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근로자 선택권 뺏은 ‘택배 없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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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택배사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택배 없는 날'을 시행한다.
8월 14~15일 광복절 연휴 전후로 택배 배송을 중단하고, 주말 일정과 맞물려 최대 3일간 휴무를 시행해 택배기사들이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직고용한 '쿠팡친구'는 주 5일 근무에 연중 130일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으며, 대리점 소속 퀵플렉서(택배기사) 역시 백업 기사를 둬 원하는 날 휴무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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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택배사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택배 없는 날’을 시행한다. 8월 14~15일 광복절 연휴 전후로 택배 배송을 중단하고, 주말 일정과 맞물려 최대 3일간 휴무를 시행해 택배기사들이 휴가를 즐길 수 있다. ‘택배 없는 날’은 2019년 택배기사들의 과로 방지 차원에서 민주노총과 일부 대형 택배사들이 합의해 2020년부터 실시했다. 이른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쿠팡과 SSG닷컴, 마켓컬리는 이에 호응하지 않고 정상 영업을 해왔다. 이를 두고 반사회적 기업 경영을 하는 회사라고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있다. 사회적 합의란 ‘누칼협(누가 칼들고 협박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택배없는 날이 근로자가 휴식할 날짜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빼앗는다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선택할 자유가 클수록 행복과 만족도는 높아진다. 반면 세상엔 선택할 수 없는 것도 많다. 부모, 출생 국가, 형제 같은 것, 태풍·지진 같은 불가항력적인 것, 국방의무와 납세의무 같은 최소한의 의무 같은 것이 그렇다. 최소한의 것을 넘어선 것에 획일적 강요는 전체주의적 억압일 뿐이다.
현실적 폐해도 무시할 수 없다. 택배 없는 날이라고 생활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택배기사의 근로환경 개선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쉬는 동안에도 각 택배기사가 처리해야 할 업무는 줄어들지 않고 쌓인다. 연휴에 멈췄던 택배 현장은 ‘물량 폭탄’으로 이어진다. 하루 평균 300개를 배송하던 기사들이 출근과 동시에 900개가 넘는 물량을 마주하는 상황은 오히려 노동 강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8월 수확이 한창인 수박·참외·복숭아 등 제철 과일, 채소와 생선, 급히 사용해야 할 물건이 제때 배달되지 못해 입은 농어민·소상공인들과 소비자의 피해도 가늠하기 어렵다. 근로자에게 휴식을 주는 방법이 사회 간접자본인 물류시스템을 정지시켜 하루 평균 물동량 1000만개의 배송을 장시간 지연시키는 극단적이고 후진적인 방법밖에 없는가.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은 쿠팡에선 기사들이 주 5일 근무에 쉬고 싶은 날 쉰다고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타 사와는 다른 쿠팡의 고용 시스템 때문이다. 직고용한 ‘쿠팡친구’는 주 5일 근무에 연중 130일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으며, 대리점 소속 퀵플렉서(택배기사) 역시 백업 기사를 둬 원하는 날 휴무를 선택할 수 있다. 유연한 근무 체계는 일종의 혁신으로 평가된다. 택배없는 날을 시행하지 않은 쿠팡의 근로시스템이 오히려 우수하다는 것이 증명됐을 뿐이다. 물론 모든 쿠팡 택배기사가 이런 시스템에 만족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실제 적용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일부 불만은 어느 직장에서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사회적 합의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 동참한 업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끌려간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그 선택이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게 무슨 도움이 됐는지 성찰해야 한다. 노동계는 오히려 근로자 각자가 선택하는 날, 쉴 수 있는 자유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1년에 하루 온 나라의 택배를 멈추는 이런 비상식적인 제도는 한국 외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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