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농업이냐, 투기지”…땅 사고 판 법인 983곳 뒤져 106억 탈세 적발

송민섭 기자(song.minsub@mk.co.kr) 2025. 8. 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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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농업법인·지방세 연계 감사
광주 전역 983개 법인 전수조사
불법 매각·태양광 전용·임대 적발
광주시 적극행정 최우수상
“전국 확대 시 1900억 세원 발굴 가능”
임대진 광주시 감사위원회 청렴기획팀장 광주시가 주관한 ‘2025년 상반기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임대진 팀장 제공.
“감사는 사람의 눈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은 데이터를 통해 숨은 세원을 찾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광주광역시 감사위원회에서 농업법인 탈루조사를 이끈 임대진(54) 청렴기획팀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국 최초로 농업법인과 지방세 자료를 연계한 감사기법을 도입해 106억 원 규모의 탈루 세원을 추징하는 성과를 올렸다. 해당 감사는 광주시가 주관한 ‘2025년 상반기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사례로 선정되며 행정 혁신의 대표 모델로 떠올랐다.

이번 조사는 지방세 감면 혜택을 악용한 농업법인들의 구조적 탈세를 정조준했다. 조사 대상은 광주 지역에 등록된 983개 모든 농업법인이었으며, 전수조사를 통해 농지를 본래 목적과 다르게 임대하거나 불법 전용, 투기 수단으로 악용한 사례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2024년 하반기 남구청 종합감사에서 출발했다. 감사 과정에서 한 농업법인이 광산구 외지 농지를 매입해 개발 인허가만 받은 채 불법 매각해 수십억 원의 이익을 남긴 사실이 드러났고, 담당자는 이를 단순 사례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 광주시 전체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를 제안했다.

기존 농림사업정보시스템(Agrix)은 정보 누락과 오류가 많아 농업법인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욱이 농업법인은 설립이 쉽고 세제 혜택이 많아 전국적으로 매년 1000 개 이상 증가하고 있지만, 등록지 외 타 지역에서의 활동은 사실상 감독이 불가능한 ‘행정의 무풍지대’로 방치돼 왔다.

광주시 감사위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방세 과세자료, 법인등기부, 부동산 공부자료, 농지 직불금, 항공사진 등 6종 이상의 데이터를 연계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 감사기법을 구축했다. 감사팀에는 세무 전문가 1명이 전담 투입됐고, 외부 회계사·변호사의 자문도 병행해 정밀도를 높였다.

감사위원회는 조사를 앞두고 광주시와 5개 자치구의 농업법인 및 세무담당자들과 합동 설명회를 열어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냈다. 각 자치구는 중앙부처로부터 받은 농지 매매 자료, 법인 의견서, 장부 자료 등을 제공하며 감사가 아닌 ‘협업’의 방식으로 참여했다.

감사위는 단순 명의 확인이나 서류 조사에 그치지 않고, 현장 방문, 항공사진 판독, 장부 분석, 과세자료 정합성 확인 등 입체적인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로 확인된 106억 원 상당의 추징세액은 지방세 감면 회수, 과징금, 해산 법인 환수 조치 등으로 구성됐다.

광주시 감사위원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사한 방식의 조사가 전국 지자체로 확산된다면 약 1900억 원의 탈세 추징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에는 약 1만 8000여 개의 농업법인이 등록돼 있으며, 감면 세제, 부동산 매각, 태양광 전용 등 유사 사례가 지역마다 산재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광주만’ 철저하게 단속할 경우 풍선효과로 법인이 등록지를 관리가 느슨한 타 지역으로 이전하는 상황도 우려된다. 임 팀장은 “이번 모델이 전국 단위로 확산돼야 실효성이 생긴다”며 “행정안전부, 감사원, 농림식품부 등 중앙기관의 제도적 뒷받침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팀장은 과거에도 △롯데쇼핑 광주점 불법 전대 적발(130억 원 수익 환수) △창업감면세 분석기법 도입(17억 원, 전국 확산) △공유재산 누락 1543억 원 발굴 △도로점용료 누락 27억 원 추징 등 다양한 세원 발굴 성과를 낸 바 있다. 그는 2019년에는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의 달인’에도 선정됐다.

그는 “AI 시대에 감사 역시 감각과 경험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이번 사례처럼 기술과 협업, 분석을 통해 행정의 취약한 틈을 메우는 것이야말로 진짜 적극행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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