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전 방첩사, 국방부 지침 전 ‘합수본 예산’ 확대 지시
합수본·통합정보작전센터 확대 전제로 예산 요구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이끈 국군방첩사령부가 지난해 국방부의 전시예산 편성 지침이 하달되기 전부터 합동수사본부(합수본) 관련 예산 확대를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합수본은 계엄 발령 시 강력한 수사·통제 권한을 갖는 핵심 조직이다.
8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이 공개한 '2023~2025년 전시예산 신규 편성안'과 전시예산 관련 내·외부 수발신 공문 목록에 따르면, 방첩사는 지난해 8월29일 국방부 지침 없이 2025년도 전시예산 편성 요구안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내부에 전파했다. 시점은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 직후였다.
그동안 방첩사는 국방부가 매년 12월께 전시예산 편성 지침을 통보하면 이후 내부에 편성 요구안을 요청해왔다. 실제로 2023년도 전시예산은 2022년 12월13일 국방부 지침 통보 후 같은 달 22일 내부 요청이 전파됐고, 2024년도 예산도 2023년 12월 18일 지침 통보 이튿날인 19일 요청이 하달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예년과 달리 국방부 지침 공문이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 편성 작업이 시작됐다. 특히 당시 요청 공문에는 "방첩수사단, 확장된 합수본(과학수사국 신설 등)의 규모·필요 예산을 반드시 고려·검증하여 예산 요구"라는 지시가 포함됐다. 이와 함께 "2024년 UFS 연습에서 신규 운영된 통합정보작전센터 소요 예산은 1처-5실에서 종합·작성"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방첩사가 예산 요구안 작성 시점과 동시에 합수본의 확장 규모를 전제로 한 지시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합수본은 계엄 선포 시 방첩사령관이 본부장을 맡으며, 인지전·하이브리드전 등 사이버전을 담당하는 과학수사국과 통합정보작전센터가 핵심 축을 이룬다.
과거 2023·2024년도 전시예산 편성 요구안 제출 요청 공문에는 이 같은 지시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방첩사가 이미 전시예산 편성 단계에서 계엄 상황에 대비한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특히 방첩사가 합수본 과학수사국과 통합정보작전센터를 확대 편성해 계엄 발령 이후 활용하려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