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길 잃은 주식 양도차익 과세, ‘자본이득세 선진화’ 포기 말아야

한겨레 2025. 8. 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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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 변경과 관련해 10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부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주식 양도소득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근본 원칙상 과세를 하는 게 옳다.

이번 정부에서는 윤석열 정권의 무분별한 감세정책 정상화 차원을 넘어 자산소득 과세 선진화와 부의 양극화 완화라는 보다 큰 차원에서 주식·부동산 양도차익으로 대표되는 자본이득에 대한 근본적인 세제 개편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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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당에서 취임 뒤 처음으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 변경과 관련해 10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부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겨레 8일치 보도를 보면, 여당은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정부안에 대해 현행대로 50억원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한다. 부의 양극화가 극심한 시대에 주식 양도차익에만 과도한 혜택을 주는 건 비정상적인 만큼 어떤 결론을 내리든 자본이득세 선진화라는 큰 틀의 정책방향을 견지해 나가야 한다.

현행 주식 양도소득세는 대주주들이 연말에 과세 회피를 위해 일시적으로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출렁이는 왜곡 현상을 일으키는 건 분명하다.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뿐만 아니라 일반 소액 개인투자자들도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는 애초 윤석열 정권의 감세정책을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대주주 기준의 원상복구를 추진했으나, 주식투자자들의 큰 관심 사안으로 대두되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세금 문제는 국민들의 조세 수용성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복잡하게 얽힌 사안에 접근할 때는 원칙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문제도 원칙을 지키지 않고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서 꼬일 대로 꼬이고 말았다. 주식 양도소득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근본 원칙상 과세를 하는 게 옳다.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나라에 따라 도입 시기가 다르지만 빠른 나라는 이미 1세기 전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겨왔다. 우리나라도 1999년 대주주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를 시작해 일반 개인투자자들로까지 확대하는 경로를 밟아 왔다. 100억원 이상 보유자부터 시작해 50억, 25억, 10억 이렇게 늘려오다, 이를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논의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후퇴시킨 데 이어, 지난해 초 시행을 코앞에 두고 금투세 폐지를 선언하면서 모든 게 엉망이 돼버렸다. 20여년 동안 쌓은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진 격이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도 이를 제어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세는 세수 확보뿐 아니라 부의 재분배라는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바라봐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득 양극화보다 부의 양극화가 훨씬 심각하다. 부의 양극화는 주로 부동산·주식 같은 자산 소유 격차에서 비롯된다. 근로소득에는 소득 수준에 따라 8개 구간으로 나눠 6~45%의 누진세율을 부과해 상당한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낸다. 반면에 주식의 경우 증권거래세는 모든 투자자에 동일 세율로 부과해 역진성이 강하며, 양도세는 극소수 주식부자들에게만 부과해 부의 재분배 효과가 거의 없다. ‘유리지갑’ 월급쟁이들은 묵묵히 근로소득세를 내고 있는데 목소리 큰 일부 주식투자자들이 반발한다고 정부가 정책을 뒤집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윤석열 정권의 무분별한 감세정책 정상화 차원을 넘어 자산소득 과세 선진화와 부의 양극화 완화라는 보다 큰 차원에서 주식·부동산 양도차익으로 대표되는 자본이득에 대한 근본적인 세제 개편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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