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진흙 속의 연대…포천 수해복구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집기 정리부터 진흙 제거까지 묵묵히 동참
“이웃이니 도우러 왔다”…조용한 연대의 힘

8일 오전 5시 40분, 양주시청 주차장. 시청 직원과 자원봉사센터, 시민봉사자 등 40여 명이 이른 새벽부터 모였다. 한쪽에선 장갑과 고무장화를 챙기는 손길이 분주했다. 폭우로 무너진 삶의 터전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45인승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포천시 내촌면 소학리. 지난달 20일 집중호우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수해 현장이다. 버스에서 내린 봉사자들은 처참한 현장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처음엔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어요." 양주시자원봉사센터 한 직원은 장화를 고쳐 신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함께하면 길이 생기죠."
현장에는 양주시청과 자원봉사센터, 다솜봉사단, 정리수납봉사단, 희망나눔터 등 다양한 단체가 힘을 모았다. 봉사자들은 맡은 구역으로 흩어져 진흙을 퍼내고 젖은 목재를 밖으로 옮겼다.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사람 손이 닿아야 가능한 복구였다.

한 봉사자는 "냄새나고 무거운 작업이지만, 주인이 웃으며 고맙다고 하니 힘이 난다"고 했다. 그의 손엔 이미 물집이 잡혀 있었다.
이정주 양주시자원봉사센터장은 "생업 터전이 쓰레기처럼 변한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며 "빨리 정리되어야 피해 주민도 희망을 되찾는다"고 말했다.

땀과 진흙에 젖은 봉사자들의 표정에는 뿌듯함과 연대감이 묻어났다. 등에는 진흙이, 손에는 도구 자국이 남았지만, 얼굴은 밝았다.
"나중에 우리가 어려울 때도 누군가 이렇게 와줄 거예요."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손에 쥔 건 흙이었지만, 남긴 건 사람이 살아갈 자리였다. 재난을 이기는 힘은 곁을 지켜주는 마음에서 나온다.

/포천=글·사진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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