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나를 만져요” 중년의 자위, 근사한 돌봄

한겨레 2025. 8. 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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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 시간이 제일 편해요. 남 눈치도 안 보고,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거든요."

그러나 수많은 중년 남성과 여성이 여전히 자위를 한다.

폐경기를 지나며 몸이 낯설게 느껴질수록, 다시 몸에 말을 걸 기회는 자위를 통해서밖에 없다.

물론 과도하거나 강박적인 자위는 피로감이나 우울을 동반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자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을 해소할 다른 통로가 없을 때 나타나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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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나면 건강해지는 ‘성’ 이야기
일러스트 김대중

“요즘은 그 시간이 제일 편해요. 남 눈치도 안 보고,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거든요.”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 돌봄’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지만, 성적인 자기 돌봄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낀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성을 ‘하지 말아야 할 것’ ‘숨겨야 할 것’으로 배웠고, 그 배움은 오랜 세월에 걸쳐 몸에 각인됐다. 그래서 자위는 사춘기의 기억으로만 봉인되고, 나이 든 성인은 그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다. 그러나 수많은 중년 남성과 여성이 여전히 자위를 한다. 다만 말하지 않을 뿐이다. 말하지 않으니 혼자만 이상한 것처럼 느끼고 죄책감이나 수치심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지만 중년의 자위는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라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위는 성적 욕망이 존재한다는 증거이자 나 자신과 감각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징표다. 더 나아가 타인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감각의 회복이기도 하다.

자위는 단순한 성적 행위가 아니다. 감정과 기억, 긴장과 이완, 기대와 해방이 교차하는 내면의 활동이다. 중년에 접어들수록 자위는 더 섬세하고 내밀한 방식으로 진화한다. 젊은 시절의 자위가 충동적이고 즉각적인 쾌감에 가까웠다면, 중년의 자위는 오히려 자기 위안의 기능을 한다.

특히 중년 여성의 자위는 조용하고 조심스럽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직장인으로서 역할을 해내느라 자신의 몸은 오래전부터 ‘보류’돼 있었기 때문이다. 폐경기를 지나며 몸이 낯설게 느껴질수록, 다시 몸에 말을 걸 기회는 자위를 통해서밖에 없다. 손끝으로 지나가는 느낌, 약간의 떨림, 부드러운 속도…. 그 안에서 여성은 다시 감각하는 존재로 돌아온다.

중년 남성의 자위는 외로움에서 파생되기도 한다. 파트너와의 거리는 멀어지고, 말보다는 침묵이 익숙해진다. 집 안에서는 가족을 위한 무언의 역할만 남고,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은 오직 혼자 있는 욕실이나 침대뿐이다. 그런데 이 자위가 종종 타박의 대상이 된다. 욕망을 말하자니 부끄럽고, 아니라고 하자니 거짓말이 되니 결국 침묵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성욕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며 달라지는 것은 욕망의 ‘강도’가 아니라 ‘방식’이다. 어릴 때보다 덜 타오를 수는 있어도 더 조용하고 깊은 방식으로 살아 있다. 자위는 바로 그 욕망을 정제하고 다듬는 과정이다. 충동이 아니라 선택이자 자기 이해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의학적으로도 자위는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불면증 완화, 스트레스 감소, 골반 근육 이완, 면역력 증진 등…. 실제로 규칙적인 자위는 수면의 질을 높이고 우울감을 줄이며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감정적 안정감을 유지하게 돕는다. 물론 과도하거나 강박적인 자위는 피로감이나 우울을 동반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자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을 해소할 다른 통로가 없을 때 나타나는 신호다.

문제는 ‘얼마나 자주 하느냐’가 아니라, ‘왜 하느냐’와 ‘어떻게 느끼느냐’에 있다. 자위 중 죄책감을 느낀다면 잘못해서가 아니라 오래도록 잘못 배워온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자위는 쾌락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자기 이해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위해 꾸미는 몸이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한 감각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중년의 자위가 지닌 가장 근사한 의미다.

임의현 대한성학회 사무부총장(다솜심리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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