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곰탕’과 ‘설렁탕’ 이야기

곰탕(곰국)과 비슷한 것으로는 ‘설렁탕’, ‘스지’, ‘사태국’, ‘힘줄탕’, ‘도가니탕’ 등 다양하다. 이 모든 것들의 특징은 오래 끓인 것이다. 보통 식당에 가면 24시간, 혹은 48시간 이상 끓인 것을 자랑으로 광고하고 있음을 본다.(이 글은 원래 ‘도가니탕’의 유래에 대해 쓰고자 하였으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해서 그 주변의 이야기를 먼저 쓰고, 도가니탕에 대한 글은 조금 더 연구한 후에 쓸 것을 약속한다.)
우선 곰탕은 ‘곰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곰국’은 ‘곤국’에서 왔다. 그러면 ‘곤국’은 무엇인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오래도록 끓인 국을 말한다. 우리말에서 ‘고다’는 ‘진액이 나오도록 오래 끓이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과거에 우리 조상들은 자녀가 기운이 없으면 닭을 푹 고아서 먹였다. ‘고다’의 예문을 보자.
어머니께서 도가니를 푹 고아 곰탕을 만들어주셨다.
태호는 닭을 고아 먹으려고 부엌에서 오지솥을 찾았다.
위의 예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진액이 우러나도록 오래 끓인 국’을 말한다. 조선 성종 20년(1489년)에 편찬된 의학서 <구급간이방언해>에 따르면 곰탕이 ‘고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기를 푹 곤 ‘곤국’에서 ‘곰국’이 된 것이라는 말이다(다음 백과에서 인용). 한편 몽골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몽골에서 가축을 잡아 물에 끓여 먹던 음식을 한자로 부르는 공탕(空湯)이 어원이란 말도 있고, 몽어유해(蒙語類解 :조선 영조 때 몽골어학서)에는 ‘슈루’를 공탕이라 부른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공탕에서 왔다고 하지만 우리말 ‘고다’의 관형사형 ‘곤국’이 변하여 ‘곰국’이 되었다가, 다시 국을 탕이라고 부르는 습성에 따라 ‘곰탕’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설렁탕을 살펴보자. 곰탕과 설렁탕의 구별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필자도 아내가 끓여주면 곰탕이고, 식당에 가서 먹으면 설렁탕이 아닌가 할 정도로 둘은 서로 비슷하다. 이제 어원적으로 살펴보자. 이규태는 “설렁탕은 조선조 임금의 풍년 기원 의식인 ‘선농제(先農祭)’에서 기원했다”고 풀이하였다.(홍익희, 국민일보, <설렁탕의 유래>에서 재인용) 선농제는 나중에 서울 동대문 제기동과 전농동의 동명의 유래가 되기도 하였다. 봄엔 선농제, 입하 첫 해(亥)일엔 ‘중농제’, 입추 후 첫 해일엔 ‘후농제’를 지냈다. 동대문 밖에 전 서울대 사범대 구내에 ‘선농단’을 세우고 그곳에서 공식 의례를 봉행했다. 제사 때 희생될 소는 명륜동 전생서(典牲暑)의 백정이 잡았다. 성종실록엔 선농제 제례 절차까지 나와 있다. “임금님에게 술을 바치고 탕을 올린다. 희생된 소를 탕으로 빚어 널리 펴시니 사물이 성하게 일고 만복이 고루 펼쳐진다.”고 하였다. 이 선농제에서 먹었던 탕이라는 뜻으로 ‘선농탕>선롱탕>설렁탕’으로 변형되었다는 말이다. 사전적 정의를 보면 ‘소의 머리, 내장, 뼈다귀, 다리 부분 따위를 뽀얗게 되도록 푹 고아서 만든 국’이라고 나타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사골 등 각종 뼈를 갖고 국물을 만들면 설렁탕이고, 소와 양 등 살점을 중심으로 국물을 내면 곰탕이라고 본다.
우리가 알고 있던 설렁탕과 곰탕의 개념이 바뀐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필자는 여태 뼈를 푹 고아서 낸 국물을 곰탕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 허허허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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