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가 오웰을 완성하고 삭제된 아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서제인 옮김/ 생각의힘/ 2만4000원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뛰어난 유머와 지성을 갖춘 여성이었던 아일린이 오웰의 글쓰기와 사유에 기여한 바는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동물농장’의 알레고리 구조에는 아일린의 아이디어가 반영됐고, 아일린의 시 ‘세기의 끝, 1984’와 제2차 세계대전 중 정보부 검열과 근무 경험은 아일린 사후 오웰이 쓴 디스토피아 걸작 ‘1984’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그뿐이 아니다. 아일린은 자신의 학업을 중단하고 남편이 글을 쓸 추운 시골 오두막집으로 이사해 농장과 가게를 운영했다. 남편의 글을 타이핑하고 수정·편집했으며, 집안 경제를 책임지며 남편의 의지대로 입양한 아들을 기르고, 결핵에 걸린 남편의 건강과 정서를 돌봤다. 그런데도 오웰을 다룬 기존 전기들에서는 아일린의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저자는 아일린의 헌신과 그를 지워버린 문학사 모두, 여성을 ‘보조자’로 규정하는 사회 구조의 산물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저자는 오웰을 악인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저자는 “오웰의 작품들은 내게 소중하며, 그를 어떤 식으로든 끌어내리고 싶지 않다”고 강조한다. 오웰은 시대의 산물이었고, 가부장적 세계에서 자연스레 아내를 착취한 남성이었을 뿐이다. 이 점에서 책은 한 사람에 대한 고발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권력의 해부이자, 문학을 둘러싼 제도에 대한 통찰이다.
아일린은 자궁 종양으로 앓다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수술을 앞둔 그녀는 당시 유럽에 머물던 남편에게 수술 비용을 걱정하는 편지를 썼다. “걱정이 되는 건 사실 내가 그만큼의 돈을 쓸 만한 사람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에요.” 편지는 제때 닿지 못했고, 그는 수술대 위에서 세상을 떠났다. 아내의 죽음에 충격받은 오웰은 몇 달 동안 네 명의 여성에게 청혼해 아일린의 ‘후임’을 구했다.
잊힌 이름을 다시 부르는 일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작업만은 아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어떤 목소리에 귀 기울일지 결정하는 일이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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