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완의 주말경제산책] 모험자본 생태계의 새로운 시작
안정적인 자금 공급이 필수
발행어음·IMA·BDC 3종 세트
민간자금 스타트업으로 유입
자본시장 선순환 구조 기대감
부동산에 쏠려있는 가계자금
금융자산 이동 시발점 되어야

2000년 전 이집트 문서에도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이 적혀 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정말 대단해 이들이 만드는 K팝과 K무비는 전 세계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블랙핑크, BTS에 이어 K팝을 소재로 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Golden)'이 미국 빌보드 2위, 영국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치기까지는 오랫동안 많은 제작사와 투자자의 노력이 있어왔다. 가끔 성공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실패도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저성장과 고령화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그동안 K팝에서 해왔듯이 첨단산업과 신생 기업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공급해줘야 한다. 과감한 도전과 실패를 반영하는 자본시장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정부의 시장 친화적 정책과 '코스피 5000 시대'에 대한 기대 속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는 유의미한 성과도 이뤄냈다. 이는 기업의 주주환원과 배당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주가지수 상승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첨단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꾸준한 기대와 투자가 필요하다.
절박한 상황에서 정부는 기술 창업과 혁신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벤처 투자 확대와 시장 활성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2020년 벤처투자촉진법 제정과 모태펀드의 대규모 출자가 있었고, 2021년에는 벤처투자조합 결성 건수가 역대 최대인 404개에 달했다. 투자 규모가 7조7000억원에 이르기도 했지만 2023년에는 고금리와 경기 악화로 벤처 투자액이 5조4000억원으로 감소했고, 민간 직접 금융 비중도 18%에 그치면서 민간 중심의 모험자본 공급 기반이 약화됐다.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서 첨단 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꼭 필요하지만, 금융시장의 현실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금 공급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은행들은 우량하거나 상환이 담보되는 대출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기 때문에 위험해 보이는 신생 첨단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다양한 리스크를 감내하며 혁신 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자본시장 중심의 생산적 금융 생태계가 필요한데 신생 기업이 성장 단계별로 필요 자금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자금 공급자의 저변을 확대하고 다양한 투자 수단을 갖춰야만 한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은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참으로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자기자본 4조원 및 8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들은 각각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해 자기자본의 최대 3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조달된 자금 중 25% 이상은 국내 모험자본에 투자하도록 의무화됐다. 앞으로 발행어음 및 IMA 업무가 가능한 9개 증권사가 지정된다면 이들 대형 증권사의 자기자본 합계가 약 63조원에 달하므로 민간 영역에서 최대 60조원 규모의 모험자본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법안도 주목할 만하다. BDC는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기업뿐 아니라 성장 단계가 상이한 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어 민간 주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모험자본 공급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발행어음, IMA, BDC의 3종 세트를 통해 민간 자금이 혁신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이러한 기업들의 성공이 다시 국민에게 환원되는 자본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험자본 생태계의 새로운 구축은 우리나라 가계자산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발행어음, IMA, BDC를 통해 모험자본에 새로 투입되는 민간 자금은 대부분 은행 예금으로 가려던 자금일 것이다. 변함없이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가계 자산의 중심이 드디어 금융자산으로 이동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자본시장연구원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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