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진흙 속의 연대…포천 수해복구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이광덕 기자 2025. 8. 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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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 자원봉사자들, 수해 입은 포천 찾아
집기 정리부터 진흙 제거까지 묵묵히 동참
“이웃이니 도우러 왔다”…조용한 연대의 힘
▲ 강수현(왼쪽 두 번째) 양주시장과 봉사자들이 토사에 파묻힌 목재 작품을 건물 밖으로 옮기고 있다.

8일 오전 5시 40분, 양주시청 주차장. 시청 직원과 자원봉사센터, 시민봉사자 등 40여 명이 이른 새벽부터 모였다. 한쪽에선 장갑과 고무장화를 챙기는 손길이 분주했다. 폭우로 무너진 삶의 터전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45인승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포천시 내촌면 소학리. 지난달 20일 집중호우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수해 현장이다. 버스에서 내린 봉사자들은 처참한 현장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장엔 수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산에서 떠내려온 나무가 수북이 쌓였고, 목재 작품을 보관하던 건물은 진흙으로 뒤덮였다. 토사에 파묻힌 작품은 손쓸 틈도 없이 폐기됐다.
▲ 땀에 젖은 봉사자들이 무너진 마을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처음엔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어요." 양주시자원봉사센터 한 직원은 장화를 고쳐 신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함께하면 길이 생기죠."

현장에는 양주시청과 자원봉사센터, 다솜봉사단, 정리수납봉사단, 희망나눔터 등 다양한 단체가 힘을 모았다. 봉사자들은 맡은 구역으로 흩어져 진흙을 퍼내고 젖은 목재를 밖으로 옮겼다.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사람 손이 닿아야 가능한 복구였다.

"이 정도 진흙이면 아직 절반도 안 된 거예요." 피해가 큰 건물 안에서는 무거운 목재와 가전제품을 밀어내는 작업이 이어졌다. 흙탕물이 튀고 땀이 흘렀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 토사에 뒤덮인 건물에서 봉사자들이 쓰레기와 폐기물을 치우고 있다.

한 봉사자는 "냄새나고 무거운 작업이지만, 주인이 웃으며 고맙다고 하니 힘이 난다"고 했다. 그의 손엔 이미 물집이 잡혀 있었다.

이정주 양주시자원봉사센터장은 "생업 터전이 쓰레기처럼 변한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며 "빨리 정리되어야 피해 주민도 희망을 되찾는다"고 말했다.

강수현 양주시장도 장갑을 끼고 복구 작업에 함께했다. 그는 "포천은 가까운 이웃"이라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백영현 포천시장도 현장을 찾아 봉사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건물 안에서 봉사자들이 젖은 목재를 옮기고 있다.

땀과 진흙에 젖은 봉사자들의 표정에는 뿌듯함과 연대감이 묻어났다. 등에는 진흙이, 손에는 도구 자국이 남았지만, 얼굴은 밝았다.

"나중에 우리가 어려울 때도 누군가 이렇게 와줄 거예요."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손에 쥔 건 흙이었지만, 남긴 건 사람이 살아갈 자리였다. 재난을 이기는 힘은 곁을 지켜주는 마음에서 나온다.

피해는 아직 진행형이고, 복구는 더딜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포천 수해 현장에는 인간의 손길이 닿았고, 진흙 속에서도 희망이 피어났다.
▲ 수해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진흙을 퍼내고 있다.

/포천=글·사진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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