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강도, 위조화폐 제작자... 철학자들은 왜 이런 일을 했을까

강유빈 2025. 8. 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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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1632~1677)는 어떻게 밥벌이를 했을까.

그가 살았던 17세기 인류는 현미경을 발명해 무한히 작은 세계를 관찰했다.

'팡세'의 저자인 프랑스 철학자 겸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1623~1662)은 '대중교통 사업가'였다.

저자는 철학자의 직업이 단순 생계 수단을 넘어 각자가 주장한 사상과 어떻게 부딪치고 뒤섞였는지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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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나심 엘 카블리, '철학자들의 진짜 직업'
네덜란드의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 위키피디아

네덜란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1632~1677)는 어떻게 밥벌이를 했을까. 그가 살았던 17세기 인류는 현미경을 발명해 무한히 작은 세계를 관찰했다. 망원경은 무한히 넓은 세계를 보여줬다. 스피노자는 세계를 바라보는 렌즈를 투명하고 고르게 다듬는 일(렌즈 세공사)로 생계를 유지했다. 일은 스피노자에게 경제적 자립과 사유할 여유를 줬다. 한계를 넘어 인간의 '보는 능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그가 추구한 철학과도 닮았다.

'팡세'의 저자인 프랑스 철학자 겸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1623~1662)은 '대중교통 사업가'였다. 그는 최대 8명이 탈 수 있는 마차가 파리 시내 5개 노선을 따라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1인당 요금에서 이름을 딴 '다섯 솔(sol·당시의 화폐 단위) 마차'는 최초의 시내버스 시스템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파스칼은 다섯 솔 마차로 육체의 움직임에, 신앙으로 영혼의 움직임에 체계적인 질서를 세우고자 했다.

철학자는 흔히 속세와 동떨어져 지적이고 정적인 활동만 하는 이성적 존재로 여겨진다. 골똘히 생각하고 연구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은 하지 않는 사람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프랑스 철학 교사이자 박사인 저자가 쓴 '철학자들의 진짜 직업'은 역사적인 철학자 40명의 직업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장 자크 루소는 악보 필사가였고,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는 도서관 사서였다. 개중에는 철학자에 대한 통념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생계 수단도 있다. 위조 화폐 제작자(디오게네스)와 은행 강도(베르나르 스티글레르), 노예(에픽테토스) 등이 그렇다.

저자는 철학자의 직업이 단순 생계 수단을 넘어 각자가 주장한 사상과 어떻게 부딪치고 뒤섞였는지를 설명한다. 디오게네스가 위조 화폐를 만든 건 그가 살던 시대의 경제적 폐단과 불평등을 고발하기 위해 몸소 가르침을 준 행위가 아니었을까. 저자는 생각지 못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결과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철학자로서 정체성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게 한다.

철학자들의 진짜 직업·나심 엘 카블리 지음·이나래 옮김·현암사 발행·272쪽·1만8,000원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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