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反트럼프·反이재명 정당의 붕괴

영국 스코틀랜드의 유력 일간지 ‘더 내셔널’은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코틀랜드를 방문하자 1면에 “미국에서 유죄 판결 받은 범죄자가 스코틀랜드에 도착했다”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국민이 낯 뜨거울 법한 일이었지만, 정작 미국에서 현재 맥을 못 추는 쪽은 트럼프가 아니라 반(反)트럼프를 앞세워 온 민주당이다.
최근 미국 민주당 지지율은 트럼프의 각종 좌충우돌에도 불구하고 29~33%로 곤두박질치며 3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국민은 민주당을 ‘트럼프 반대 외엔 대안이 없는 정당’으로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대선 패배 직후부터 민주당은 세대교체에 실패한 리더십과 차기 주자에 대한 전략 부재로 우왕좌왕하며 내부 갈등만 노출하고 있다.
반면 41세의 JD 밴스 부통령을 자신의 후임으로 앞세운 트럼프는 취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집요하게 공격한다. ‘이게 다 바이든 탓’이라며 바이든을 걸고넘어지지 않는 날이 없다. 79세 트럼프는 매주 왕성하게 골프를 치며 83세 바이든의 노쇠함을 끊임없이 조롱한다. 민주당은 미래 비전 없이 트럼프 발목만 잡는 구식 정당 이미지만 강화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첫 형사 유죄 판결을 받고 선출된 대통령임에도 공화당 내 리더십을 장악했고, 민주당은 이에 도덕성 프레임으로 반트럼프 대응 전략을 짰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를 비판할 만한 신뢰도 자체가 민주당엔 없다”는 반응이 다수다. 민주당의 정당 브랜드가 붕괴되며 정상적 야당 역할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공교롭게도 연일 지지율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한국 국민의힘이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다. 그간 이 정당의 정치는 사법 리스크를 지적하며 반이재명을 외치는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정권 교체 뒤에도 새 정부의 ‘특검 정치’로 여전히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미국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나 선거 전략가들은 “이념 논쟁보다 경제·의료·주거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과도한 자기반성보다는 적극적 실천의 리더가 필요하다” “국민과 접점을 만들고 삶에 밀착한 의제 개발이 절실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새로울 것 없는 얘기지만, 심각한 ‘약점’을 가진 상대에게 졌다는 열패감에 허우적대는 미국 민주당과 한국 국민의힘은 단시일 내에 존재감을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두 정당 모두 상대가 미운 것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 입장에선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밖에 없다. 정당이 국민에게 보여줄 비전이 없을 때 생기는 결과는 뻔하다. 트럼프와 이재명이 잘해서가 아니라, 미국 민주당과 한국 국민의힘이 더 못해서 붕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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