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된 아빠, 반가울까 무서울까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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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귀신이 되어 나타나면 어떨까.
마침 어학연수를 떠난 타지에서, 지진으로 발 묶인 가운데 아빠의 부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빠가 사라진 집의 공기는 묘하게 달라졌다.
아빠는 스스로를 "죽살귀신"이라 부르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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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귀신이 되어 나타나면 어떨까. 반가울까, 무서울까. 가지 말라고 붙잡을까, 가라고 은근히 등 떠밀까. 세상을 떠난 소중한 사람이 꿈에 나타나도 반가운 동시에 오싹한데, 꿈이 아니라 현실에 등장한다면 우리는 어떤 감정 속에서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이루의 세상’ 속 주인공 이루는 1년 전 아빠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상실의 시간에 이루는 부재했다. 마침 어학연수를 떠난 타지에서, 지진으로 발 묶인 가운데 아빠의 부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동행한 교사는 안타까움에 오열했지만 정작 이루는 “멍하기만” 했다. 뒤늦게 봉안함을 끌어안았지만 도통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빠가 사라진 집의 공기는 묘하게 달라졌다. 엄마는 공예며 취미며 배우러 다니기에 바쁘고, 사춘기 형은 방에 틀어박혔다. 말소리가 끊긴 집. 온갖 귀신 얘기를 재잘거리던 초등학생 이루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던 와중에 아빠가 나타난 것이다. “저승사자의 손을 놓친 것 같다”나. 죽었다가 살아난 귀신. 아빠는 스스로를 “죽살귀신”이라 부르며 웃는다. 묘하게 밝아진 아빠가 낯설다. 아빠는 다시 저승의 문을 찾아 돌아갈 수 있도록 고향인 여수에 데려다 달라고 한다. 겨우 다시 만났는데 돌아간다고? 설마 나도 데려가려는 건 아니겠지? 서운함과 경계심이 동시에 든다. “넌 회귀본능도 모르냐? 아빠가 비록 죽었지만 그래도 고향은 잊지 않았다고.” ‘우리 가족은… 아빠한테 회귀하고 싶은 고향 같은 곳이 아닌 거야?’ 아빠의 말이 마음에 걸린다. 아이도 부모에게 고향이자 기댈 언덕이고 싶다.

고심 끝에 아빠를 저승으로 되돌려보내기로 한다. 엄마에게 귀신 체험을 하러 시골 고모 댁에 가겠다고 둘러댔더니 형이 문자를 보낸다. ‘엄마 보기 싫어서 그러는 거냐?’ ‘아니? 내가 엄마를 왜 싫어해?’ 이루가 재잘거림을 멈춘 이후, 가족 간 켜켜이 쌓인 오해가 아득하다. 이루는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 일이 엄마와 형에게 또 다른 부담을 얹어줄까 봐 침묵했던 것뿐인데, 가족들은 이 침묵을 ‘싫음’ ‘화남’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목적지는 저승길. 아이에게 의지해 여행을 떠난 아빠는 아이에게 말한다. “네 마음을 말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마음을 다치는 건 아니야. (…) 다들 너를 궁금해하게 만들지 마라.” 아이는 조금씩 감정을 내보이지만, 부자의 동행은 끝을 향해간다.
죽은 아빠의 해맑음과 남겨진 아이의 침묵이 대조를 이루며 이야기를 산뜻하게 끌고 나간다. 제1회 사회평론 어린이·청소년 스토리대상 어린이 부문 대상 수상작.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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