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다 어디 갔냐" 정청래 불호령에 광주·전남 의원들 ‘진땀’
신임 대표 ‘기강 잡기’…‘원팀 의지’ 동시 해석
불참 의원들 "해외 출장", "통보 없었다" 설명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8일 호남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나타나지 않은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 대표가 이들의 불참 사유를 조사할 것을 지시하자 지역구 의원들은 급히 저마다의 해명에 나섰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전남도당에서 개최된 현장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 앞서 "오늘은 전당대회 이후 첫 현장 최고위로, 전남·광주 합동회의"라며 "그래서 광주시당 위원장님과 전남도당 위원장님이 오셨는데, 광주·전남 소속 국회의원들은 다 어디 갔느냐"고 물었다.
이어 "오신 분들은 오셨는데 안 오신 분들은 왜 안 오셨냐"면서 "사무총장께서 왜 안 왔는지 사유를 조사해서 보고해달라.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날 당 지도부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후 전남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었다. 18명의 광주·전남 의원 가운데 두 행사 모두 참석한 의원은 양부남 광주시당위원장과 주철현 전남도당위원장, 서삼석 최고위원 겸 호남발전특위 위원장, 신정훈·문금주·김문수·권향엽 의원까지 모두 7명이었다.
민형배·박균택·정준호 의원은 광주 일정에만, 박지원 의원은 전남 일정에만 각각 참석했다. 현장 최고위원회의만 놓고 보면 광주 의원은 8명 중 단 1명만이 참석했다.
불참한 의원들은 당 대표의 이례적인 불호령에 즉각 반응하며 SNS 게시글과 인증샷 등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4선 이개호 의원은 지난 6일부터 사흘간 한·일의원연맹과 민단 나가사키본부 주관으로 8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현지에서 열리는 '나가사키 원폭 한국인 희생자 위령제' 참석차 일본에 머물고 있다고 알렸다.
김원이 의원은 "글로벌 비영리단체 초청으로 영국과 덴마크 선진 해상풍력 벤치마킹 중이다. 전남에서 최고위가 열린다는 사실을 출국일 오후에야 알게 돼 조율하기 어려웠다"며 시찰 개요와 일정표까지 공개했다.
정진욱 의원은 "대선, 총선, 당 대표까지 이재명 후보 수행 대변인 3차례에 계엄, 탄핵까지 4년 1개월간 맘 놓고 쉰 적이 없어 큰 맘 먹고 아내와 독일여행 중"이라며 "호남 최고위 개최 소식은 독일에서 들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불참 의원들도 건강검진, TV 출연 등을 이유로 두 행사 모두 참석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은 "최고위 참석과 관련해 어떠한 통보나 안내도 받은 적 없다"며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 대표가 이처럼 질타성 발언을 내뱉은 것은 지난 2일 전당대회 이후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호남에서 가졌음에도 다수의 지역구 의원들이 자리를 비운 것에 따른 '기강 잡기'로 해석된다.
정 대표는 지난달 전당대회 기간 중에도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두 차례에 걸쳐 전남을 찾아 수해 복구에 힘을 보탰고, 이달 3일에도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전남의 수해 현장에서 일손을 도왔다.
특히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된다'라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에 발 맞춰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이번 현장 최고위원회의의 의미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동시에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염두에 두고 당 대표 선거에서 맞붙었던 박찬대 의원을 지지한 의원들과도 진영에 관계없이 화합하겠단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수해 복구 현장 방문, 5·18 참배,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 호남발전특위 위원장 인선 등 행동으로 보여주는 민주당 지도부의 진정성에 호남인들도 반응하는 모양새다"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의원을 지지했던 의원에게 '의식하지 말라'고 말하는 등 진영 논리에 사로잡히지 않고 원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인 듯하다"고 말했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