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李정부, 공직자 재테크의 새 지평을 열다

박정훈 논설실장 2025. 8. 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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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편 흠엔 눈감는
‘선택적 실용’ 人事는
근무 중 코인 투자도
뇌물성 ‘배추 배당’도
부동산 투기도 된다는
뉴 노멀을 확립시켰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은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좌관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확인하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찍혔다. /더팩트 제공

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장이 보좌관 명의 계좌로 주식 거래를 하다 들킨 사건은 기가 막히지만, 사실 크게 놀랍진 않다. 이재명 정부가 공직(公職)의 도덕적 허들을 워낙 파격적으로 낮춰놓은 터라 어떤 사달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불법 차명, 내부 정보 활용 의혹은 악성이나 국회 회의 중 돈벌이하는 행태 자체부터 새삼스럽지 않다. ‘코인 본좌’ 김남국 전 의원이 이미 선례를 만들어 놓은 터였다.

김 전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 사상 가장 혁신적인 재테크 수법을 구사한 인물이었다. 민주당 초강경파로 남다른 공격력을 과시하던 2023년, 그가 재산 등록에 누락된 최대 60억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보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그를 기소하며 10억원을 투자해 90억원 수익을 올렸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일반인은 가상화폐가 무언지 잘 알지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것도 위믹스·클레이페이·메콩코인·젬허브·마브렉스 등등 듣도 보도 못한 이른바 ‘잡(雜)코인’으로 거액을 벌었으니 시대를 앞선 절정 초고수란 소리를 들을 만했다.

기막힌 사실들이 속속 드러났다. 그는 국회 의정 활동 중에도 열심히 가상화폐 거래를 하고 있었다. 예컨대 이태원 참사 일주일 뒤, 법사위 현안 보고에서 법무부를 상대로 사고 원인을 추궁한 직후 그의 코인 지갑에서 매도 주문이 나온 것이 확인됐다. 법무장관 인사 청문회에 위원으로 참석한 날도 하루 새 15차례 거래가 있었다. 법안 심사 중에도, 심지어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시각에도 코인을 사고 팔았다. 3년간 누적 거래액이 무려 1118억원에 달했다.국회 상임위 도중에만 최소 200회 거래했다는 집계도 나왔다. 가히 ‘중독’ 수준이었다.

그는 가상화폐 과세를 유예하는 법안, 게임 머니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에도 이름을 올렸다. 입법 권한을 활용한 이해 충돌 소지가 다분했다. “매일 라면만 먹는다”는 둥 청빈함을 내세웠던 그였기에 대중의 배신감은 컸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의원 제명안을 부결시켜 무소속으로 4년 임기를 다 채우게 했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일 때였다. 그것도 모자라 이 대통령은 집권하자 그를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기용해 공직에 복귀시켰다. 공직 사회는 이 인사를 새로운 윤리 지침의 도입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공무원의 근무 중 개인 재테크가 허용된다는 뜻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자기 편 사람의 결함엔 눈감는 이재명 정권의 ‘선택적 실용’ 인사는 공직자 금전 윤리의 허용 한계선을 획기적으로 확장했다. 국무총리부터 파격이었다.

김민석 총리는 수입·지출에 거액의 구멍이 나자 경조사 두 번, 출판 기념회 두 번으로 총 5억원의 현금 수입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와 절친한 사업가는 그의 돈 2억원을 배추 농사에 대신 투자해 월 450만원의 배당금을 꼬박꼬박 보내주었다. 수익률로 환산하면 연 27%니, 세상에 존재하기 힘든 고수익 투자였다. 그런데도 그는 인사 검증을 클리어하고 청문회를 통과해 총리 자리에 올랐다. 앞으로 출판 기념회 돈봉투는 액수 한도 없이 무제한 받아도 되고, 투자를 빙자한 뇌물성 이익금을 챙겨도 된다는 뜻이었다.

부동산에선 ‘투기’와 ‘투자’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 대통령은 30년간 아파트며 상가 등을 사고 팔아 시세 차익을 올린 자신의 멘토를 국정기획위원장에 기용했다. 말로는 ‘투기 근절’을 주장하면서도 어린이날 선물로 두 아들에게 재개발 예정 건물을 사주고, 가족 명의 회사까지 차려 부동산 사업을 벌인 사람이었다.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 시절, 재개발 딱지 투자로 하차했던 ‘흑석 선생’ 김의겸은 새만금개발청장에 임명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대통령은 인사로 국정 철학을 말한다.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땅·상가·오피스텔에서 단독·다세대 주택까지 문어발 식으로 사들인 전력이 드러났다. 양평·성남·용인·당진에서 서울 강동·강남·동대문·성동·중구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외교장관은 전문 투기꾼도 손대지 못한다는 도로 부지 투자로 10억원 차익을 올리는 실력을 과시했다. 많은 공직 후보자의 투기 의혹이 꼬리 물고 불거졌지만 이 대통령은 민정수석 한 사람만 빼고 전원 임명을 강행했다. 아무리 부동산 투기를 해도, 근무 중 재테크를 해도, 공적 권한을 돈벌이에 활용해도, ‘배추 배당금’을 받아도 된다는 ‘뉴 노멀’을 확립했다.

심지어 민주당은 수억원대 뇌물 수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 대통령 측근 김용·이화영 씨 사건도 뒤집겠다고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 돈을 횡령한 윤미향 전 의원은 사면 후보에 올렸다. 부패 범죄까지 허용 한계선 안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 자신부터 다른 법도 아닌 ‘부패방지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니 돈 문제에 너그러운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울 수 있다. 출범부터 도덕적 기대 수준을 한껏 낮춰놓은 이 정권에서 또 어떤 금전 스캔들이 벌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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