소이자 내 가족의 생계가 달린 공간이며, 나의 자아실현과 사회적 정체성 형성에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직장은 힘의 우위를 이용한 괴롭힘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곳이자, 괴롭힘 피해자를 가장 취약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괴롭힘이자 가장 피해가 큰 괴롭힘인 셈이다. 우리 법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말을 따로 만들어 그 불법성을 명시하고 사업주와 국가(고용노동부)에 구체적인 대응 의무를 부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한다(법 제76조의2). 관련 사건 실무에서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라는 요건이 가장 중요하다.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는 ‘사적인 용무 지시’ 행위가 대표적인 괴롭힘 사례로 제시된다. 직장 상사가 ‘집 변기가 고장 났으니 살펴달라’ ‘집 앞 쓰레기 좀 가져가달라’ 같은 지시를 반복적으로 했다면 영락없는 직장 내 괴롭힘이 된다.

법률가들도 종종 오해하는 게 있다. 흔히 ‘직장 내 괴롭힘 법’이라고 부르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이 2019년 7월에 시행되었으니, 그 이전의 행위는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다. 그렇지 않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는 원래 불법이었다. 법원은 그 전부터 이를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정하여 가해 당사자나 관련 문제를 방치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왔다.

이참에 국회 안 노동인권 문제도 더 살펴야

직장 내 괴롭힘 법은 그 행위 개념과 그에 대한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명확히 했다는 의의가 있다. 누구든지(피해자가 아니어도 된다)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할 수 있고(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1항) 신고를 받은 사용자는 지체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와 피해자 보호조치를 실시해야 하며(법 제76조의3 제2, 3항) 괴롭힘이 확인되면 가해자 징계, 근무 장소 변경 등을 해야 한다(법 제76조의3 제4, 5항). 사용자가 이러한 조사 의무나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었던 국회의원의 보좌진에 대한 갑질 논란이 뜨겁다. 확인된 행위들이 합리적 이유 없이 반복되었다면 엄연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인다. 청문회에서 불거진 거짓 해명과 소수자에 대한 인권 의식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이 문제도 결코 가볍지 않다. 국회의원이라는 가장 공적인 지위가 이용되었다는 점에서 더 무겁게, 국회 보좌진 특유의 종속된 고용관계를 생각할 때 더 엄격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장관 임명은 결국 좌초되었지만 거기서 그쳐선 안 된다. 이참에 국회 안 노동인권 문제도 더 살펴야 한다. 민주당 안에서는 “직장 내 갑질과 보좌진-의원 관계에서의 갑질은 성격이 다르다” “동지적 관점, 식구 같은 개념이 있다” “그런 일을 하면서도 불만 없이 잘 해내는 보좌진도 있다”라는 말도 나왔다. 아, 그럼 국회의원도 보좌관 집 변기 살펴주고, 비서관 집 쓰레기 버려주고 그러나? 가족 같아서? 이런 말 하기 전에 제발 한 번만 더 생각하자. 당하는 사람들 입장도 그러한지.

임자운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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