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도훈으로 등장하기까지...명품 생활 연기 펼치는 배우 홍정인[이사람]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파인: 촌뜨기들’ 속 ‘도훈’을 본 주변 지인들의 말이다. 툭 던지는 사투리 한 마디, 무심한 표정, 어딘가 정들게 만드는 생활감. 이 모든 게 배우 홍정인 그 자체였다.
1985년생 광주 출신의 홍정인은 “우연히 음악 선생님이 목소리가 좋다며 연극영화과를 권하신 게 시작”이라고 전했다. 서울로 전학 온 뒤 연기를 준비했지만, 가정 형편상 대학 진학은 포기해야 했다. 그러다 2011년, 단역으로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15년 가까이 조용히,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기다렸다.
그의 얼굴을 본 대중은 많지 않다. 2019년 영화 ‘크게 될 놈’에서 손호준의 친구 ‘만복’ 역, 2021년 웹드라마 ‘청춘레시피’의 영화감독 역 등 조연으로 꾸준히 활동했지만, 이번 파인이야말로 그의 연기가 제대로 살아 숨 쉰 첫 장면이다.
“도훈이라는 인물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 겪었어요. 대본상에 대사는 별로 없었지만, 강윤성 감독님과 긴 대화를 통해 인물을 같이 만들었죠. 실제 현장에서는 절반 이상이 애드리브였을 정도예요.”

극 중에서 ‘벌구-도훈-필만’으로 이어지는 삼총사는 실제 촬영장을 넘어선 우정을 나누게 됐다. 동갑내기 배우 김정현과도 처음 만나 의기투합했고, 주연 배우이자 오랜 친구인 유노윤호와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30년 지기다. “윤호는 모든 대중이 아시다시피 항상 최선을 다하는 친구예요. 함께 있으면 저도 자극받고 더 열심히 하게 되죠.”
연기를 하는 동안 생계를 위해 어머니와 식당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해남집’이라는 식당은 벌써 20년째다. 몇 년 전 결혼하고 아빠가 된 그는 이제 ‘가족이 우선’이라며 아들과 아내 이야기를 꺼냈다. 아들이 유치원에서 ‘우리 아빠 배우야’라고 자랑하면 정말 뿌듯하다고 전한다.
촬영 현장은 녹록지 않았다. 무려 7개월간 전남 신안 임자도 끝자락 전장포항에서 진행된 촬영, 가죽 재킷을 입고 무더위를 견딘 날들. 그러나 그는 그 시간을 “제일 행복했던 촬영”으로 기억한다.

“기회가 잘 안 왔던 순간들이 길었어요. 기다림이 가장 힘들었죠. ‘너 화면에 언제 나와?’라는 말, 사실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작품은 더 감사하고 애착이 갑니다.”
존경하는 강윤성 감독은 홍 배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람마다 옷을 입을 때가 있다. 이제 너도 그 옷을 입을 때야.”
그리고 홍정인은 지금, 자신만의 옷을 입고 무대에 섰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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