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무는 한국미학 완전체"...무용공연이 브랜딩 나선 이유
[비욘드 스테이지] 외국인의 눈으로 본 ‘일무’
![오는 21~2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서울시무용단 ‘일무’. 총 7000석이 조기매진되며 한국무용 흥행사를 다시 썼다. 패션디자이너 출신 정구호가 연출했고 한국무용가 정혜진, 현대무용가 김성훈,·김재덕이 안무했다. [사진 세종문화회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9/joongangsunday/20250809003817278efre.jpg)
‘케데헌’ 메기 강 감독이 무당굿을 ‘최초의 콘서트’라고 언급할 만큼 전통문화가 재발견되고 있지만, 전통이 옛 모습 그대로 머물렀다면 외국인이나 대중이 접근할 수 있었을까. 글로벌 창작자들이 K코드에 열광하는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 예술가들의 꾸준한 전통 재해석 시도가 있었다.
서울시무용단 ‘일무’가 대표적이다. 2022년 정구호 연출의 지휘로 종묘제례악 속 일무의 정수만 뽑아 현대적인 속도감과 스펙터클로 포장해 내놨다. 초연부터 반응이 뜨겁자 2023년 곧바로 뉴욕 투어에 나서 링컨센터 무대를 완판시켰고, 올해 공연(21~23일 세종문화회관)도 조기 매진됐다. 5000명의 세계 석학들이 모이는 세계경제학자대회(ESWC) 공식 문화행사로도 선정됐다.
공연계 최초로 ‘브랜드 앰버서더’까지 도입했다. 북촌 한옥에 살고 거문고를 타며 한국 미학을 설파하고 있는 마크 테토다. 본업인 금융업보다 한국문화 전도사로 더 유명한 그는 지난 4일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 미학과 일무’라는 강연도 진행했다. 이미 완판된 공연에 홍보가 필요할까. ‘일무’ 기획자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과 마크 테토는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일무’의 기획자인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왼쪽)과 브랜드 앰버서더 마크 테토. [사진 세종문화회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9/joongangsunday/20250809003818538lwpw.jpg)
Q : 공연에 브랜드 앰버서더라니 생소하다.
A : 안=“마크가 ‘일무’ SNS에 댓글을 달자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는 걸 보고 뒤늦게 모셨다. 옛날식 한옥이라면 한국인도 살기 힘든데, 한옥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생활방식을 확장하고 이 시대 미학이 반영된 전통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일무’의 철학 그 자체로 보인다.” A : 테토=“원래 일무 팬이었다. 10년 전쯤 안 사장의 강연에서 정구호 연출의 무용공연 사진을 보고 매료된 후 그의 공연을 빠짐없이 보고 있다. 의상부터 퍼포먼스까지 한국미학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Q : 지금 K컬처에 대한 관심이 절정이다.
A : 테토=“이제 시작 아닌가. 한국에서 5년 살고 처음 한옥을 알게 됐을 때 엄청 놓치고 있었다는 느낌이었다. 한국인들도 할머니 집만 알았지 이런 한옥은 처음 봤다더라. 눈앞에 있어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가치를 알 수 있고, 나에게 미션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일무’가 어떤 ‘구멍’을 메울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들이 경복궁과 한식을 즐기지만 볼만한 ‘전통 퍼포먼스’가 없었다는 얘기다. “외국에서 지인들이 오면 가이드를 하는데, 중국·일본의 대도시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퍼포먼스가 있다. 물론 ‘난타’가 있지만 한국문화를 대표하기엔 좀 현대적이다.”
Q : 외국인들은 전통 그대로를 선호하나.
