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사람들이 EBS법 개정안을 반기지 않는 이유
야당에선 '언론노조 장악법' 주장하지만 EBS노사 한목소리로 비판
KBS와 달리 EBS는 방통위원장이 사장 임명권자...방통위 종속성 심화
방통위·교육부에서 각각 EBS 인사·재정 관여, 방송 독립성 해소 의문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국회에서 지난 5일 방송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8월 임시국회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21일)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22일)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할 예정이다. 국민의힘과 일부 보수단체는 이들 방송3법을 가리켜 '방송사를 언론노조에 넘기는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EBS법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EBS 노사는 한목소리로 EBS법 개정안이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다며 우려하고 있다.
KBS 사장은 대통령이, EBS 사장은 방통위가 임명
KBS와 EBS는 둘다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이다. 하지만 KBS 사장은 임명권자가 대통령인데 EBS 사장 임명권자는 방송통신위원장이다. 현재 EBS법 개정안은 13명의 의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대표발의한 것들을 종합해 만든 대안인데 앞서 12명(한민수, 이훈기, 최민희, 황정아, 박민규, 노종면, 조인철, 김현, 이해민, 이정헌, 김우영, 서영교)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 EBS 사장 임명권자는 대통령이었다. 가장 마지막에 발의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정무위 소속)의 법안에서만 EBS 사장 임명권자를 방통위원장으로 정했는데 이 부분이 최종안에 반영됐다.
EBS 구성원들은 방통위 종속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방통위가 EBS의 사장·이사·감사 등 주요 임원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지원하며 재정적으로도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EBS에는 방통위 전직 관료들이 중요한 자리에 임명돼왔고 재정적으로는 TV수신료의 3%만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방발기금 등 다른 수입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형식상이라도 사장 임명권자를 대통령으로 바꾸고 방통위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국정기획위에서 방통위 개편안이 나오고 관련 법안이 개정된 이후에 EBS법을 논의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BS 내부에선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이사회 제청→대통령 임명'으로 사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또 EBS도 KBS처럼 사장 후보자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 즉 검증을 거친 뒤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BS 입장에서 사장 임명권자를 KBS와 동등하게 하는 일은 EBS의 협상력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EBS는 수능교재 등 상업적 재원으로 60%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수신료 비중은 EBS 전체 재원의 10%도 되지 않는다. 수신료 이슈에서 EBS는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KBS에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이사 추천권 가진 교육부, EBS가 비판할 수 있을까
이사 추천권에서도 문제제기가 있다. EBS 개정안에선 EBS 이사 수를 기존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는데, 13명의 이사는 국회(5명), 시청자위원회(2명), 임직원(1명), 학회(1명), 교육단체(2명), 시도교육감협의체(1명), 교육부 장관(1명)이 추천한다.
일단 교육부에서 EBS 이사를 추천하는 게 정당한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최근 발의된 13건 중 5건에는 이사 추천에 교육부 장관 몫을 두지 않고 있다. 방송3법이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취지에 맞춰 정부부처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교육부에서 특별교부금(재정)을 받고 이사를 추천받거나 전직 관료가 EBS로 오는데(인사) 교육부의 정책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는 구조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또한 EBS 내부에서는 이사 2명을 교원단체가 추천할 수 있도록 정하는 부분도 문제 삼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교육 관련 단체 추천 1명을 명시했는데 이를 2명으로 늘린 셈이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오래전부터 교총이 EBS 이사 추천권을 행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문제제기 해왔다. 교원단체 추천 몫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지난 6월 교육 관련 단체 몫을 없애면 안 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2명으로 늘린 건 결국 보수 성향 단체에서 1명, 진보 성향 단체에서 1명씩 추천받겠다는 취지다.
기존에 교총이 추천하던 것에서 견제 세력도 넣으면 되지 않느냐는 차원을 넘어서 EBS의 공적 기능을 더 강화하기 위해 다른 단체의 추천 몫을 늘리는 게 낫다는 게 EBS 측 입장이다. 언론노조 EBS지부는 이 같은 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6일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에게 EBS의 방통위와 교육부 종속성에 대한 입장을 물었고 이 수석은 방송3법을 통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대통령의 뜻임을 강조하면서 “국회 논의를 존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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