A : 테토=“‘한국의집’에도 가봤지만 외국인들이 접근하기 어렵더라. 한국 젊은 세대도 옛날 전통 그대로 보기는 힘들지 않나. 본질을 지키면서도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야 되는데, ‘일무’가 딱 그렇다. 전통이면서 한국적 아름다움의 본질인 여백과 절제를 너무 잘 재해석했다. 한옥과 마찬가지로 ‘섬싱 디퍼런트’가 분명해서 외국인들에게 강추하고 싶은데, 상설공연이 아니라 아쉽다.” A : 안=“우리가 일본·중국과 다른 게 현재화된 전통이 없다는 건데, 기획자로서 거기 주목했다. 불행한 역사 탓에 우리 전통이 마이너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지만, 자존심을 회복한 지금 좋은 작품을 만들어 보여주면 우리 대중부터 가치를 발견할 것이고, 우리가 즐기면 외국인들도 더 진지하게 바라볼 거다. 버킹엄궁 근위병 교대식도 오래된 게 아니다. 영국왕실문화의 상징으로 ‘만들어진 전통’이지만, 현대인에게 아름답고 멋있게 보이면서도 왕실의 권위를 지키는 본질은 그대로다. 지켜야 할 것과 현대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을 같이 생각하면서 변화해 가야 한다.”
Q : 외국인은 K컬처의 무엇에서 매력을 느끼나.
A : 테토=“드라마나 무용이나 미술이나, 외국인으로서 신기한 건 ‘정’ ‘한’ 같은 깊은 감정이 느껴진다는 거다. 뉴욕에선 미술관에 가면 벽에 걸린 완성품이 중요했지만, 한국미술은 완성품보다 여정이 중요하더라. 단색화 거장 박서보 선생이 하루하루 반복적 제스처로 그리며 마음을 비운다는 데서 깨달음을 얻었다. 거문고를 배울 때도 그랬다. 미국에서 피아노를 배울 땐 남들 앞에서 연주가 목적이었는데, 거문고는 원래 선비가 혼자 앉아 한 음씩 퉁기며 자기 마음을 높이고 넓히는 것이라더라. 너무 감동했고, 음악 자체가 명상이란 걸 알았다. 그래서 ‘일무’도 명상적인 마음으로 본다. 퍼포먼스를 보며 마음을 넓힌다는 게 무용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 아닐까.”
Q : 그런 게 코리아니즘의 핵심일까.
A : 테토=“일본과 한국의 다도를 비교해도 재밌다. 몹시 정확하게 순서와 각도를 지켜야 하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큰 틀 안에서 자유롭다. 건축 역시 일본은 여백이 있지만 기둥과 다다미의 각도와 직선이 정확하다. 한옥은 대들보와 기둥이 휘어지고 금이 간 이유가 원래 소나무 모양을 자연 그대로 유지하는 게 더 아름답다고 보기 때문이다. 흐름 안의 자유로움이 한국 특유의 퍼펙트 밸런스라고 생각한다.” A : 안=“인간은 사회적인 관계의 질서에 구속 받지만, 한국인은 파격을 즐기는 편이다. 질서에서 곧잘 빠져나와 원시적인 감정 상태나 개인의 고유한 감성으로 잘 돌아오는데, 정이나 한도 그런 영역에 속한다. 그래서 한국문화가 중국·일본과 다를 수 있고, 타 문화권에서도 신기하게 느끼고 자유로움과 깊이를 논하더라.”
Q : 코리아니즘 확산이 화두다.
A : 안=“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하고, 앰버서더를 모신 이유다. 우리의 책임감·사명감과 달리 한국문화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면서 우리가 미처 발견 못한 가치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는 마크가 이미 주요 메신저가 됐다고 본다.” A : 테토=“타이틀 없이 혼자라도 알리고 싶었다. 요즘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에게 ‘일무’ 한 작품만으로도 다양한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패션부터 퍼포먼스까지 한국미학 완전체다. 내가 한옥에 살면서 예상치 못하게 고미술·고가구·도자기·건축·국악에까지 관심이 생겼 듯, ‘일무’도 그런 출발점이 될 작품이라 생각한다. 진심이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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